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문 대표의 '천안함 폭침' 인정이 진정성을 얻으려면

입력 2015-03-27 05:00:00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천안함 폭침이 북한 소행이라고 규정했다. 지난 25일 김포시의 해병대 2사단을 방문해 군 관계자들과 면담하는 자리에서다. 여기서 문 대표는 "천안함 폭침 때 북한 잠수정이 감쪽같이 들어와 천안함을 타격한 후 북한으로 도주했다"고 했다. 야당 대표가 북한을 천안함 폭침의 배후로 지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서 반갑지만 다른 한편으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지적한 대로 천안함 폭침이 북한 소행임을 인정하는 데 5년이나 걸려야 했는가 하는 아쉬움 또한 크다.

지금도 인터넷상에는 천안함 폭침이 북한의 소행임을 부정하는 미군 잠수함과의 충돌설 등 근거 없는 괴담이 끊이지 않는다. 이렇게 된 데는 천안함 폭침이 북한 소행임을 인정하기를 꺼려온 새정치연합의 책임이 크다. 2010년 6월 당시 민주당 의원 69명은 북한의 천안함 폭침을 규탄하는 국회 결의안에 반대했다. 민주당 추천 천안함 민군합동조사단 위원이던 신상철 씨는 '천안함은 좌초입니다'라는 책을 펴낸 것은 물론 지금도 '좌초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 이런 사실들에 대해 문 대표는 그동안 침묵했다. 그에 대한 책임까지도 통감해야 문 대표의 말은 진정성을 얻을 수 있다.

문 대표도 2012년 대선 후보 시절 선거공보물에 '침몰'이라고 표현했다가 논란을 빚자 거리 유세에서 '폭침'으로 번복한 바 있다. 하지만 2013년 대선 회고록 '1219 끝이 시작이다'에서 다시 '침몰'이라고 표현하는 등 오락가락했다. 이번 문 대표의 말이 진정성이 있는 것인지, 아니면 4'29 재보선을 겨냥한 일회성 정치적 제스처인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또 하나 궁금한 것은 문 대표의 이런 판단에 새정치연합 소속 의원들이 공감하고 있느냐이다. 다수 국민은 그렇지 않을 것으로 본다. 문 대표가 취임 후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한 데 대해 정청래 의원이 반발했던 사실은 이런 의심을 뒷받침한다. 이런 의심을 지우려면 천안함 폭침이 북한 소행임을 당의 공식입장으로 확정해야 한다. 문 대표가 내건 '유능한 안보정당'은 말로 되는 것이 아니다. 문 대표와 새정치연합의 실천적 변화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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