공공기관 300곳 기관장·감사 이력 살펴보니…
지난해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관료사회의 '적폐'(積弊)가 부각되면서 '관(官)피아'(관료+마피아)가 밀려난 자리를 '정(政)피아'(정치인+마피아)들이 슬그머니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피아는 공공기관의 독립성 훼손과 정부 부처와의 유착 등 폐단의 온상으로 지목돼 왔으나 이를 바로잡을 근본적 대책은 나오지 않았고, 오히려 전문성이 부족한 정피아가 늘고 있는 것이다.
◆공공기관 임원 중 관피아 비율 40→30%
공공기관 경영정보 시스템 알리오 및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의원실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공공기관 300곳(공기업 28곳, 준정부기관 85곳, 기타 187곳 등)의 기관장'감사 397명 중 118명(29.7%)이 관피아로 분류됐다. 세월호 사고 당시 161명(40.6%)에 달했던 것이 이번 조사에서 1년 새 43명이나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직위별로는 기관장은 115명에서 91명으로, 감사는 46명에서 27명으로 감소했다. 비록 줄었지만 지난해 4월 세월호 사고 이후부터 올해 3월 말 사이 새로 임명된 공공기관 임원 141명 중 관피아로 분류된 인사가 18명(12.8%)이었다. 13명이 기관장, 5명이 감사 자리를 얻었다.
관피아가 물러난 상당수 자리는 정피아가 차지했다. 세월호 사고 당시 정피아는 48명(12.1%)에서 올해 3월 말 53명(13.4%)으로 늘었다. 기관장도 24명에서 28명이 됐다.
정피아 기관장으로 논란의 도마에 올랐던 인물로는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KOBACO) 사장이 된 곽성문 전 의원, 김성주 대한적십자사 총재, 현명관 한국마사회 회장 등이 대표적이고, 감사로는 자니윤(윤종승) 한국관광공사 상임감사가 자격 여부를 두고 논란을 빚었다.
◆정피아 주로 대형 공공기관 포진
정피아들은 주로 감사직을 선호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새로 임명된 관료 출신 감사는 5명에 그친 데 비해 정치권 출신 감사는 12명에 달했다. 기관장과는 달리 두드러지는 자리가 아니어서 구설에 오르지 않는데다 상대적으로 처우가 좋기 때문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아울러 기관장'감사 모두 정피아는 관피아보다 대형 공공기관에 주로 자리 잡았다. 인천국제공항공사, 대한적십자사, 강원랜드 등의 기관장은 정피아들이었고, 한국관광공사, 한국철도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무역보험공사 등의 감사 자리도 정피아들이 주로 차지했다.
공석을 제외한 기관장'감사 387명 중 79명이 서울 출신이었으며, 경남과 경북 출신은 각각 49명, 46명이었다. 1년 전인 세월호 참사 당시와 비교하면 경남은 7명 늘어났고 경북은 6명이 줄었다. 뒤를 이어 대구 출신이 27명을 차지했다. 출신 대학으로는 서울대가 104명(26.8%), 고려대와 연세대가 각각 29명(7.4%), 28명(7.2%)이었으며, 경북대가 11명(2.8%)이었다. 출신 고교로는 경기고가 23명(5.9%)으로 가장 많았고, 경북고가 20명(5.1%)을 차지했다.
한편 이런 상황에 대해 전문가들은 퇴직 공직자에 초점을 맞춰 규제하기보다는 공공기관의 인사 선발 시스템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만드는 게 우선이라고 지적한다. 기업공개된 공공기관의 경우 기관장'감사 선임과정에서 주주 의사가 반영되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최창희 기자 cchee@msnet.co.kr
서상현 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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