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조선, 끝나지 않은 논쟁/이도상 지음/들메나무 펴냄
우리 한국사에 대한 끊임없는 논쟁과 분란은 일제의 식민지배에서 출발한다. 그 해악이 어느 정도일지를 가장 잘 예견한 사람은 다름 아닌 일제 식민지배의 정점에 서 있던 조선총독이다. 일제의 마지막 조선총독(9대)이었던 아베 노부유키는 1945년 9월 12일 조선땅을 떠나면서 "우리는 오늘 패했지만, 결코 조선이 승리한 것이 아니다. 조선민이 제정신을 차리고 옛 조선의 영광을 되찾으려면 100년이라는 세월은 족히 걸릴 것이다. 우리 일본은 조선민에게 총과 대포보다 무서운 식민교육을 심어놓았다. 이들은 결국 서로를 이간질하며 노예적 삶을 살게 될 것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광복 70주년을 맞은 오늘날에도 '우리의 역사가 바로 서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보면, 아베 총독의-공교롭게도 독도와 위안부 문제 등으로 도발적 언사를 멈추지 않고 있는 현재 일본 총리도 아베다-예언이 실현되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저자에 따르면 조선총독부가 식민지 지배체제를 강화하기 위한 정치적 목적으로 한국인의 열등의식과 자조(自嘲)사상을 조장하는 역사 자료집을 만들었는데, 그것이 바로 1938년 35권 2만4천 쪽 분량으로 출간된 이다. 식민사학의 첫 단추는 고대조선사를 부정함으로써 날조된 허구의 역사로 폄하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 고대사의 강역을 축소시켜야 했고, 얼마나 축소시키면 고대 조선과 그 후에 나타난 고대국가들이 모두 허구의 역사로 전락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 그 초점이었다.
일제 사학자들은 '패수'가 여러 강을 지칭하는 보통명사로서 그 가운데 어느 강을 고대 한'중 국경이었던 패수로 보느냐에 따라 한국 고대사 강역의 크기가 달라진다는 것에 착안했다. 처음에는 패수를 요하(난하)라고 했다가 점차 압록강, 다음엔 청천강, 최종적으로는 대동강까지 동쪽으로 패수를 옮겨왔다.(지도 참조) 대동강을 패수로 볼 경우 대동강 북쪽의 한국 고대사 강역이 사라짐으로써 한국 고대사는 가공된 허구의 역사로 전락하게 된다. 특히 조선사편수회에 종사했던 한국 역사학자들이 광복 이후 패수는 대동강이라고 국사 교과서에 실어버린 후 이 사실이 마치 '기정사실'인 양 오늘에 이르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조선사편수회는 패수를 대동강으로 옮기기 위해 한사군의 위치를 평양으로 바꾸는 작업을 핵심적으로 추진했다. 한사군의 위치가 평양이 되면, 자연스레 한'중 국경인 패수는 대동강이 된다. 여기에는 '무서운 음모'가 깔려 있다. 숨겨진 논리의 핵심은 '열국시대 이전의 한국 민족 역사는 대동강 주변에서 기자국, 위만국, 한사군으로 이어지는 중국인들의 지배 체제하에서 전개되었다는 것이다. 다시 정리하면, 한국의 역사는 중국과 일본의 식민지 지배로부터 출발한 역사로서 북쪽은 한사군 지배하의 중국 식민지였고, 남쪽은 임나일본부 지배하의 일본 식민지였기 때문에 20세기 일본제국주의 지배는 침략이 아니라 역사의 복원이며 조선민족은 오히려 일본의 지배에 감사해야 한다는 논리이다.
저자 이도상 박사는 "식민사관에 치이고, (중국의) 동북공정으로 얼룩진 우리 고대사의 진실을 이제는 밝혀야 한다. 식민사관을 극복하고 한국사를 바로 세워야 중국'일본의 역사 왜곡에 대응할 수 있다"고 역설하고 있다. 고대 조선이 우리 민족의 기원과 사상, 문화의 원형을 담고 있는 민족 정체성의 뿌리이자 한국사의 시작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고대 조선사를 남의 나라 이야기하는 듯한 국사 교과서의 모호한 설명과 그로 인한 한국 고대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국민정서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엄청나다는 주장이다. 아베 총독의 예언이 그대로 적중한 셈이다.
저자는 우리 고대사의 핵심 오류로 '고대 조선사에 대한 해석' '청동기시대 진입 연대 해석' '기자국-위만국-한사군 해석'으로 꼽고, 이를 간명하게 정리하면서 교과서의 수정방향까지 제시하고 있다. 324쪽, 1만6천원.
석민 기자 sukm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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