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임금인상 미온적인 재계 압박카드?

입력 2015-03-17 05:00:00

'부정부패와의 전쟁' 대국민 담화문까지 발표한 정부

검찰이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으로 포스코건설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13일 인천시 연수구 포스코건설 건물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검찰 수사관들이 압수품을 가지고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이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으로 포스코건설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13일 인천시 연수구 포스코건설 건물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검찰 수사관들이 압수품을 가지고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최근 부정부패 척결을 선언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무총리가 갑자기 부정부패와의 전면전을 벌일 것이라는 긴급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는가 하면 검찰은 포스코건설을 압수 수색하는 등 준비된 시나리오대로 움직이는 것 아니냐는 관측마저 낳고 있다. 수백억원대의 비자금과 부실회사 인수'합병 의혹을 받고 있는 포스코에 십자포화가 쏟아질 경우 지역 경제에도 어떤 악영향을 줄지 우려되고 있다.

◆사정 목표는?

이완구 국무총리가 최근 담화문을 통해 "부정부패 척결을 위해 검'경 등 법 집행기관이 나서 특단의 대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힌 바로 다음 날 검찰의 칼끝은 대기업을 향했다.

표면상 검찰의 수사 대상은 포스코건설이 베트남에서 조성한 비자금 100억원이다. '개인적 비리'로 선을 긋고 있는 포스코의 항변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검찰은 'MB맨'으로 알려진 정준양 전 회장이 이끌던 포스코건설 모회사인 포스코를 놓아주지 않고 있다.

특히 총리실 관계자는 "포스코건설 수사는 비자금 조성에 한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해 수사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벌써부터 '자원외교'와 관련해 석유공사를 시작으로 관련 공기업과 민간기업이 정'관계 로비와 횡령에 연루된 정황이 있는지가 검찰의 수사 선상에 올랐다는 말도 들리고 있다.

재계에선 반발하고 있다. 포스코 사태 하루 전인 지난 12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를 발표하면서 경제 활성화 의지를 내비친 직후 재계에 대한 전방위 압박이 시작되자 볼멘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 한 간부는 "재계 인사를 만났더니 경제 살리기를 한다면서 재계를 부정부패 척결 대상으로 몰고 가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고 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재계는 최근 불편한 기색을 여과 없이 드러내기도 했다. 지난 13일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경제5단체장이 만난 자리에서 경제단체 대표들은 근시안적 정부 정책을 지적하고 나섰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정책을 추진해 달라"고 말했고, 허창수 전경련 회장도 "글로벌 동향을 먼저 고려한 뒤 법인세 조정을 고려해 달라"고 주문했다. 최 부총리가 이날 임금인상을 통해 가계 소득을 늘리고 소비를 진작함으로써 경제활성화를 추진하겠다고 의지를 표명한 데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뭘 노리나?

일단 정부가 부정부패 척결을 앞세운 것은 집권 3년차를 맞아 국정 추진 동력을 회복하기 위한 다목적 포석이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느슨해진 공직사회의 기강을 다잡고 충성도를 높이려는 의도와 함께 최근 제기되는 전(前) 정권 비리 의혹과 미리 선을 긋고, 나아가 협력에 미온적인 재계를 다그치는 효과까지 기대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궁극적으로는 내년 총선까지 염두에 두고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 같은 분석은 이 총리의 대국민 담화가 나온 타이밍 때문이다.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피습 사건으로 전통적 지지층이 결집하는 분위기이고, 장관 청문회 일정도 마무리되면서 박근혜정부 2기가 본격 출범하는 시점이다. 이와 함께 공무원연금 개혁안 마련과 김영란법 공포 등을 앞둔 시점이기도 하다. 산적한 정부 정책을 한방에 해소하기 좋은 시점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재계를 압박하는 카드라는 해석도 나온다. 최근 최 부총리가 최저임금 인상과 과감한 투자 등을 재계에 요구했으나 경제단체들은 미온적인 상황이다.

총리실 관계자는 "그동안 '비정상의 정상화' 일환으로 공공 부문은 물론 민간 부문 투명성을 강조해 온 것과 같은 맥락으로 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비정상인 기업 행태를 정상으로 바꿔놓는 호기라는 말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한편 이번 사정은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을 겨냥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 총리가 국회가 조사 중인 해외 자원외교 비리 문제를 대표적 부패 사례로 꼽았기 때문이다.

박상전 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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