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팽의 야상곡을 첼로 연주로 들으며 에스프레소 한 잔! 아침을 시작하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누리는 셰프의 호사(?) 중 하나다. 14년 동안의 이탈리아 생활을 기억해보면, 하루의 시작은 항상 진한 에스프레소 한 잔과 함께였다. 이탈리아에서는 만나는 이들마다 내게 인사처럼 "카페?"라고 했다. 그래서였는지 카페를 더욱 즐겨 찾게 됐다.
역사적으로 커피는 에티오피아의 어느 목동이 발견했고, 전파는 아랍인들이 했다고 한다. 그런데 문헌상으로는 1645년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보떼가 델 카페'가 최초로 커피를 판매한 곳으로 나와 있다. 1720년 베네치아에 문을 연 '카페 플로리안'은 괴테, 루소, 바이런, 바그너, 니체, 모네 등 철학가 및 예술가들이 사랑한 카페테리아다. 특히 카사노바가 탈옥한 뒤 와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여유를 부린 곳이고, 나폴레옹이 베네치아를 함락시킨 다음 가장 먼저 들러 커피를 마신 곳이기도 하다. 로마에는 1760년 문을 연 '카페 그레코'가 있다. 토스카니니, 리스트, 안데르센, 멘델스존 등 예술가들의 단골집이었다. 피렌체에는 1733년 질리 가문이 스위스에서 이주해 와 문을 연 '질리 카페'가 유명하다.
다들 유명한 카페이지만 개인적으로 피렌체에 살던 집 앞에 있어 자주 갔던 '카페 주세페'를 잊을 수 없다. 주세페는 커피 재료로 아라비카와 로부스타를 절묘하게 브랜딩한 '라바짜 끄레마 에 아로마'만을 사용했다. 변함 없는 맛과 향을 고객에게 선사하기 위해서였단다. 그런데 이게 쉽지 않은 일임을 뼈저리게 체험했다. 대구에서 '까를로'란 레스토랑 문을 열고는 커피를 직접 볶으며 나만의 독특한 맛과 향을 내기 위해 애썼다. 하지만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었다. 볶을 때마다 맛과 향이 달랐고, 안정적으로 같은 맛과 향을 낼 수 있는 표준화 및 규격화는 꿈도 꿀 수 없었다. 결국 주세페에서 쓰던 커피 재료를 선택했고, 아직도 이탈리아의 공장(?) 커피 재료를 쓰고 있다. 공장 커피라고 표현하기 했지만, 실은 대단히 만족스럽다. 항상 같은 맛과 향을 선사해주기에.
이탈리아는 내게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진한 '커피의 추억'을 만들어 준 곳이다. 로마의 카페 그레코에서 마신 카푸치노 한 잔, 베네치아의 카페 플로리안에서 마신 뜨거운 핫초코 커피 또는 민트초코 커피 한 모금, 피렌체의 질리 카페에서 여름에 맛본 카페 샤케라토 한 잔의 멋과 맛이 그랬다. 혹시 여름철 휴가 때 이탈리아 여행을 계획 중인 독자가 계신다면 꼭 가서 맛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카페에는 숨은 의미가 있다. 이탈리아 사람들에게 카페는 '미셀라', 즉 차를 움직이는 기름이라는 뜻이다. 커피와 함께 그 가치도 세계로 전파된 듯하다. 커피는 우리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김학진(푸드 칼럼니스트'까를로 오너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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