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 강의에 귀 쫑긋…고교생은 질문을 쏟아냈다

입력 2015-03-23 05:00:00

칠성고 '미리 듣는 대학강의' 마련…협동조합 소속 전·현직 교수가 특강

칠성고가
칠성고가 '교수님께 미리 들어보는 대학 강의'라는 주제로 10회에 걸쳐 석학들의 특강을 마련해 화제다. 첫 특강에 나선 김민남(가운데) 전 경북대 교수와 강의에 참석한 학생들 모습. 칠성고 제공

'고교생들, 석학들과 마주 보다.'

대구 칠성고등학교(교장 오영국)가 학생들의 시야를 넓혀주려고 석학들과 만나는 자리를 마련해 눈길을 끌고 있다.

칠성고는 '교수님께 미리 들어보는 대학 강의'라는 주제로 10회에 걸쳐 특강을 운영 중이다. 이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위해 칠성고는 전'현직 대학교수들이 모여 만든 사회적협동조합 '지식과 세상'(이사장 김민남)과 손을 잡았다. 이 조합 소속 교수들이 진행하는 특강은 전공 교과에 대한 소개와 특정 주제를 정해 강의하는 형식으로 이뤄진다. 진로 탐색과 학문적 욕구를 함께 충족시켜주려는 프로그램인 셈이다.

19일 김민남 전 경북대 교수(교육학 전공)가 칠성고 시청각실에서 '루소의 에밀 & 페스탈로찌의 국민교육론 입장에서 본 한국의 교육'이라는 주제로 첫 강의를 진행했다. 130여 명의 학생들과 교사, 학부모들로 시청각실은 가득 찼다.

김 전 교수의 강의는 고교생이 소화하기에 다소 어렵고 딱딱하게 느껴질 수도 있었지만, 학생들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강의가 끝난 뒤에도 20여 명이 질문을 쏟아내 특강이 1시간가량 더 이어져야 할 정도했다.

손현하(1학년) 학생은 "입시 위주의 암기 교육을 떠나 현실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아보는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게 마음에 와 닿았다"며 "열심히 공부해 자유롭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데 힘을 보태는 신문기자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이도형(3학년) 학생은 "학교와 학원에서 쉽게만 가르치겠다는 풍토가 결국 학생들로 하여금 스스로 공부하는 힘을 잃게 한다는 말씀이 인상적이었다"며 "선생님의 수업을 듣고 스스로 정리, 이해하는 훈련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김 전 교수에 이어 6월 11일 강덕식 전 경북대 의과대 교수의 '의학과 인술, 인간과 사회를 이해하는 의사가 되자'까지 다양한 분야에 걸쳐 9차례 더 강의가 이어진다.(표 참조)

학생들뿐 아니라 강단에 선 김 전 교수도 고교생들과의 만남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그는 "학생들이 다소 어려워하지 않을까 걱정했던 것도 사실인데 다들 열심히 듣고 난 뒤 '그만 하자'고 할 정도로 질문을 많이 해 놀랐다"며 "앞으로도 지식으로 수익을 얻고, 그 수익을 다시 사회에 환원하는 데 힘쓰겠다"고 했다.

아무리 좋은 강의라도 한 번 듣고 잊어버리면 소용없는 법. 칠성고는 강의가 마무리되면 학생들에게 A4 용지 1장에 소감을 자세히 적어 정리하게 한다. 또 학생들의 반응이 특히 좋았던 강의는 10회 특강이 모두 끝난 뒤 3시간씩 5회 정도 더 진행할 예정이다.

이 프로그램을 기획한 박용기 교사는 "학생들에게 재능과 적성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일정한 주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기회를 주려고 마련한 강의"라며 "못다 한 질문을 잊지 말고 스스로 답을 찾아보려고 노력한다면 학교생활이 즐겁고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했다.

채정민 기자 cwolf@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