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실에서-청소년] 아이가 물건이나 돈을 훔쳐요

입력 2015-03-26 05:00:00

◇고민=전 초등학교 2학년 아들을 둔 엄마입니다. 최근에 우리 아이가 문방구에서 남자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 딱지를 집어 갔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1학년 때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친구들 책과 물건을 가져갔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 화가 나서 심하게 매를 댄 적이 있습니다. 그 후로도 제 지갑에서 돈을 꺼내 가 크게 혼을 내기도 했습니다. 그때마다 잘못했다고 눈물을 흘리며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는데 이번에 또 이런 일이 생겨서 너무 속상합니다.

'바늘 도둑이 소 도둑 된다'는 속담처럼 우리 아이 행동이 더 심해질까 걱정이 많습니다. 아이의 행동을 고칠 방법은 없을까요?

◇해법=어릴 때 경찰 놀이를 한 경험이 있을 겁니다. 경찰 역할보다 도둑 역할을 했을 때가 더 신나고 즐거웠습니다. 왜냐하면 도둑은 멀리 달아날 수 있고, 물건을 마음대로 집어서 도망갈 수 있었거든요. 물론 이것은 놀이이고, 일상생활에서는 주인 허락 없이 남의 것을 가져오는 행동은 문제가 되는 행동입니다. 그런데 남의 물건을 허락 없이 가져오는 행동은 어린아이들에게서 매우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대부분 아동은 성장하면서 남의 물건을 훔치는 경험을 하는데, 한 조사에 따르면 아동의 90% 이상이 물건을 훔쳐본 경험이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일시적으로 훔치는 행동과 달리 습관적으로 훔치는 아동은 도움이 필요합니다.

아동이 물건을 훔치는 행동의 원인은 환경적 요인과 개인적 요인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환경적 요인에는 가정환경, 학교환경, 지역사회환경 등이 포함되고, 개인적 요인에는 소유관념의 결핍, 욕구충족, 열등감 보상, 주변 사람(부모, 선생님, 친구)의 관심유도, 복수심의 표현, 소속욕구의 만족, 놀이로 인식, 병적 상태 등이 포함됩니다.

아동의 행동수정을 위해 무엇보다 훔치는 행동이 어떤 원인에 기인한 것인지 확인하는 것이 우선 되어야 합니다.

이 아동은 1학년 때 친구들 물건을 슬쩍 가져온 첫 경험에 대한 엄마의 과도한 반응이 아이에게 지나친 죄책감과 수치스러움을 느끼게 했습니다. 이것은 아이의 자존감 형성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따끔하게 야단을 치고 매로 때린 엄마의 처벌 방식이 아이는 혼나면서 자신의 잘못이 용서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엄마의 지갑에서 돈을 훔친 일로 심하게 야단치고 체벌을 가한 것 또한 아이는 면죄부를 받은 것으로 생각해 문제행동을 강화시킨 결과를 가져온 것입니다. 체벌이 오히려 아이의 행동을 합리화할 빌미를 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엄마가 자신을 심하게 대한 것에 불만을 느끼게 됩니다.

아이가 남의 물건을 가져오거나 지갑에서 돈을 꺼내 가는 행동을 할 때 차분하게 평정을 유지하기는 정말로 어렵겠지만, 그럴수록 절대 과잉 반응을 보여서는 안 됩니다.

부모의 과잉 반응이나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대처 방식이 아니라 아주 진지하고 깊게 생각하는 부모의 태도가 중요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아이의 행동을 수정해 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이가 가져온 친구의 책이나 물건을 다시 돌려주고 사과하게 합니다. 아이에게 허락 없이 남의 물건을 가져왔을 때는 반드시 그것을 돌려주거나 돈으로 물어줘야 한다는 것을 정확하게 인식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자신이 어떠한 행동을 하면 항상 그에 따른 결과가 발생한다는 것을 가르쳐 주는 것입니다.

아이도 나름대로 사고 싶은 것도 있고, 친구들과 서로 돈을 써야 할 때도 있습니다. 아이들도 돈이 필요할 수가 있으니, 규칙적으로 용돈을 주어 관리하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아니면 아이가 손쉽게 할 수 있는 엄마 심부름하기, 아빠 구두 닦아주기, 자기 방 청소하기 등을 통해 용돈을 벌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아이는 자신의 힘으로 정당하게 돈을 번 경험을 통해 돈의 소중함과 성취감, 물건을 가질 방법에 훔치는 방법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 등을 배우게 됩니다.

이 아동은 엄마의 지나친 규제로 자신의 행동에 대해 인정받은 경험이 없었습니다. 자신은 부모로부터 사랑과 인정받지 못하는 아이라는 생각을 늘 하고 있는데, 돈이나 물건을 훔쳐 친구들이 영웅처럼 대하는 관심이 훔치는 행동을 계속하게 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 것입니다.

부모의 명령, 지시, 강요는 아이의 정서적 발달과 이해기능을 떨어지게 할 수 있습니다.

우선 엄마는 아이에게 그동안 관심과 사랑을 충분히 표현하지 못했던 것에 대해 미안하다고 진심으로 사과할 필요가 있습니다.

부모는 아이의 감정을 헤아릴 줄 알아야 하며, 지지해주고, 지켜봐 주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혼내고 처벌하는 것보다는 아이와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는 시간과 조건 없는 공감을 표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겠습니다.

진현숙(경북대 아동가족학과 상담학 박사과정)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