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삶에 활력을 주는 건강한 싸움

입력 2015-04-01 05:00:00

▲이 철 우
▲이 철 우

낭만파 시대의 작곡가들을 분류할 때 전통주의자와 개혁주의자로 분류하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 전통주의자들은 슈베르트, 멘델스존, 슈만, 쇼팽 등이고, 대표적인 개혁주의자로 베를리오즈, 리스트, 바그너 같은 작곡가들을 꼽는다.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은 개혁 의지가 약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재능이나 환경에 안주하였던 전통주의자들은 대체로 단명하였고, 미지의 세계를 개척하고자 하는 자기 사명에 충실했던 개혁주의자들은 대체로 장수하였다. 브람스도 전통주의자 중 한 사람이었지만 브람스는 극단의 개혁주의자였던 바그너와 전통의 당위성을 걸고 논쟁을 길게 이어 갔었다. 그래서 특이하게도 브람스는 장수하였다. 결국 인생의 새로운 사명이 있는 예술가가 장수하였음을 보여준다.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가 한 번은 "모차르트는 지나치게 오래 살았다. 그는 늦어도 30세에는 죽었어야 했던 작곡가다"라고 해서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었다. 기자들이 반문했다. "만 36년을 채 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모차르트가 어떻게 오래 산 것이냐?" 굴드의 대답은 명료했다. "모차르트의 30세 이후 작품에는 새로운 것이 없다. 예술가 특히 작가(작곡가, 시인, 소설가, 화가 등)들의 작품에 새로운 이상의 제시가 없으면 그 삶은 산송장의 삶이다"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하이든, 모차르트 그리고 베토벤으로 이어지는 고전파 음악시대의 작곡가 중 태어나지 않았어도 음악사에 큰 변화가 없었을 작곡가는 누구일까?"라는 질문을 종종 듣게 된다. 답은 "모차르트"로 모아진다. 그의 천재성을 염두에 두면 의아한 답일 수도 있지만 하이든이 소나타 형식을 완성시켰고, 베토벤이 고전파의 완성자이자 낭만파를 시작한 작곡가임을 고려할 때 모차르트는 작품은 많지만 비교적 천재성에 의존한 안일한 작품활동을 한 작곡가임을 부인할 수 없다.

이 세상에는 여러 종류의 싸움이 있다. 자신과의 내면적 싸움과 상대가 있어 경쟁적으로 벌이는 싸움, 정의를 목적으로 하는 싸움과 정의를 가장한 싸움, 덕을 세우기 위한 싸움과 분노를 부추겨 응집된 세력으로 변화를 꾀하고자 하는 싸움에 이르기까지 그 목적이 의로운 것이든 불의한 것이든 자기만족에 대한 갈망이 전제된 싸움은 다양하고 끝이 없다. 욕심에서 비롯된 악의의 싸움은 죽음을 부르는 결과를 겪으면서도 끝이 나지 않는다.

굴드가 피력한 자기 개혁 의지를 실천하는 자신과의 내면적 싸움의 가치와, 브람스를 장수하게 한 자기사명 발견의 위대성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불의한 모사를 통해서라도 경쟁자를 꺾고 군림하고자 하는 경쟁(싸움)의 시대 속에서 자신을 살피며, 불편하더라도 해야 할 일들과 어렵더라도 극복해야 할 자신에게 주어진 인생의 사명을 생각해 보고, 삶에 활력을 주는 건강한 싸움에서 승리자가 되길 권유해 본다.

<작곡가·음악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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