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창] 잠이 보약이다

입력 2015-03-25 05:00:00

충분한 수면은 어느 정도일까? 개인습관에 따라 조금씩 다르겠지만 성인의 경우 연속으로 6, 7시간이면 충분하다. 심한 스트레스를 받거나 잠자리가 불편하고 수면에 방해를 받으면서 신체 균형이 깨지는 첫 번째 신호는 변비나 배변장애다. 수면이 부족하면 신체 리듬이 깨지고 배변이 시원하지 않으면 활동해야 하는 낮 동안 내내 어떻게 속을 비울지 조바심마저 든다. 수면부족이 오래 지속되면 항문주변이 불편해지고 혈관이 불거지는 치핵이나 심하면 항문주위에 농양이 생길 수도 있다. 후유증으로 치루가 발생하기도 한다. 항문질환이 있으면 일상의 일에 집중하기가 어려워진다. 속이 편하면 신체의 각 부분이 편해지는 것을 느낀다.

수면이 부족하면 입술에 단순포진이나 체간에 대상포진도 잘 생긴다. 단순포진이나 대상포진은 심한 스트레스나 피로 혹은 면역력이 저하된 사람들에게 잘 발생한다. 단순포진이나 대상포진을 일으키는 원인은 헤르페스(herpes) 바이러스가 말초신경을 침범하여 일어난다. 바이러스가 말초 신경을 침범해 자극을 하니까 피부가 따갑고 아리는 통증이 있다. 최근 발표된 논문에 의하면 한국인의 1천 명당 연간 대상포진 감염자 수는 10.4명으로 유럽, 미국, 호주 및 아시아 다른 나라의 연간 4~4.5명보다 두 배가 넘는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빡빡한 삶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사람의 신체균형은 밝은 낮에 활동하고 어두운 밤에는 잠을 자도록 오랫동안 길들여져 왔다. 이 활동일 주기는 식물과 동물, 균류 심지어 박테리아까지 포함된다. 지구 상의 생명체들은 생화학적'생리학적 또는 행동학적 흐름이 24시간을 주기로 살아가도록 설정돼 있다. 활동일 주기는 지구 자전에 따른 빛의 세기 변화에 생명체가 순응하는 생리현상이다. 1879년 에디슨에 의해 전기가 발명된 이후 지금까지 전기가 인류에 안겨준 혜택은 헤아릴 수 없이 크고 많다. 전기는 인간에게 밤을 낮과 같이 활동하도록 변화시켰다. 전기는 기업에서는 밤을 대낮처럼 밝혀 사람들을 일하게 하고 학생들을 밤늦도록 공부할 수 있게 했지만 잠을 부족하게 만들고 낮 동안에 졸게 하는 등 신체 고유의 활동일 주기를 깨도록 내몰았다. 활동일 주기에 따른 적당한 정도의 일과 자극은 수면에 도움이 되지만 활동일 주기를 깨는 과도한 운동과 자극은 신체에 스트레스로 작용하며 수면에도 방해가 된다.

대수술을 받은 환자들이 수술 후 외래진료실에서 물어오는 가장 흔한 질문은 '무엇을 먹어야 하고 무엇을 먹지 않아야 하는지'에 관한 것이다. 그때마다 "꼭 찾아드셔야 하고 꼭 피해야 할 음식은 없습니다. 평소에 입에 맞는 것으로 균형잡힌 식사를 하시도록 하세요. 그리고 수면을 충분히 취하도록 하세요"라고 대답한다. 가벼운 등산이나 적당한 운동을 하면 스트레스도 줄일 수 있다. 균형잡힌 식단으로 과하지 않을 정도의 양을 섭취하고 잠을 잘자는 것보다 좋은 보약이 있을까?

계명대 동산병원 외과 강구정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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