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조합장 권한 줄여야 깨끗한 선거 된다

입력 2015-03-12 05:00:00

사상 첫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막을 내렸다. 그러나 선거는 끝났지만, 후유증이 만만찮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벌써부터 선거 이후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온다. 불'탈법으로 얼룩진 과열 선거가 남긴 상처다. 경북도선거관리위원회는 이번 조합장 선거와 관련한 선거법 위반행위가 90건이 넘는다고 했다.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는 당선자의 경우 당선무효나 사법처리로 이어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 돈 봉투를 뿌리다가 적발된 사례만 해도 여러 건이다. 엉터리 선거인 명부가 불거져 각종 소송으로 비화하면서 선거 결과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지역사회와 민심의 분열이다. 친인척은 물론 같은 지역의 친구나 학교 동창 또는 한마을 사람끼리 진흙탕 선거에 휩쓸리면서 서로 비방하고 고발하는 행태가 도를 넘었다. 농'산'어촌의 민심이 갈가리 찢어진 것이다. 못된 선거의 탓이다.

사법당국은 선거 운동 중에 일어난 불'탈법 선거에 대해 사안의 경중에 관계없이 엄정 대처해야 한다. 무슨 수를 쓰든지 당선만 되면 그만이라는 그릇된 인식을 뿌리뽑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선거법 위반사범에게는 절대 무관용 원칙을 세워 철저하게 지켜야 한다.

중앙선관위는 이번 선거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꼼꼼히 살펴 앞으로 개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선거의 효율성을 높이자는 취지에서 도입한 방식이 '깜깜이 선거'로 전락하며 오히려 돈선거를 부추겼다는 지적에 주목해야 한다. 후보자를 제대로 알리면서 정책선거로 이끌어가는 제도적 개선이 과제다. 대의원이나 조합원을 상대로 정책발표회 등 최소한의 홍보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검은돈이 난무하는 혼탁선거의 근본 원인은 조합장에게 부여된 과도한 권한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조합장의 각종 특권과 특혜를 축소하고 조합원과 지역에 봉사하는 역할을 강화하는 것이 혼탁선거를 막는 근본적인 처방이다. 조합원들의 조합경영 참여를 현실화하는 등 조합장의 전횡을 견제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지 못하면, 깨끗한 선거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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