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중동 순방에서 아랍에미리트(UAE)와 할랄식품 분야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면서 우리 산업계에 '할랄'이란 단어가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할랄식품은 소'닭'양 등의 가축을 이슬람 율법에서 정한 방법에 따라 도축한 것을 뜻한다. 가공'포장'운송'보관 등 제조'유통 과정 전반에서도 비할랄인 것(하람)과 격리돼야 한다.
할랄식품 생산기업은 이외에 무슬림 할랄 관리자를 고용해야 하는 등 까다로운 기준을 거쳐야만 인증마크를 받을 수 있다. 매머드급 규모인 세계 할랄 시장에 우리 식자재가 정착할 경우 식품산업은 물론 농촌 문제까지 한 방에 해결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할랄 시장은 '황금 시장'
관련업계의 자료를 종합해 보면 2012년 할랄식품'음료시장 매출 규모는 약 1조880억달러에 달하며 이는 전 세계 식품'음료시장의 16.8%를 차지하는 규모다.
2018년에는 1조6천260억달러로 6년 만에 50%에 가까운 성장이 기대되고 있으며, 2020년 무슬림 인구는 전 세계 인구의 25%에 달할 것으로도 전망된다.
따라서 2018년 할랄 식'음료 시장은 세계 시장의 17.4%까지 확대된다. 지역별로 보면 2012년 기준으로 가장 규모가 큰 시장은 중동'북아프리카로 2천370억달러, 그다음은 동아시아 2천290억달러, 남아시아 1천770억달러 등이다.
지난 17일 농협경제연구소는 '세계 할랄 농식품 시장의 확대와 시사점'이라는 연구 보고서를 통해 "세계 할랄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므로 정부와 농식품 제조업체들은 할랄인증을 확대하고 무슬림들이 선호하는 식품을 연구'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할랄의 인기 비결
할랄식품이 되려면 '3무(無)'를 충족해야 한다. 독이 없고, 정신을 혼미하게 하지 않아야 하며, 위험하지 않아야 한다. 식품안전성을 우선시하는 현대인들의 욕구와 제대로 맞아떨어지는 셈이다. 육류의 경우 엄격한 도축 과정을 지켜야 한다. 동물의 동맥'정맥을 한번에 정확히 끊고 피를 완전히 빼는 과정을 거친다. 도축 직전의 소'양'닭은 건강하게 살아 있어야 한다. 도축 전에 썩거나 병 들어 죽은 고기는 먹어서는 안 된다.
할랄식품이 안전한 것으로 여겨지는 또 다른 이유는 청결한 생산설비에 있다. 식재료의 가공'포장'운반'보관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서 위생을 엄격하게 지켜야 한다.
할랄식품에는 비할랄식품이 조금이라도 들어가서는 안 된다. 식재료가 비할랄 제품과 접촉하는 것만으로 오염된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독이 있거나 해가 되는 곤충(이'파리'구더기)과 해충(쥐'지네'전갈), 동물의 배설물'피'타액 등 이슬람법에서 불결하게 여기는 것들이 없는 위생적인 환경이어야 한다. 인증 검사에는 중금속'수질'방사능 오염 검사 등 인체에 유해한지 여부를 가리는 안전검사까지 포함된다.
◆국내 문제 해결책
할랄식품을 소비하는 이슬람권 지역은 대부분 고온다습한 기후에 사막지대가 많아 농업이 발달하기 어렵다. 농산물은 밀'올리브'대추야자 등에 국한돼 대부분 농식품을 수입하는 실정이다. 이런 곳에 국내 농산물이 수출된다면 국내 식품산업은 물론이고 열악한 농가 소득 문제도 동시에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쌀을 예로 들어보자. 쌀도 할랄식품이다. 일본은 이미 말레이시아에 수출하는 쌀에 할랄인증을 받도록 해 현지에서 꾸준한 판매실적을 내고 있다. 브랜드 파워를 앞세워 말레이시아에 먼저 진출한 일본의 경우, 경쟁상대이기는 하지만 단립종 쌀의 인지도를 높였다는 점에서는 한국 쌀 진출의 긍정적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말레이시아는 자국 내 쌀 소비 증가 추세를 자국 생산만으로 메우지 못하고 있어 전체 쌀 수입량 또한 늘고 있다. 소비량의 30~40%를 수입 쌀에 의존하고 있다.
주요 수입국은 베트남과 태국으로, 중'장립종 쌀이 그 대상이다. 말레이시아인 대부분이 단립종(한국 쌀)보다 장립종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립종은 '고급종'으로 먹힌다. 일식당 등 동북아권 고급 식당에서 주로 쓰이는데, 이 같은 식당이 최근 들어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이는 한국 쌀의 꾸준한 수요처가 돼 줄 기반이 넓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신호이다.
현재 말레이시아로 수출되는 우리 쌀 대부분(85%)은 한인마트로 가는데 최근 한류의 영향이 확산되면서 한인마트 내 수요가 늘고 있다고 한다.
박상전 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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