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호동락] 암벽등반을 즐겨보다-실외암벽장

입력 2015-03-19 05:00:00

이번 주에는 실내를 벗어나 밖으로 나가보자. 실내암벽장에서 입문을 마쳤다면, 통상적으로 '외벽'이라고 부르는 실외 인공암벽장으로 갈 기회가 생긴다. 요즘은 각 시'군마다 한두 군데씩은 실외암장을 설치해 놓은 경우가 많다. 경북에만 하더라도 경주'구미'청도'포항'울릉도 등지에 실외 인공암벽장이 있고, 대구 근교로는 대구스타디움, 팔공산 동화사 시설지구, 왜관 인공암장 등이 대표적이다.

실내암벽장은 건물 안에 있고, 비와 자외선으로부터 어느 정도 보호를 받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취급이 쉽고, 가격이 저렴한 나무합판으로 만든 벽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실외암장은 합판보다는 내후성이 강한 FRP(유리섬유로 강화시킨 플라스틱 종류)로 만든 경우가 대부분이다. 값이 비싼 대신 합판보다 거친 질감을 표현하기 쉽고, 모양도 어느 정도 자유롭게 성형이 가능해서, 자연바위를 흉내 내기에는 나무합판보다 유리한 점이 많다.

대구스타디움 암벽장의 경우 필자가 대학을 다니던 시절 자주 가던 곳인데, 학교에서 가까운 위치 덕에 날씨가 좋은 봄날이면 강의가 없는 시간에 어김없이 로프와 벨트 등의 장비를 챙겨 출석도장을 찍던 곳이다. 인공암벽장은 보통 15m 안팎의 벽을 타고 올라가기 때문에, 실내암장에서 운동할 때보다 몇 가지 준비물이 더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필요한 암벽화, 쵸크백뿐만 아니라 로프, 안전벨트, 퀵드로우(암벽장 벽에 확보물과 로프를 연결시켜주는 장비), 확보기 등이 추가적으로 필요하다.

실내암벽장에서는 높이가 낮아서 옆으로 이동하는 동작의 비중이 컸다면, 실외암장에서는 수직으로 오르는 동작을 주로 하게 된다. 상대적으로 많은 체력소모와 높이에 따른 두려움이 따른다. 거추장스러운 로프를 몸쪽에 묶고 있는데다가, 확보지점마다 퀵드로우를 설치하고, 로프를 거기에 끼워 넣어야 하는 점도 부담스럽다.

그런 것들을 이겨내고 목표한 코스의 정상에 다다랐을 때의 성취감은 3m 높이의 실내암장에서 느끼던 것과는 사뭇 다를 것이다. 필자가 다니던 대구스타디움 경기장에는 네덜란드, 프랑스, 독일, 브라질 등 월드컵에서 활약하는 축구 강국의 이름을 따서 코스 이름을 붙여놓았다(스타디움 안에 있는 암벽장이라서 그런 작명 센스를 발휘한 듯하다). 운동과 훈련을 통해 실력을 향상시켜서 각 나라를 하나씩 마스터해 나가는 재미가 있었는데, 결국 브라질은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

인공암벽장에는 초보자들이 쉽게 퀵드로우를 거는 방법을 실습하면서 자세를 익힐 수 있는 초보용 코스, 완전 초보를 벗어난 사람들이 재미 삼아 할 수 있는 하급 코스, 중급자들이 악을 써가며 하는 중급 코스, 고수들이 도전하는 상급자용 코스가 있다. 더불어 보통 사람들은 도전도 하기 힘든 최상급용 코스까지 세팅돼 있어 자신의 실력에 맞는 난이도의 코스를 선택해 등반할 수 있다.

보통은 이런 난이도를 '5.10a' 또는 '5.12c' 등의 방식으로 표시해 놓았다. 실질적인 등반으로 보기 시작하는 5.10부터 시작해서 가장 어려운 최고 난도인 5.15까지로 어려운 정도를 분류한다. 그 안에 세부적으로 a, b, c, d순으로 분류된다. 예를 들어서 5.13c면, 5.13b보다는 어렵고, 5.13d보다는 쉽다는 뜻이다.

평소에 암벽등반을 하지 않는 일반인이라면 제아무리 자신이 있다고 해도 5.12 정도의 난이도에 성공하기가 불가능에 가까울 만큼, 훈련을 통한 개개인의 난이도 차이가 암벽등반에서는 많은 편이다. 타고난 기량도 중요한 요소일 수 있지만, 훈련량에 따라 실력이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공암벽장을 오를 때에는 실내에서와는 다르게 파트너가 꼭 필요하다. 실내에서는 혼자 코스를 등반하다가 힘들거나 미끄러지면, 푹신한 매트 위로 떨어지면 그만이다. 하지만 외벽에서는 내가 등반할 때 혹시 모를 추락이나, 코스를 다 오른 후 하강을 대비해서 나를 잡아주고, 내려줄 확보자가 있어야 한다. 이런 등반자와 확보자 사이는 목숨을 담보로 하기 때문에 서로 믿음이 있어야 하고, 호흡을 함께하는 만큼 친밀해진다.

암벽등반은 서로에 대한 믿음이 강하기 때문에 그 믿음이 남녀 간 사랑의 결실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서로의 확보를 봐주고, 등반을 함께한 여자후배(김민지)와 결혼한 필자의 경우도 그러하다.

김재민(대구산악연맹 일반등산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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