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견숙의 에세이 산책] 대구, 인문학 중심 도시를 꿈꾸다

입력 2015-03-24 05:00:00

카피라이터도, 요리사 기업인까지. 최근 너도나도 '인문학'을 말하는 시대다. 인문학 열풍을 반영하듯, 올해 대구 교육의 역점 추진 과제 중 하나도 바로 인문학 교육이다. 사람을 따뜻하게 만드는 인문학. 올해 초 고전 중심의 인문도서 목록 359권을 발표한 바 있는 대구시교육청은 각 학교에서 인문토론 동아리를 반드시 개설해 운영하도록 운영 경비를 지원한다. 또 최근 교사 인문학 동아리 100개를 공모 및 선발했다. 앞으로 동서양 고전을 활용한 체험 중심 독서활동 프로그램인 '인문학 서당'이 지속적으로 열리고, 북 콘서트와 세미나 등을 통해 모든 학생이 12년의 학교생활 동안 100권의 인문도서를 읽고, 100번 토론하고, 그 성장의 결과를 1권의 책으로 남기도록 하는 '인문학 100-100-1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다. 교육부 역시 예산을 수십억원으로 크게 늘려 올해 인문학 교육 대중화를 위해 힘쓰고 있다.

사실 나는 인문학을 가르친다는 것, 특히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인문정신을 함양시켜 준다는 점에 대해 많은 의문을 가져왔다. 문화융성의 힘을 가졌다는 인문학이 무엇인지, 나 스스로 아직 명쾌하게 감이 오지 않아서가 가장 큰 이유였다. 학생들이 그런 인문학을 알고 또 제대로 받아들여 향유할 수 있는 발달 과정에 있는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던 것이다. 또한 사람의 근원적인 문제를 고민한다는 인문학 교육이 이제까지의 교육과 어떤 다른 점이 있는지 역시 여간 알쏭달쏭한 것이 아니기도 했다. 작금의 현실, 즉 대학과 일터 곳곳에서 외면받는 한편으로 인문적 삶을 논하는 상황도 역설적이고 말이다.

대구시교육청은 올해 5급 지방공무원의 승진 심사에 인문학 이수제를 도입하고, 내년부터는 교원임용시험과 교육청 지방공무원 신규 채용 시인문학적 소양을 검정해 반영한다는 파격적인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수험생들 입장에서는 여지없이 '공부할 과목'이 한 과목 더 늘어난 셈이다. 벌써 논어, 명심보감, 에밀 따위를 읽고 발제와 토론을 하는 인문학 스터디를 꾸린 학생들이 많다고 들었다. 이러한 시도가 인문 소양을 갖춘 교원, 그리고 공무원을 선발할 수 있을지는 정말 진지하게, 함께 고민해 볼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을 가장 먼저 생각하는 사람, 그런 삶, 그런 세상을 인문학으로 이뤄낼 수 있다면, 이 모든 시도는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 작금의 인문학에 대한 갈증 역시 어쩌면 이런 '사람다운 사람'에 대한 그리움에서 시작된 것이 아닐까? 덮어놓고 가르치거나, 머리로만 외우려 드는 것. 그것은 정말이지 인문학이 아니다. 교사건 학생이건 수험생이건 일단 함께 모여서 인문학이 뭘까, 같이 머리를 맞대어 보아야 한다. 바로 그런 환경을 만들어 내어야 대구시교육청은 '인문학 중심 도시 대구'의 꿈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다.

도원초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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