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이 새학교 건축, 다 지어놓고 허물어

입력 2015-03-27 05:00:00

시행사 연쇄부도에 땅주인 발끈

신축중인 새 경구중
신축중인 새 경구중'고교 건물이 공정 80%를 넘긴 상태에서 철거되고 있다.

구미 거의동 금오공대 인근 터 위에 신축 중인 새 경구중'고교 건물이 공정 80%를 넘긴 상태에서 철거되고 있다. 사립학교법인 측이 땅도 사지 않고 땅주인으로부터 사용승인만 받은 채 무리하게 학교 신축을 하다 학교 이전까지 물거품으로 만들었다는 지적을 낳고 있다.

학교법인 경구학원은 2008년 이사장의 친인척이 대표로 있는 A시행사를 내세워 현재 봉곡동에 있는 경구중'고교를 거의동으로 이전하기로 했다. 시행사가 이전 예정부지에 학교를 완공하면 현재 학교와 1대1로 맞바꾸는 방식이었다.

부지 구입비가 없던 시행사는 대구의 한 부동산개발회사를 찾아가 "학교부지를 대신 매입해 주면 1년 이내 다시 사들이겠다"고 제안했고, 이 부동산회사는 신축 예정 부지를 매입했다. 시행사는 땅 매입이 끝나자 부동산회사로부터 토지사용승낙을 받은 뒤 경북도교육청으로부터 학교이전 승인을 받았다.

시행사는 2010년 6월 사용승인만 받은 학교부지 등을 담보로 부산의 한 저축은행으로부터 200억원의 자금을 대출받아 공사를 개시했지만 시공사는 공사 시작 1년 만에 자금부족으로 부도가 났다. 뒤이어 공사를 이어받은 새 시공사도 부도가 났고, 이전 프로젝트를 총괄했던 시행사까지 2011년 말 연쇄 부도를 맞았다며 손을 들어버렸다.

학교 공사는 전면 중단됐고 학교법인은 최근까지 5차례에 걸쳐 이전 연기 신청만 거듭했고 결국 땅주인인 부동산개발회사는 최근 "땅을 되찾겠다"며 미준공 건축물에 대한 철거 소송에 나서 최근 법원으로부터 승소판결을 받아낸 뒤 중학교'기숙사'강당 등을 전격 철거했다.

이 회사 대표는 "토지를 재매입해준다는 약속만 믿고 토지사용을 승낙했는데 학교법인 측은 처음부터 약속을 지킬 뜻이 없었다. 땅을 돌려받아도 현재 토지가 학교 용지로 지정돼 전혀 재산권 행사를 할 수 없어 피해가 엄청나다"고 하소연했다.

학교법인 측은 "부동산 교환방식으로 시행사가 나서 학교이전 사업이 추진됐기 때문에 학교 측의 직접적 책임은 없다"며 "원만한 합의를 보겠다"고 했다.

구미 정창구 기자 jungc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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