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 지속된 불경기로 기업과 소비자 모두가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이 이례적으로 주요 20개국(G20) 전체 성장률을 4년째 밑돌고 있는 가운데 국내 100대 상장 대기업 대다수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국민들도 지출을 줄이고자 신용카드 대신 체크카드를 발급받는가 하면 이동통신서비스 요금제를 중저가 상품으로 낮추는 등 허리끈을 졸라매고 있다.
◆한국 경제 성장률, G20 평균 성장률에 미달
15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3.3%로 G20 전체의 성장률 3.4%에 못 미쳤다.
이는 2011년(한국 3.7%, G20 4.1%), 2012년(한국 2.3%, G20 3.0%), 2013년(한국 3.0%, G20 3.2%)에 이어 4년째 G20 전체 평균에 못 미친 것이다.
우리나라 성장률이 1999년 이후 2003'2005년 두 차례만 제외하고 매년 G20 평균 성장률을 웃돌았던 점을 감안하면 최근의 4년 연속 미달 기록은 전례가 없다.
게다가 미국 금융위기를 전후한 2006∼2010년에도 우리나라는 G20 평균을 넘어서는 성장세를 지속했다. 미국 경기가 다소 수습 국면으로 접어든 2011년부터 우리나라 성장률은 계속 G20 전체에 뒤져 이 같은 추세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실제 올 1월 산업생산은 전월보다 1.7%, 소비는 3.1% 감소했고 수출도 1, 2월 각각 0.7%와 3.4% 줄어드는 등 지금까지 실물경기 지표는 뚜렷한 부진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이 이달 12일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하면서 성장률 전망치의 하향 조정을 예고해 올해 성장률이 3.4%에도 못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 따라서 이번 인하가 내수 부양의 기폭제로 작용해 올해 성장률이 G20을 다시 따라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내 100대 상장사 '이익률 뚝', 1천원 팔아 53원 남겨
국내 100대 상장사들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1년 전보다 15% 떨어졌다.
15일 재벌닷컴이 국내 100대 상장 대기업(금융회사 제외)의 지난해 실적을 집계한 결과 매출액이 867조5천945억원으로 1년 전보다 2.3% 감소했다. 이들의 영업이익은 1년 전 53조7천943억원에서 15.2% 줄어든 45조6천13억원으로 축소됐다.
영업이익률도 6.1%에서 5.3%로 0.80%포인트(p) 낮아졌다. 즉 이들 상장사가 1년 전에는 평균 1천원 어치 제품을 팔아 61원을 남겼으나 지난해에는 53원밖에 남기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특히 국내 1~3위 대형 상장사의 지난해 수익성은 모두 후퇴한 상황. 삼성전자는 영업이익이 13조9천250억원으로 36.1% 급감하면서 영업이익률이 13.8%에서 10.1%로 떨어졌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도 영업이익률이 각각 0.2%p, 0.4%p 줄었다.
현대중공업과 한진중공업 등 대형 조선사와 해운사가 수익 악화를 지속하면서 100대 상장사 중 적자 기업이 1년 전보다 2개 늘어난 16개에 이르고, 국내 내수 경기 부진 여파로 롯데칠성과 하이트진로, 롯데하이마트 등 내수 관련 대기업의 수익성도 일제히 후퇴했다.
◆소비 줄이는 국민들, 체크카드 쓰고 휴대폰 요금도 중저가로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소비자들은 지출을 줄이고자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지난해 체크카드의 인기는 신용카드를 제쳤다. 금융감독원의 12일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체크카드 발급 수는 1억77만 장으로 1년 전보다 235만 장(3.3%) 늘었다. 반대로 신용카드 발급 수는 9천232만 장으로 1년 전보다 971만 장(9.5%) 줄었다.
카드 이용액 증가율도 신용카드가 500조5천억원으로 2.4% 증가한 데 반해 체크카드 이용액은 112조7천억원으로 무려 21.6%나 늘었다. 이에 따라 전체 카드 구매 실적 가운데 체크카드 비중은 18.4%로 2.5%p 높아졌다.
이 같은 변화는 소비자들의 불경기 소비 성향을 여실히 보여준다. 체크카드는 예금통장 잔고만큼만 결제할 수 있어 계획적 소비를 할 수 있는 데다 최근 소득공제 혜택도 확대돼 가계에 도움이 되기 때문.
◆이동통신서비스 가입요금도 대폭 하락
15일 미래창조과학부가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 이후 이동통신서비스 가입요금 수준은 지난달 기준 평균 3만7천7원으로 단통법 시행 전인 7~9월(4만5천155원)보다 18.0% 하락했다.
이 수치는 신규'번호이동'기기변경 등으로 이통서비스에 가입할 때 고객이 부담하는 평균 실질요금액으로, 선불'부가서비스 요금 등은 제외됐다.
이통서비스 가입요금 수준은 단통법 시행 이래 다소 유동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전반적으로 하향 곡선을 그리는 추세다. 이는 이용자들이 고가 요금제보다 중저가 요금제를 선호하는 분위기와 맞닿아 있다.
지난달 기준으로 5만원대 이하 중저가 요금제 비중은 90.0%에 달한 반면 6만원대 이상 고가 요금제 비중은 10.0%에 불과했다. 이용자 10명 가운데 9명은 중저가요금제를 택했다는 얘기다. 중저가 요금제가 90% 선을 돌파한 것도, 고가 요금제가 10% 선을 위협받는 것도 이동통신시장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시장 분위기상 앞으로도 중저가 요금제 강세, 고가 요금제 약세 기조가 쉽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광준 기자 june@msnet.co.kr
홍준헌 기자 newsfor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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