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6시 울진군 북면 신한울원전 1, 2호기 공사장. 남문 출입문 주변은 일을 마치고 퇴근하는 건설 인력들로 붐볐다. 근로자들은 출퇴근 시간을 확인하는 카드인식기에 전자카드를 찍은 뒤 통근버스에 오르거나 개인 차량으로 퇴근길에 나섰다. 북면이나 죽변으로 통하는 유일한 도로인 옛 7번 국도는 1천여 대에 달하는 퇴근 차량 행렬로 극심한 정체를 빚었다. 일부 구간은 차량이 뒤엉켜 주차장을 방불케 할 정도다.
교통 오지인 울진이 전국에서 몰려든 3천여 명의 원전 건설 인력들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현재 울진에는 신한울원전 1, 2호기가 건설 중이다. 현재 가동 중인 한울원전 1~6호기의 직원 1천800여 명까지 가세해 젊고 역동적인 지역으로 변신하고 있다.
북면과 접한 강원도 삼척시 원덕읍 호산리의 화력발전소와 LNG 생산기지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수백 여명의 인력들도 저녁이면 북면의 식당가를 누빈다.
신한울 1, 2호기 공사장 인근인 북면 고목리와 신화리, 죽변면 후정리 일대에는 조립식 근로자숙소를 운영하는 업자들이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숙소는 19㎡ 크기의 '2인 1실'이 기본이다. 적게는 20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유치한 '기업형 숙소'도 5곳이나 된다.
죽변면 후정리에서 근로자 숙소를 운영하는 지진숙(59) 씨는 "1인당 월 20만원을 받고 20명에게 잠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TV와 냉장고, 샤워실 설치는 기본"이라며 "아침'저녁 식사를 제공하는 숙소는 월 이용료가 1인당 60만원을 호가한다"고 말했다.
노무자 100명 이상을 입주시킨 대형 숙소 10여 곳은 숙식 제공은 물론 노래방 시설까지 갖추고 있고, 입주자들이 주문하면 전문 식당에서 음식 배달도 가능하다. 심지어 죽변의 다방 여종업원들은 1시간당 3만원을 받고 '출장 배달'을 와서 노래 도우미로 활동한다.
근로자들은 공사장에 배달되는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한다. 식대는 원전이 부담한다. 덕분에 도시락 업체들도 성업 중이고 농수산물을 납품하는 상인들도 덩달아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북면 부구리의 식당 주인 장희자(50) 씨는 "점심 때 원전 손님이 없어서 섭섭하지만 저녁에는 노무자들과 삼척에서 넘어온 건설 인력까지 더해져 손님이 꾸준하다"고 했다.
북면을 비롯한 울진군의 식당가와 쇼핑점도 대도시 못지않다. 최신 시설의 식당과 카페, 편의점, 국내 유명 브랜드의 의류점들이 성업 중이다. 지난해 4월 입사해 한울원전본부에서 근무하는 남재원(28) 씨는 "퇴근 후 동료들과 북면에서 레스토랑과 카페 등을 돌며 흥겨운 시간을 갖는다"고 했다. 그는 "대도시와 비교해 손색이 없는 양식 메뉴와 시설을 구비한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고, 바다와 접한 전망 좋은 카페에서 휴식을 취하며 오순도순 얘기꽃을 나누는 게 일상"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한울원전으로 발령받은 신규 직원은 260명이고, 올해도 120명이 배치되는 등 젊은 층도 꾸준히 늘고 있다.
울진군도 원전 가동과 건설 혜택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지난해 한울원전이 납부한 지방세는 287억원이다. 한울원전의 사업자 지원 사업비와 울진군의 기본지원 사업비도 각각 144억원에 이른다. 원전 덕분에 울진군에는 연간 최소한 570억원이 넘는 예산이 더 지원되는 셈이다. 원전 가동에 따른 울진개발 8개 대안사업비 2천800억원까지 포함하면 울진은 유독 돈이 넘치는 셈이다.
울진은 담뱃값 인상에도 불구하고, 담배소비세 징수 규모가 오히려 74%나 폭증했다. KT&G 울진지점 관계자는 "다른 직종의 임금 근로자들에 비해 수입이 많은 원전 직원들과 근로자들 덕분에 담배 소비가 오히려 급증하고 있다"면서 "우리로서는 이들이 정말 '효자'"라고 말했다.
울진 강병서 기자 kb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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