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실적 '빅 점프', 지역민에 '빅 서비스'…취임 한돌 박인규 대구은행장

입력 2015-03-20 05:00:00

'미스터 빅 점프'로 변신 중인 박인규 대구은행장이 취임 1주년을 맞아 지역과의 상생을 다짐하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경영성과가 참 좋은 데 뭐라 표현할 방법이 없네요!"

취임 1주년(21일)을 앞둔 박인규 대구은행장의 표정은 밝았다. 은행의 미래 추진동력으로 여겨 지난해부터 추진했던 DGB생명 인수 건도 마무리했고, 유상증자'베트남 호찌민 사무소 개소 등 굵직굵직한 현안들을 해결해 표정과 말투에는 여유가 넘쳤다.

며칠 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로 금융권에 비상이 걸렸지만 아랑곳 않는 모습이다. 조금은 초췌하고 위축된 듯 보였던 몇 달 전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행장님 제정신입니까?" 지난해 말 유상증자를 추진하면서 주주들로부터 수없이 들어야 했던 말이다. "평생 들을 욕을 그때 다 들은 것 같습니다. 정말 외롭고 힘들었습니다. 15년 만에 증자를 하는 것이라 주주들의 반발이 거셌지요. 우리 은행의 특성상 투자회사들이 많은 것도 증자에 걸림돌이었습니다. 주주들을 일일이 만나 무조건 고개 숙이고 사과했습니다. 은행 발전을 위한 결단이었다는 점을 안 주주들이 서서히 증자에 동의했습니다."

DGB생명 인수도 험난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은행의 수익구조 다변화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었다. 단순히 금액의 문제뿐만이 아니라 기업문화 자체가 전혀 다른 이질적인 두 집단의 결합이었다. DGB생명의 전신인 우리아비바가 내건 조건도 까다로웠다. 포기할까도 생각했었지만 특유의 뚝심을 발휘해 대구은행 식구로 맞이했다.

그러나 박 행장을 가장 힘들게 한 것은 지난해 말 효율화'슬림화를 위해 단행한 구조조정이었다. 올 초에 회사를 떠난 이들만 69명. 창사 이래 최대 규모다.

"가슴이 많이 아팠습니다. 아직 능력 있는 인재들을 내보내야 한다는 생각에 며칠 밤을 설쳤습니다. 아는 업체에 사정이라도 해서 재취업시켜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때부터 박 행장은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전화로 취업을 부탁하고, 안 되면 직접 찾아가서 통사정했다. 몇 달 안 돼 명예퇴직한 직원 중 40여 명이 공기관이나 기업체에 재취업할 수 있었다. '대구은행 출신은 최고'라는 직원들에 대한 믿음과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 믿음이 굵직굵직한 현안을 해결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기도 했다.

이런 자신감과 노력이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 "올 들어 대출 건수나 금액, 방카슈랑스, 퇴직연금 등 모든 분야에서 기대 이상의 실적을 올리고 있습니다. 실적이 참 좋긴 한데 (기업공시제도 때문에) 표현할 방법이 없어 안타깝습니다."

은행 안팎의 평가도 다르지 않다. 지난해 유상증자 때 1만원대까지 내려갔던 주가도 상당 부분 회복하고 있다. 저금리 탓에 정기예금 감소세임을 감안하면 큰 성과다. 취임 초부터 스스로 '미스터 점프'라고 부르며 현장을 뛴 결과다.

특히 직원과의 소통을 위한 번개팅은 유명한 이벤트다. "틈만 나면 현장을 찾고 직원들을 만나려고 노력합니다. 그런 자리에서 일 얘기는 일절 안 합니다. 만날 장소와 사람 모두 전적으로 직원들에게 맡깁니다. 어렵게 행장을 만나 스트레스받으면 안되니까요."

취임 후 지금까지 이런 식으로 전국 330개 점포의 약 90%인 300여 곳을 직접 방문했다. 매일 한두 곳의 점포를 찾은 셈이다.

취임 1년 만에 적잖은 성과를 올렸지만 상황은 여전히 만만치 않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로 은행 수익성 보장이 어렵고, 지역경기는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않으며, 시중은행과의 경쟁도 갈수록 거세진다. 오랫동안 라이벌인 부산은행의 최근 행보도 심상찮다.

그래서 올해는 '미스터 점프'(Mr jump)에서 '미스터 빅 점프'(Mr Big jump)로 변신 중이다. 마침 박인규의 영문 이니셜이 'BIG'과 닮았다. 경영목표를 '내실 있는 도약'으로 정하고 '스마트한 성장, 경영 효율화'에 나선다. 박 행장의 빅 점프는 지역민에게 빅 서비스로 이어질 전망이다. "매년 수익의 10%를 지역발전과 봉사활동을 위해 기부하고 있고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역민들의 따뜻한 사랑에 비하면 여전히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지역발전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최창희 기자 cch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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