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뚝뚝·불친절 싫어요 안동 첫인상 바꿔봐요
경상북도의 새로운 역사를 쓸 도청 안동시대를 앞두고, 안동시민들의 의식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무뚝뚝하고, 불친절하다는 관광객들의 목소리에 대해 '안동 사람들의 정서는 원래 그렇다'고 치부할 때가 아니라는 지적이 강하게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안동시는 올해 신도청 시대를 주도하고, 도청 소재지 시민으로서 자긍심을 높이기 위해 대대적인 '안동시민 의식개혁 운동'을 추진한다. '친절하기, 청결하기, 질서 지키기, 칭찬하기' 등 4대 운동을 중점적으로 안동시민들의 의식을 개혁, 도청 시대 주역으로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안동을 찾는 외지인들이 즐겁고 기분 좋은 인상을 받도록 한다는 취지다. 매일신문은 5회에 걸쳐 안동'안동 양반들의 속살을 들여다본다. -편집자주-
지난해 11월 11일 자 매일신문 '세사만어'에 '닫힌 안동, 열린 안동'이라는 제목의 글이 실렸다. 필자인 매일신문사 김해용 북부지역본부장이 안동지역 유력 인사의 경험담을 토대로 안동시민들의 의식을 단적으로 소개했던 글이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어떤 이가 안동 시내에 물건을 사러 갔다. 그런데 주인이 불친절하기 짝이 없다. 은근히 부아가 나서 주인에게 물었다. "서서 팔면 안 되니껴?" 주인 왈, "앉으나 서나 물건값은 같니더".'
이 경험담의 주인공인 유력 인사는 "나도 안동 사람이고 누구보다 안동을 사랑하는 마음이 깊다고 자부하지만, 안동 사람들의 무뚝뚝함과 폐쇄적 기질은 고쳐야 합니다"라고 말했다고 이 글은 소개했다.
한갓 우스갯소리로 치부될 수 있을 이 경험담에서 전해지는 안동 사람들의 정서는 '무뚝뚝함'이다. 안동의 도시 슬로건은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다. 이에 걸맞게 전통문화와 가치에 대한 안동 사람들의 자부심은 전국에서 으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지나치게 보수적이고 폐쇄적이며 외지인에게 친절하지 못하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많다.
경북 신도청 시대를 앞두고 안동'안동 사람들의 열린 의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이유다. 외지인들로 구성된 '안동시민의식 체험단'이 안동'안동사람들의 속살을 들여다보았다.
◆체면'겉치레'보수에 얽매인 양반문화
지난 한 해 동안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1명 이상이 안동을 찾은 것으로 집계됐다. 관광지식정보시스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안동 주요 관광지를 찾은 관광객이 600여만 명에 이른 것으로 나타나 '안동시 관광객, 5년 연속 500만 명 돌파' 기록을 세웠다.
안동 관광객은 하회마을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2010년 530만 명이 찾았고, 2011년에는 구제역 여파에도 518만 명이 찾아 관광도시 이미지를 이어갔다. 2012년과 2013년에는 잇따라 550만 명을 넘긴 후 지난해에는 각종 고택체험객 등을 포함할 경우 600여만 명이 다녀가 국내 대표적 관광도시로 자리매김했다. 이에 따라 2020년 '1천만 관광객 유치'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도산서원과 병산서원, 봉정사가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돼 새로운 세계유산 탄생을 목전에 두고 있다. 한국국학진흥원이 보유한 유교 목판의 세계기록유산도 조만간 세계문화유산 등재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도청 이전이 눈앞으로 다가오면서 안동이 세계유산을 보유한 글로벌 관광도시로 부상하고 있어 그에 걸맞은 시민의식도 선진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글로벌 관광도시 안동'신도청시대 안동의 지금 모습은 오랜 양반문화의 체면과 겉치레, 명분에 얽매이고, 보수적이면서 폐쇄적'배타적이라는 지적이 강하기 때문이다.
안동에는 대표적 유학자 퇴계 선생과 퇴계 종손의 철학이 있다. '경'(敬). 겸손과 공경의 뜻이다. 예를 다해 상대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의미다. '사람은 사람답게 살아야 한다'는 조선을 대표하는 대유학자 퇴계 이황의 정신을 대변하는 말이기도 하다.
퇴계 선생과 어린 종손, 여자 노비에 얽힌 이야기는 대를 잇는 것보다 세상 모든 인간을 존중하는 것을 더 큰 가치로 여기고 실천했던 퇴계 선생의 '경' 철학이다. 진정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실천을 보여주는 것이다.
'예인조복'(譽人造福). '사람을 칭찬해 복을 짓는다'는 이 글귀는 16대 퇴계종손 이근필 옹이 스스로 지어 평생 신념으로 삼고 있는 말이다. 다른 사람을 칭찬하고 사랑하는 것이 복을 짓는 첩경이란 의미로, 복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드는 것이란 뜻을 품고 있다.
글로벌 관광도시, 신도청시대 안동과 안동 사람들이 '경' '예인조복'에 담긴 퇴계가의 철학을 되새겨야 할 때다.
◆안동'안동 사람들의 첫인상은 '불친절'무뚝뚝함'
'안동시민의식 체험단'에는 다른 지역 출신 대학생 3명과 외국인 1명, 외지 출신 안동 며느리 1명 등 모두 5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지난달 마지막 주말과 휴일이었던 28일과 29일, 이틀 동안 안동 곳곳을 다니면서 안동과 안동 문화, 안동 사람들의 의식 체험에 나섰다.
결론적으로 이들 이방인의 눈에 비친 안동'안동 사람들의 인상은 '무뚝뚝함'불친절함'이었다. 일부 친절하고 깨끗함을 보여준 곳도 있었지만, 이들의 눈에 글로벌도시'도청 소재지 안동은 아직도 변화되지 않은 폐쇄성이 존재하고 있었다.
이들은 안동역과 종합관광안내소를 시작으로 안동 갈비골목, 음식의 거리, 문화의 거리, 떡볶이 골목과 찜닭 골목, 시외버스터미널과 버스'택시 등 대중교통, 하회마을과 안동문화관광단지 등 관광지를 체험하고 그 속에서 안동 사람들의 의식을 체험했다.
이들의 눈에는 가는 곳마다 불친절과 무뚝뚝함, 무질서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사람들은 화사한 봄날 주말과 휴일임에도 어두운 얼굴 표정과 외지인을 쉽게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분위기를 그대로 드러냈다는 것이다.
체험단에 참여했던 대구 출신의 김주영(23) 씨는 "안동 사람들에 대한 느낌은 한국 정신문화 수도와는 동떨어져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올바른 유교사상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어른들에 대한 예의와 타인에 대한 배려가 기본이지만 대중교통 이용에서는 어른에 대한 공경과 배려심을 찾을 수 없었다"고 따끔한 충고를 했다.
문경 출신의 이경미(23) 씨도 안동 사람 특유의 무뚝뚝함과 불친절을 지적했다. "환한 미소와 친절한 목소리로 반겨줄 안내원을 기대했던 예상과는 달리 웃음기 없는 무뚝뚝한 안내원만 있었다. 안동이 혈연과 가문을 중심으로 한 집단의식이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있었다. 이는 결국 타 집단에 대한 강한 배척을 의미한다. 새로운 시대 안동'안동 사람이 변해야 하는 이유다." 이 씨는 안동 사람들이 반드시 이를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체험단 가운데 유일한 외국인으로 참가한 영국 연방 웨일즈 출신의 다니엘 존(25) 씨는 "안동에서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몇몇 곳을 다녔지만, 외국인에 대한 경계와 무뚝뚝함, 청결하지 못한 위생 등이 첫 이미지였다. 관광지를 묻는 외국인에게 대부분의 시민들은 무뚝뚝하거나 무성의한 태도를 보였다"고 첫인상을 전했다.
◆친절'상냥함'배려, 열린 안동으로 변화되는 밑거름
안동의 변화되는 모습도 체험단의 눈에 들어왔다. 많은 관광객이 몰려드는 관광지와 먹거리촌 등에서 체험할 수 있었던 '친절' '상냥함' '배려' 등은 닫힌 안동이 열린 안동으로 변화되는 밑거름이라는 생각이다.
강원도 원주 출신의 체험단 김소미(22) 씨는 "짧은 안동 체험기간 동안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안동의 친절함을 맛볼 수 있는 곳을 만나서 '참 다행이다' 싶었다. 찜닭 식당이 모여 있는 구시장 찜닭골목은 경쟁이 치열했고, 당연 '친절'도 덤으로 볼 수 있는 곳이었다. 체험단이 들어간 찜닭집 역시 친절했고 내부도 깔끔했다. 주인의 손님에 대한 서비스와 배려도 오랫동안 기억될 것 같다"고 평가했다.
다른 지역 출신이지만 안동 며느리로 살아가는 김진미(33) 씨는 "안동에 시집와서 처음에는 강한 어투와 퉁명스러운 말, 폐쇄적인 정서 때문에 안동 사람들로부터 많은 상처를 받았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이번 체험기간 동안 하회마을 잡화점 '탈방' 주인을 만나고 안동의 또 다른 속살을 보는 듯했다"며 "가게 안팎으로 수십 명의 손님이 몰려도 미소를 띠며 친절했다. 특히 가족 단위 손님들에게는 물건을 사지 않아도 음료수 등을 챙기며 넉넉함을 보여주었다. 하회마을을 다시 온다면 또다시 방문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고 체험기를 썼다.
안동시가 도청시대를 앞두고 지난해부터 대대적인 안동 시민의식 개혁운동을 벌이는 이유가 이들에게 있는듯했다. 안동시는 신도청시대를 맞아 '질서'청결'친절'칭찬' 등 4가지의 시민의식 개혁운동을 생활문화 운동으로 펼친다.
권영세 안동시장은 "본격적인 신도청 시대를 맞아 좀 더 친절하고 밝은 시민사회가 돼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이제 웅도 경북을 이끌 중심도시로서 외형뿐 아니라 시민의식도 변화해야 한다"고 했다.
안동 엄재진 기자 2000jin@msnet.co.kr
전종훈 기자 cjh4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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