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근택 성신여대 교수 초대전

입력 2015-03-30 05:00:00

일상에서 길어 올린 친숙한 '풍경'

유근택 작
유근택 작 '창문 밖을 나선 풍경'

일상에서 길어 올린 풍경을 자신만의 언어로 화폭에 담아 온 작가 유근택 성신여대 교수가 '2015 기억공작소'에 초대되어 4월 12일(일)까지 봉산문화회관 4전시실에서 전시를 갖고 있다.

'기억공작소'는 봉산문화회관이 중견작가 프로모션의 일환으로 기획한 전시다. 유 작가는 홍익대 동양화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으며 석남미술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하종현미술상 등을 수상했다.

수묵화를 현대적 개념으로 재해석하고 있는 유 작가의 작품 세계에서 두드러지는 주제는 '일상'이다. 그는 임종을 앞둔 할머니 모습을 스케치하면서 역사의 실체는 결국 개인의 일상이 축적되어 발현된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일상'에 주목하게 됐다. '일상'이라는 주제가 창작의 영역에서 흔히 발견되는 요즘, 유 작가의 '일상'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그가 '일상'이라는 주제를 보편화시키는데 선구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유 작가가 기획한 1996년 '일상의 힘', 2002년 '여기, 있음', 같은 해 박병춘과 공동 기획한 '동풍' 등 전시는 개인의 일상 속 이야기들이 갖는 의미와 힘을 공론의 장으로 들고 나온 계기가 되어 미술계에 적잖은 파문을 일으켰다.

유 작가의 풍경들은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화가의 시선에 포착된 어떤 장면을 담고 있다. 유 작가의 눈에 띈 많은 장면 가운데 회화적 재현의 대상으로 지목되는 장면들은 어떤 유형을 갖고 있다. 그는 초기작에서 할머니의 사소한 일상을 매개로 역사라는 일종의 거대 담론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최근 작은 일상적인 풍경을 대상으로 삼고 있지만 다분히 낯선 것이 특징이다. 이는 그가 일상적 장면에서 소재를 얻고 있지만 화면 전반에 일상성을 넘어서는 메타포를 깔아놓고 있기 때문이다.

유 작가가 이번 전시에 선보인 작품은 'A Passage-창문 밖을 나선 풍경'이다. '창문 밖을 나선 풍경'은 아파트 앞 정원의 작은 나무숲에서 발견한 조형적 운율들을 잡아낸 풍경화 연작이다. 홍익대 앞에 있던 작업실과 살림집을 합치면서 일산에 있는 조금 넓은 아파트로 이사한 유 작가는 그곳에서 생활과 작업을 함께한 적이 있다. 마침 그 아파트는 1층이었고 창 밖으로 조그만 길이 보였다. 어느 날부터 그 길과 그 길 위를 지나는 사람의 소리와 흔적이 새롭게 다가왔다. 그 길을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스케치하면서 제작된 작품이 '창문 밖을 나선 풍경' 연작이다.

전시장에는 '창문 밖을 나선 풍경'이 벽면을 에워싸듯 걸려 있다. 풍경을 감상하면서 좌에서 우로 천천히 걷다 보면 관람객은 숲이 자신을 감싸 안는 듯한 전율을 받는다. 이번 전시에서는 또 하나의 대표작 '길, 혹은 연기'도 감상할 수 있다. 옅은 푸른색 하늘과 구름, 산과 나무들 사이로 길을 잇고, 그 위에 피어오르는 연기와 불의 열기를 옮긴 이 작품 역시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가슴 먹먹한 기운을 전해준다.

정종구 봉산문화회관 큐레이터는 "유 작가는 예술은 살고 있는 현장의 절실한 호흡을 담아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그는 삶과 전통 수묵화의 매개 가능성을 모색함으로써 관념이나 이상화 경향에 치우치기 쉬운 전통 수묵화의 지평을 확장시키고 있다. 'A Passage-창문 밖을 나선 풍경'은 역사, 인간, 삶, 사건, 사물의 상황을 다루는 그의 다른 작업과 마찬가지로 친숙한 일상을 새롭게 기억하는 길로 우리를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053)661-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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