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매화꽃 소복이 앉은 '봄의 왕국'…성주 수륜면 꽃놀이

입력 2015-03-31 06:00:00

매화꽃이 만발한 회연서원 전경.
매화꽃이 만발한 회연서원 전경.

따사로워진 날씨만큼 나른한 봄날이다. 포근한 햇살을 맞으며 소파에 누워 TV를 보다가 저도 모르게 낮잠 한숨 자고 나면 천국이 따로 없을 것 같다. 모처럼 주말에 신선놀음이라도 하려니 초등학교 다니는 아이는 "부모님이랑 체험학습 가야 하는데 어떡하느냐"며 엄마를 보챈다. 아이의 투정에 아내는 "연애할 때는 꽃피는 봄이면 귀찮을 정도로 그렇게 밖으로 불러내더니…"라며 툴툴거린다. 꽃놀이라도 가지 않으면 주말 내내 밥도 못 얻어먹을 것 같은 불안감이 엄습한다.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라도 어디론가 떠나야 할 것 같다. 그런데 마땅히 갈 곳이 없다. 이럴 땐 경북 성주군 수륜면으로 떠나자. 꽃놀이와 체험학습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을 기회다.

◆무흘구곡(武屹九曲)에서 꽃놀이를

경북 성주에서 꽃놀이를 즐기기 가장 좋은 곳 중 한 군데가 회연서원(檜淵書院'경상북도 지정 유형문화재 제51호)과 봉비암(鳳飛岩)이다.

성주에는 그 옛날 선비들이 아름다움에 찬사를 바친 계곡 아홉 곳이 있다. 바로 무흘구곡이다. 봉비암도 무흘구곡 중 한 곳이다. 선비의 풍류를 담아 무흘구곡이란 이름을 붙인 이는 바로 조선 선조 때의 문신이며 학자인 한강(寒岡) 정구(鄭逑'1543~1620). 성주 출신인 한강 선생은 김천에서 발원해 성주를 지나 흐르는 대가천 곳곳의 기암절벽과 멋진 풍경을 칠언절구의 시로 담았다. 중국 남송시대 주희(朱熹)가 지은 무이구곡(武夷九曲)을 본떠 만든 시로 제1곡인 봉비암에서 거슬러 올라가 제9곡인 수도리의 용소까지 그 아름다움이 한 편의 시에 담겨 있다.

봉비암에는 회연서원이 있는데, 한강 선생은 깎아지른 듯한 높다란 절벽과 양정소의 맑은 물이 조화를 이루는 봉비암에 반해 선조 16년(1583) 이곳에 회연초당(檜淵草堂)을 세우고 인재를 양성하기 시작했다. 회연서원은 인조 5년(1627)에 문인과 유학자들이 한강 선생의 뜻과 학덕을 추모하고자 초당을 헐고 건립한 서원으로 숙종 16년(1690)에 사액 받았다.

회연서원에는 3곳의 긴 담장이 있는데 강당과 사당을 둘러싼 담장과, 강당과 사당을 경계 짓는 담장, 그리고 백매원 정원과 숭모각, 향현사, 신도비를 현도루 안쪽으로 둘러싼 담장이 낮고 길게 펼쳐져 있다. 3월 하순이면 선비의 지조를 상징하는 매화꽃이 담장을 에워싸고 있어 매화향이 벌을 부르고 그 풍광이 사람을 부른다. 한강 선생이 처음 초당을 짓고 백매 100그루를 심고 백매헌이라는 이름의 편액을 걸었다고 전해진다. 안타깝게도 한강 선생이 심은 백매는 현재 세 그루만 남아있다. 비록 회연서원의 매화가 후세들이 심은 것이라지만, 흰 매화꽃이 소복이 앉은 담장을 보노라면 한강 선생의 지조와 고결한 선비 정신이 느껴진다.

◆가야산야생화식물원에서 체험학습

이제 체험학습을 위한 곳으로 떠날 차례다. 회연서원에서 차로 약 10분 정도 달려 가야산을 오르면 가야산호텔이 보이는데 바로 옆에 가야산야생화식물원이 있다. 관람 요금도 1인당 성인 1천원, 청소년 700원, 어린이 500원으로 저렴하다. 가야산야생화식물원 앞에 이르면 주차할 곳이 마땅찮으니 그 아래 주차장을 이용하자. 널찍한 주차공간에 요금도 받지 않는다. 이곳에 주차하고 식물원까지 3분 정도 걸어 올라가면 되니 걷기에 딱 좋은 거리이다.

입구에서 식물원을 바라보면 뜻밖에 아담한 규모다. 하지만 이곳에는 노각나무 등 644종 52만8천390본을 보유하고 있다. 식물원은 실내전시관 1층과 2층 야외 전시원 등 5곳으로 나뉘어 있다. 실내전시관 1, 2층은 야생화와 나무이야기, 고생대식물과 양치류를 전시한 화석이야기, 식물표본관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또 곤충과 희귀나비표본을 만날 수 있는 곤충전시관도 마련되어 있어 자녀와 함께 자연 공부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야외 전시원도 야생화학습원, 관목원, 국화원 등 5가지 테마로 구성되어 있는데 비슷하면서도 다른 특성이 있는 야생화들을 비교하면서 학습할 수 있다. 지금 시기에 야외 전시원을 방문하면 '봄의 전령사'로 불리는 노란 복수초도 만날 수 있다. 또 식물원 옥상에 만들어진 전망대에서는 망원경으로는 가야산과 성주는 물론 맑은 날엔 대구까지 볼 수 있다. 망원경 아래로 '만물상 암석원'이 있다. 가야산 '만물상'은 가야산 동남부에 있는데, 세상 만물의 형상을 닮은 기암괴석 1만여 개가 장관을 이루며 펼쳐져 있다고 하여 만물상이라 부른다. 성주팔경 중 하나인 만물상 등산로를 직접 오르지 못하는 어린이나 노약자들이 만물상을 간접 체험할 수 있도록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았다.

관람을 모두 마치고 꽃차 판매장으로 가면 관람객들에게 꽃차 무료 시음회도 한다. 향긋한 꽃향기로 목을 축이는 것은 가족의 손을 붙잡고 나온 당신에게 주는 선물이다.

홍준표 기자 agape1107@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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