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창] 해외유학은 유럽에서 실속있게

입력 2015-03-17 05:00:00

1958년 스코틀랜드생. 에든버러대학 법학 전공. 경북대 국제교류센터
1958년 스코틀랜드생. 에든버러대학 법학 전공. 경북대 국제교류센터

한국, 영어권 유학생 비율 세계 3위

고비용 투자에도 의사소통 비효율

유럽 내 국가 교환학생 재정적 지원

영어 소통·글로벌 친구 만들기 제격

경북대 국제교류원에서 내가 맡은 업무는 본교 학생들에게 해외유학의 기회를 만들어 주는 일이다.

최근의 통계에 따르면 영어권에 대한 국가별 해외유학생 비율이 중국이 1위로 50만 명 정도, 인도가 20만 명 정도로 2위, 그리고 3위를 차지한 한국은 10만 명 정도가 해외유학 중이라고 한다. 중국과 인도의 인구를 고려했을 때 한국이 차지하는 비율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한국 학생들이 해외로 대거 유학을 떠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학생들에게 왜 해외유학을 가고 싶은지 물어보면 '영어구사력 배양과 글로벌 외국인 친구 만들기'가 대다수의 주된 대답이다. 좁은 취업 현실을 감안해 보면, 세계 공용어인 영어로 능숙하게 소통하고 국제적 대인관계의 두 가지 경험과 능력이, 기업주에게 자신의 강점으로 부각시켜 보여주기에 유용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국 학생들이 유학을 간다고 영어구사력 수준이 일취월장하고 현지인 글로벌 단짝 친구를 쉽게 만들 수 있을까?

지난 20년간의 내 경험을 토대로 본다면, 한국 학생들이 선호하는 미국이나 호주, 영국과 같은 영어권 국가에 대한 유학은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

첫째, 본토인의 발화 속도는 매우 빠르고 알아들을 수 없는 은어를 자주 사용한다는 점이다. 자국어로만 소통하기 때문에 외국인에 대한 배려도 없는 편이다. 유학생들은 자신의 영어 실력에 열등감을 느끼고 해외유학 동기 유지가 침체되기도 한다. '원어민처럼~' 목표 대신 영어를 실제상황에서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접근하는 데 초점을 두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둘째 문제는 한국 학생들은 같은 아시아권 유학생은 거들떠보지 않고 미국이나 호주, 영국인 학생과 조금이라도 가까운 절친을 만들려고 적극적인데, 아쉽게도 그들은 소통이 불편한 비영어민과 교제를 위해 굳이 노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끝으로, 결국 해외유학은 영어시험에 통과시키기 위한 수업료로 부모는 엄청난 비용을 부담한다는 점이다.

고비용 투자에도 불구하고 모든 유학생이 영어 의사소통에 대한 자신감이 고취되어 돌아오는 것이 아니며, 영어를 강력한 자기주장 전달 수단으로 사용하는 원어민에 비해 간단한 소통위주의 단순한 단어 중심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발화속도와 표현력이 효율적이지도 않다. 어렵게 사귄 영어권 외국인 친구는 더 이상 의미가 없어지게 되기도 한다.

여기에 대한 대안은 무엇일까?

유럽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최고의 비원어민 영어 화자는 유럽인들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유럽인들은 세 개 혹은 네 개의 외국어로 자신 있게 소통할 수 있다. 유럽인협회는 지난 20년간 학생들이 유럽인으로서의 정체성 확립을 촉진하도록 유럽 내 국가에서 이행되는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대부분의 유럽 내 대학교에서 수업을 영어로 진행하도록 하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영어구사력 배양과 글로벌 외국인 친구 만들기'가 주 목표인 한국 학생들에게 필요한 가장 이상적인 환경이 아닐까 싶다.

첫째, 모두가 비영어권 사람이라면 학생들끼리의 의사소통과 경쟁은 공평해야 한다.

둘째, 보통 한국 유학생의 비율은 낮고 유럽 내 다양한 나라에서 온 학생들과 친하게 지낼 수 있는 기회가 더 높다.

셋째, 영어시험을 위한 필요조건 등의 부담이 적고 수업료가 크게 높지 않아 경제적으로도 비용부담이 적다.

따라서 한국 학생들은 효과적인 영어 의사소통능력을 키워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다. 성공적인 결과는 이런 자신감을 기반으로 하며 그다음에 미국이나 호주, 영국과 같은 영어권 나라에 도전해보는 것을 권하는 바이다.

황로은/경북대 국제교류원 원장보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