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어느 친구가 내게 "지금, 행복하냐?"고 물었다. 나는 잠시 망설였다. 한 번이라도 자문해 본 적도 없거니와 어떤 누구도 내게 그런 질문을 한 적이 없었다. 순리대로 살아왔지, 행복해서 산 것도 불행해서 살지 않은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행복이란 게 늘 있는 게 아니다. 삶을 살다보면 어떤 땐 힘들고 또 어떤 땐 행복한 것이지, 항상 행복하고 늘 불행한 건 아니잖은가.
며칠 전, 한국인 행복지수가 전체 149개 국가 중에서 128위란 얘기를 들었다. 한마디로 행복하지 않은 나라란 모양이다. 한국에서는 잘 몰랐지만 외국에 살다보면 "코리아, 굿"이라며 엄지를 치켜드는 사람들을 종종 만난다. 나는 그런 얘기를 들으면 싱겁게 웃다가도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뭐가 굿이지?'. "왜 굿이냐?'고 잘 묻진 않는데 한 번쯤 물은 기억이 난다.
"모바일 넘버 원"이란다. 난 씁쓸한 웃음을 지어야 했다.
외국에서의 이민 생활을 유지하는 다소 쉬운 방법은 한국인 혹은 외국인을 상대로 민박을 하거나 여행업을 하는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로 민박과 여행업을 겸했다. 민박은 다소 열악하지만 손님들로 북적였고 여행업은 가이드 생활을 하면서 나의 여행 욕구를 대신했다. 나의 손님들은 내게 "왜 이민을 왔느냐?" "이민 오니까 좋으냐"는 등의 질문을 많이 했다. 그 질문을 한 이유는 결국 "나도 이런데서 살고 싶다"는 거였다. 대개 한국의 상황에 부정적이거나 삶이 힘들어서 여유를 갖고 싶은 손님들의 바람이 섞여 있었다. 즉 환경적인 요인이 극복되면 자신이 행복해질 거라고 믿는 분들이었다.
그러나 외국생활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한국보다 더 힘든 상황과 고통이 따른다. 특히 언어의 벽에 부딪히면 절망적인 수준이다. 몇 번이나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을 가져도 기왕 온 거 끝을 봐야 한다는 의지로 버텨낸다. 낭만은 현실에 무참히 굴복된다. 하지만 힘든 상황은 오래 가지 않는다. 고통을 이겨내고 웃을 때 모든 것이 보상된다. 그렇게 적응하다보면 어느덧 나도 이민자의 행렬에 포함된다.
사람이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상황과 구조 그리고 자기 내면(마인드) 등의 조건이 맞아야 한다. 이런 조건들의 상호작용으로 만족과 불만족이 나타난다. 뻔한 얘기지만 열악한 환경에서도 행복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남부럽지 않은 환경이지만 불행한 사람이 있다. 한국에서 중대형 아파트에 살던 사람이 유럽에서는 원룸이나 소형 아파트에 살고 네 식구가 200리터짜리 작은 냉장고를 사용해도 "나는 행복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결국 행복과 불행은 만족과 불만족의 차이이다. 오늘도 이민을 꿈꾸는 분들에게 '나는 만족을 잘하는 편인가'라는 물음부터 먼저 스스로 해보시길 권한다.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진 분들이 이민 생활을 잘할 확률이 높아서다.
군위체험학교 이사
댓글 많은 뉴스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
5·18묘지 참배 가로막힌 한덕수 "저도 호남 사람…서로 사랑해야" 호소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