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로 퉁명해도 따뜻한 속정 넘쳐 "역시, 대구가 좋아∼"
또 한 분이 대구 품에 안겼다. 이번엔 40대 초반의 젊은 가장이다. 경기도 용인에서 살다 4명 가족이 모두 대구로 내려왔다. 외동아들이라 어머니도 모시고 사는데, 어머니도 낯선 대구 땅에 정착했다. 이 가장은 2011년 모기업(일본 스미토모 화학)의 자회사 ㈜SSLM의 본사가 대구에 설립되면서 대구행을 결심했다. 직책은 다소 올랐다. 인사팀 직원이었는데, 대구로 옮기면서 팀장이 됐다.
쉽지는 않았다. 5, 6개월에 걸친 끈질긴 설득 끝에 온 가족(어머니 포함 5명)이 수도권을 버리고 대구에 모여 살기로 합의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작은 성공이다. '삶의 질'이라는 측면에서 훨씬 좋아졌다. 부인과 아이들마저 좋아할 정도다. 신기한 것은 이제 대구에 4년이나 살다 보니, 두 아들이 대구 사투리를 쓴다는 사실. 이들 부부는 두 아들이 "아이다, 내끼다", "밥도~~", "됐나? 됐다" 등 대구 사투리를 쓰는 모습에 귀여워 죽겠다고 말한다.
◆플러스 요인이 마이너스 요인보다 커
2011년 어머니를 포함한 다섯 명의 가족과 함께 대구행을 택한 ㈜SSLM 임웅빈 인사팀장은 대구의 장단점을 나름 분석했다. 집값, 교통편, 의료, 교육, 레저'관광, 먹을거리, 대구 사람들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후 대구에 살기 때문에 누리는 플러스 요인이 마이너스 요인보다 훨씬 크다고 결론 내렸다.
임 팀장은 "경기도 용인에서 서울 강남구 코엑스 빌딩 옆 회사까지 1시간 20분 정도 걸려서 출퇴근했는데 대구에서는 달서구 월성동(월성 이편한세상)에서 회사까지 20분이면 충분하다"며 "교통뿐 아니라 기타 생활문화 전반에 걸쳐 만족도가 수도권에 살 때보다 높다"고 말했다.
임 팀장 가족의 대구행은 운명이었을까. 사실 임 팀장은 부인과 어머니 모두 대구에 가자고 설득하기 쉽지 않았다. 특히 금융계에 일하고 있던 부인을 3개월 동안 설득했는데도 대구행에 선뜻 동의하지 않았다. 어머니 역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러던 중 임 팀장에게 갑상선암(초기)이라는 반갑지 않은 손님이 찾아왔다. 병에 걸렸다는 이 소식은 완벽한 반전카드였다. 서울과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공기가 좋은 대구에 가서 사는 편이 낫겠다고 아내도 생각하게 된 것이다. 어머니 역시 아들 건강이 최우선이라 부부의 결정을 따라줬다. 이 판단은 좋았다. 임 팀장은 대구에 살면서 초기 갑상선암을 극복하고, 완치에 가까울 정도로 쾌유했다.
질 좋고 값싼 육류(특히 쇠고기)와 계절마다 맛볼 수 있는 제철 과일(딸기, 참외, 복숭아, 수박 등)은 수도권에서는 맛볼 수 없었던 또 다른 즐거움으로 다가오고 있다.
◆깊이 알기까지 오해도 많았던 대구 사람들
임 팀장에게는 대구의 마이너스 요인 중 사람들이 제일 크게 다가왔다. '우리가 남이가'라는 대구만의 보수적인 정서는 타지인들을 소외시키는 것 같았다. 정치적인 성향도 새누리당 일색이라 너무 편향적이라 여겼다. 대구 사람들이 타지인들에게 정치적 견해뿐 아니라 문화적으로도 다양성을 인정해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고 생각했던 것.
특히 임 팀장의 가족들은 식당이나 마트 등 가게에서 퉁명스러운 주인이나 종업원을 보고 깜짝 놀랐다. 한 식당에서 "여기 김치 좀 더 갖다주세요"라고 하자, 대답도 없고 나중에 김치가 담긴 접시가 뒤에서 툭 날아온 것이다. 임 팀장은 '주인이 좋지 않은 일이 있는가보다'라고 생각하고, 겁을 먹은 채로 후다닥 식사를 했다. 음식이 조금 짜다고 지적하면, 주인은 '알아서 먹어라'는 식으로 답하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 장면이었다.
대구에서 4년을 살고 나니, 임 팀장 가족은 대구의 정서를 완벽하게 이해했다. 겉으로는 퉁명하게 표현해도, 손님이나 다른 사람을 기분 나쁘게 하려는 행동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대구 사람들의 속 정(情)과 의리는 전국 어느 도시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두 아들의 어린이집에서 만난 대구의 학부모들은 아내를 감동시키기도 했다. 다른 학부모들이 우리 두 아들을 위해 수업시간을 바꿔주는 통 큰 양보를 했기 때문이다.
"대구 사람들은 알고 보면 참 좋아요. 지금은 정을 듬뿍 느끼고 있습니다. 회사에서도 초창기라 대구 청년들을 많이 채용했는데, 이제 회사 후배들과도 대구식으로 잘 소통하고 있습니다. 안동'경주'포항 등 문화유적지와 먹을거리가 풍부한 관광지도 많이 가족 행복지수가 더없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글 사진 권성훈 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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