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비리에 몹시 진노"
1970년 10월 25일 당시 박정희 대통령 가족은 포스코(당시 포항종합제철)를 방문했다.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안내를 받으며 가족은 연신 즐거운 미소를 지으며 제철소를 둘러봤다.
여고생이던 박근혜와 근영, 그리고 초교생이던 지만은 당시 박종태 초대 제철소장의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산업의 쌀' 철을 통해 대한민국의 비전과 미래를 읽은 여고생은 대한민국 대통령이 됐고, 아이러니하게도 아버지가 그토록 사랑한 포스코에 사정의 칼을 겨눴다.
박 대통령은 아버지가 박태준 회장을 통해 포항 모래밭에 일군 영일만 신화 포스코에 대해 특별한 애정이 있다. 박 대통령은 아버지와 함께 포스코를 3차례, 국회의원이 돼서도 3차례 방문했다. 그만큼 포스코를 사랑했고, 아버지와 박태준 명예회장의 뜻을 기렸다.
포스코는 박정희 대통령의 결심으로 1965년 한일협정 타결 후 일본이 우리나라에 제공한 대일청구권 자금 가운데 일부로 만들어졌다. 민족의 피가 서려 있기에 박정희 대통령은 1970년 기공식부터 1979년까지 13번이나 찾았다. 포스코 역사는 박태준을 빼놓고 말할 순 없지만 박정희가 아니었으면 박태준도 포스코도 없었다.
정부의 지배 아래 있던 포스코는 2000년 김대중정부 시절 산업은행이 포스코 지분 36%를 매각하면서 민영화됐다.
하지만 정권마다 오너가 없는 포스코를 전리품처럼 여겼다. 이명박정부 시절 포스코 뜯어먹기는 최정점에 달했다. 박태준 명예회장이 이구택 회장의 후임으로 윤석만 전 사장을 지목했지만,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서 구도가 틀어졌다.
경영이 아닌 정치로 회사를 운영한 결과는 포스코에 창사 이후 최대의 시련을 줬다. 박정희 대통령이 외압에 흔들리지 말고 대한민국 경제의 중심이 되라는 의미에서 그 유명한 친필사인이 담긴 '종이마패'까지 내줬지만 바뀌는 정권마다 포스코 독립을 묵살했다.
박정희 대통령이 민족의 피를 자본 삼아 만들어놓은 포스코가 이명박 정권의 놀이터가 된 것을 박근혜 대통령이 그냥 내버려두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포스코의 한 퇴직 임원은 "정권 핵심인사들의 사리사욕을 챙기는 창구로 포스코가 전락한 데 대해 박 대통령이 몹시 진노하고 있다는 얘기가 있다"고 했다.
포항의 한 상공인은 "박 대통령의 포스코에 대한 애정을 잘 안다. 그래서 이번 검찰수사가 박 대통령의 애정 어린 회초리가 됐으면 하는 게 많은 이들의 바람"이라고 했다.
포항 박승혁 기자 psh@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전광훈 "대선 출마하겠다"…서울 도심 곳곳은 '윤 어게인'
이재명, 민주당 충청 경선서 88.15%로 압승…김동연 2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