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마이너스 금리 시대…단기 부동자금 800조원 넘어
대구의 한 중소기업에 다니는 김성수(44) 씨는 최근 서점에 들러 주식 관련 책을 샀다. 스마트폰에 주식 앱도 깔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식을 접었지만 최근 다시 투자해 볼 요량에서다. 김 씨는 "금리가 형편없이 떨어진 마당에 은행에만 맴돌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민 입장에선 아파트 분양만큼 고수익을 올릴 데가 없지만 그나마 자금 여력이 되지 않아 앞으로 주식으로 재테크를 할 생각"이라고 했다.
사상 처음으로 1%대 기준금리 시대로 진입하면서 증시와 부동산을 노크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은행 예금이 더 이상 재테크 수단이 되지 못해서다. 실질금리(명목금리에서 기대금리를 뺀 것)는 지난해 이미 연 1.12%에 그쳤다. 이번 기준금리 인하 여파로 앞으로 사실상 마이너스 금리 시대에 접어들었다. 은행 예금'적금은 거의 의미가 없어지게 됐다.
이미 저금리로 시중에 많은 돈이 풀렸지만 마땅한 투자처가 없어 단기 부동자금이 800조원을 넘었다. 16일 한국은행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현재 단기 부동자금은 800조7천26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단기 부동자금은 현금 65조원, 요구불예금 143조6천억원,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 370조5천억원, 양도성예금증서(CD) 15조9천억원 등이다.
단기 부동자금은 2008년(연말 기준) 539조6천억원에서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2009년 646조7천억원으로 19.8% 급증했다. 이어 2010년 653조5천억원(1.0%), 2011년 649조9천억원(-0.5%), 2012년 666조4천억원(2.5%)까지는 완만한 증가세였다. 그러나 2013년부터 712조9천억원(7.0%)으로 늘다가 지난해에는 794조8천억원(11.5%)으로 급증했다. 경제의 덩치보다 부동자금이 빠르게 늘면서 결국 올해 1월 말에는 800조원을 넘어섰다.
은행을 탈출(?)한 돈들은 갈 곳이 없다 보니 벌써부터 부동산'주식시장에 뛰어들거나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으로 옮겨갈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은 탄력을 받고 있다.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지면서 전세에 머물던 잠정적 매매 수요가 주택 구매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공급 과잉으로 침체에 빠진 오피스텔 시장도 새 동력을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지부진한 주식시장에도 돈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저금리에 저유가, 환율 하락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일종의 '신 3저(低)' 효과가 증시를 견인할 것이란 장밋빛 기대다. 많은 전문가들은 자금이 증권시장으로 대거 유입돼 그간 소외당했던 저가 대형주의 상승과 주가 2,100선을 상반기 중으로 돌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이투자증권 손준호 홍보팀장은 "미국의 금리 인상, 그리스 사태 등 많은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저유가, 저금리, 원화 약세 등 신3저 효과에 힘입어 기업들의 1분기 실적이 개선되기 시작할 것"이라며 "특히 기준금리 인하 효과를 주식시장이 톡톡히 볼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창희 기자 cchee@msnet.co.kr
임상준 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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