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급식으로 앞서가는 경북] <2> 학생들 건강지킴이

입력 2015-03-26 05:00:00

할아버지 키운 농산물 손자 학교에…'싱싱 식재료, 씽씽 아이들'

친환경 학교급식이 전면 실시되면서 가장 큰 변화를 체감하고 있는 곳은 다름 아닌 학생과 학부모다. 친환경 학교급식은 아이들에게 균형 잡힌 영양을 제공하는 것뿐만 아니라 바람직한 식생활 정착과 지역공동체 회복에도 기여한다. 아이들은 지역의 건강한 재료를 먹으며 지역과 자신들이 연결돼 있음을 깨닫는다. 그러나 아직 친환경 식재료의 공급 기반이 취약하고 지역 농산물의 비중이 높지 않은 점은 해결 과제로 꼽힌다.

◆"한결 건강해지는 느낌이에요"

23일 낮 구미시 도량1동 구미중학교 급식소. 오전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급식소로 밀려들기 시작했다. 학년별로 줄을 선 아이들은 왁자지껄 떠들며 식판에 음식을 담았다. 이날 식판에 올려진 음식은 잡곡밥과 훈제오리, 고추된장무침, 부추양배추냉채, 배추김치, 생야채 등 반찬 6가지. 이 가운데 쌀과 고추, 부추, 양배추, 깻잎 등 채소류는 모두 친환경 농산물이다.

"친환경 농산물을 먹으니까 건강해지는 느낌이에요. 믿고 먹을 수 있어서 정말 좋아요." 쉬지 않고 젓가락을 놀리던 장동욱(16) 군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함께 식사를 하던 김준석(16) 군도 "친환경 농산물로 바뀐 이후에 급식이 더 싱싱해진 느낌이 든다"고 거들었다.

구미중학교는 지난해 5월부터 급식재료로 친환경 농'축산물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한두 개 품목에 그쳤던 친환경 식재료는 올 들어 쇠고기와 돼지고기 등 축산물 2개 품목과 농산물 42개 품목이 공급되고 있다. 주로 감자와 고추, 청량고추, 깻잎, 마늘, 부추 등 신선채소들이다. 고춧가루는 의성과 영양의 계약재배 농장에서 생산한 제품이고, 생강은 안동, 쌀은 구미에서 왔다. 김치도 구미 고아읍의 김치공장에서 만든 제품이 들어온다. 다음 달부터는 오이와 부추, 당근, 새송이, 양송이, 팽이버섯 등도 구미에서 생산된 것이 공급된다.

친환경 농산물의 품질도 크게 나아졌다. 가격에 비해 크기나 모양 등 품질이 떨어졌던 친환경 농산물은 일반 농산물과 육안으로 구분이 힘들 정도로 개선됐다. 식재료에 대한 신뢰도도 확 높아졌다. 지역급식센터에서 공급하는 친환경 농산물은 생산 이력 조회가 가능하기 때문에 수입 농산물이나 저질 식재료가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다.

이 학교 이순진 영양교사는 "친환경 농산물은 학생들의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농가 소득 증대와 환경 보호에 큰 도움이 된다"면서 "친환경 식재료를 선호하는 학생들의 요구도 높다"고 말했다.

◆학생'학부모가 더욱 원하는 친환경 급식

친환경 농산물에 대한 욕구는 음식을 먹는 당사자인 학생들이 더 강하다. 대구경북연구원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경상북도 친환경 농산물 학교급식 활성화 방안'에 따르면 경북 지역 초'중'고교생 1천512명 가운데 중고생의 35.5%, 초등학생의 46.4%는 친환경 농산물을 식재료로 사용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응답한 영양교사 403명 중에서는 5.7%만이 '친환경 농산물을 반드시 사용해야 한다'고 답했다.

학생들은 우수 식재료의 조건으로 친환경'로컬푸드를 꼽았다. 중'고교생 중 31.3%는 우수 식재료의 조건으로 친환경 농산물을 들었고, 23.4%는 지역 농산물을 가장 중시했다. 이에 비해 영양교사는 각각 19.7%와 20.0%만이 친환경 농산물과 지역 농산물이 좋은 식재료라고 응답했다. 학생들이 갖고 있는 친환경 농'축산물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훨씬 강한 셈이다.

할아버지가 예천에서 농사를 짓는다는 윤동규(16) 군은 "친환경 농산물로 만든 음식을 먹을 때마다 할아버지가 직접 키운 작물을 먹는 느낌이 들어 기분이 좋다"면서 "부모님도 친환경 농산물이 건강에 좋으니까 많이 먹으라고 권한다"고 말했다.

학부모들도 친환경 학교급식이 더욱 확대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구은희(49) 구미중학교 학교급식소위원회 위원장은 "학교 급식 식재료에 대한 불신이 깊었는데 친환경 농산물은 마음 놓고 믿고 아이들에게 먹일 수 있는 식재료"라며 "친환경 식재료의 공급을 더 늘리고 수산물에 대한 검증을 강화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역 농산물 확대는 숙제

그러나 아이들의 식판에 친환경 식재료를 더 올리기엔 걸림돌도 적지 않다. 부족한 예산과 취약한 공급 기반은 가장 큰 장애물이다. 경북도는 올 들어 학생 1인 1식 기준으로 평균 340원을 지원하고 있다. 친환경 쌀을 구입하면 20㎏당 1만원을 주고, 농산물과 소'돼지고기는 학교 공급가의 50%를 지원한다. 이보다 더 친환경 식재료를 늘리려면 부담은 고스란히 학부모들에게 돌아간다.

친환경 농산물의 공급 기반 확충도 시급하다. 친환경 농산물을 구입하고 싶어도 물량이 없거나 너무 가격이 높아 구입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지난해의 경우 학교급식지원센터를 통해 구입한 친환경 식재료는 전체 식재료의 24.9%에 불과했다. 각급 학교는 여전히 민간의 식자재 유통업체를 통해 상당수 식재료를 공급받고 있다.

경북도 내에서 생산된 로컬푸드의 공급 규모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절반이 넘는 학교에서 지역 농산물의 사용 비중이 15%에도 못 미치고 있는 탓이다. 이 때문에 지역 농산물의 종류를 확대하는 것은 물론, 수요에 맞게 적절한 양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경북도 최웅 농축산유통국장은 "각 시'군의 학교급식센터를 중심으로 지역 농산물의 비중을 늘리고 있다"면서 "올해 계약재배 농장이 확대되고 본격적인 물량 공급이 이뤄지면 지역의 친환경 농산물 공급 규모도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 사진 장성현 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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