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가뭄에 바닥 드러낸 댐…올봄 농업용수 걱정 없을까?

입력 2015-03-12 05:00:00

대구경북 물 부족 사태

안동댐과 임하댐을 잇는 도수로 연결공사가 최근 완료되면서 오는 5월부터 통수(通水)가 된다. 안동댐과 임하댐을 잇는 도수로 모습. 한국수자원공사 대구경북지역본부 제공.
안동댐과 임하댐을 잇는 도수로 연결공사가 최근 완료되면서 오는 5월부터 통수(通水)가 된다. 안동댐과 임하댐을 잇는 도수로 모습. 한국수자원공사 대구경북지역본부 제공.

경북도 내 물부족 현상이 본격화하고 있다. 경북 북부권과 동해안지역을 중심으로 해마다 '마른 장마'와 '겨울 가뭄'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생활용수와 농업용수 확보 전쟁이 벌어지는 상황이다.

수자원공사는 이들 지역에 대한 신규 댐 건설을 고민하는 등 가뭄 극복 대책 수립에 나서고 있다.

물 전문가들은 바로 옆 동네라도 강수량 차이가 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어 광역상수도 확충, 댐 건설 등 보다 공격적인 담수 정책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최악 가뭄 겪는 영덕

해안가에 위치한 영덕은 매년 가뭄 때문에 목말라하고 있다. 예년에 비해 20~30%가량 강수량이 줄면서 물부족은 물론, 산불 위험까지 높아졌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겨울(지난해 12월~올해 2월) 영덕의 강수량은 19.8㎜를 기록했다. 예년 평균 강수량의 19.7% 수준으로, 지난 1972년 관측이 처음 시작된 이래 가장 적은 수치를 나타냈다.

이처럼 가뭄이 지속되면서 영덕에서는 벌써부터 물부족을 호소하는 마을이 생겨나고 있다.

11일 영덕군에 따르면 영덕군 병곡면 강리2리의 지하수가 고갈돼 일주일 전부터 소방차와 군청 용수차가 동원돼 매일 3, 4회씩, 하루 10㎥가량의 물을 공급하고 있다.

영덕군은 또 해당 지역에 8천만~1억원가량의 사업비를 투입해 '암반관정'(새로운 구멍을 뚫어 지하수를 찾는 작업) 사업을 11일부터 진행하고 있다.

영덕군 상하수도사업소 관계자는 "영덕군 내 다른 지역은 높은 산의 눈 녹은 물과 오십천 등 용수가 아직 남아 있어 큰 불편 사항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면서도 "지금부터 한 달 정도는 버틸 수 있지만 그 안에 충분한 양의 눈'비가 오지 않을 경우 비상 급수 대책을 찾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용수 부족 외에도 갑작스레 찾아온 가뭄은 가뜩이나 산불 발생 위험이 큰 요즘 영덕군에 또 다른 골칫거리를 안겨주고 있다.

영덕군은 지난 5일부터 5월 17일까지 봄철 산불방지 특별대책기간을 운영 중이다. 통상 봄철 입산객이 늘어날 것에 대비해 산불 비상근무를 서지만 올해는 시작 기간을 5일 앞당기고 끝나는 시기도 20여 일 길게 잡았다.

영덕군 산림자원과 권순일 과장은 "강한 바람과 건조한 날씨가 지속되면서 대형 산불 가능성이 커졌다"면서 "산불진화 차량 10대와 산불전문 예방진화대 22명을 긴급 출동 태세로 유지하고 있지만 산불 예방에는 비만큼 좋은 것이 없는데 계속해서 비가 내리지 않아 걱정"이라고 했다.

◆점점 줄고 있는 댐 저수량

비가 오지 않는 날이 많아지면서 경북도 내 댐의 저수량은 갈수록 줄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수자원공사 대구경북지역본부는 봄 가뭄을 우려하고 있다. 앞으로 몇 달간 비가 내리지 않으면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수자원공사에 따르면 지역에서 저수량이 가장 많은 안동댐 경우 지난해 평균 저수량은 4억9천300만㎥에 불과했다. 1976년 안동댐이 건설된 이후의 평균 저수량 5억1천700만㎥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다른 댐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임하댐도 지난해 평균 저수량이 1억8천900만㎥로 예년 평균인 2억1천300만㎥를 밑돌았고 군위댐도 지난해 1천500만㎥를 나타내 예년 평균인 1천700만㎥에 미치지 못했다.

용수 전용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감포댐과 운문댐의 지난해 저수율은 각각 55.2%와 24.9%를 나타내 예년 평균인 61.2%와 29.8%를 밑돌았다.

영천댐도 지난해 평균 저수율이 30.8%로, 예년 평균인 26.8%를 웃돌았지만 적정 저수율(60%)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수자원공사 설명이다.

이에 따라 수자원공사는 청송의 성덕 다목적댐과 영주의 영주댐 준공을 올해 안으로 마치는 한편 5월부터는 안동댐과 임하댐을 잇는 도수로 연결공사를 끝낸 뒤 통수(通水)에 들어가는 등 물 공급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물그릇 확보'가 대안

물부족 현상은 전 지구적인 현상이라는 것이 물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지구 온난화 등의 여파로 국지성 호우가 빈발하고 예년보다 강수량이 많지 않은 우리나라 사정을 고려할 때 물을 평시에 보관했다가 위급한 상황이 닥치면 적절하게 사용하는 방법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경북대 한건연 교수(토목공학과)는 "기후 변화로 인해 가뭄과 홍수가 반복되면서 강우량 변동 폭이 점점 심해질 것"이라며 "특히 산지와 연안지역은 더욱 심한데, 경북 북부와 동해안지역이 대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들 지역은 인근 지역에 비해 강수량이 해마다 줄어들고 있는데다 경북도 내에서 가동 중인 댐의 영향권에서도 벗어나 있어 매년 물부족에 허덕이고 있다.

한 교수는 "가뭄에 취약한 산지와 도서'해안 지역은 물그릇이 되는 댐을 많이 확보하는 작업이 필요한데 요즘은 해당 지역 주민들의 동의가 필수여서 주민들의 물부족 해결에 대한 의지가 이 문제를 풀어낼 수 있을지, 없을지를 가름하는 열쇠가 될 것"이라며 "주민들의 합의에 따라 지자체가 중앙정부에 건의해 최근 건설을 완료한 김천부항댐이 지역 물부족을 극복할 수 있는 모범 사례"라고 말했다.

영덕 김대호 기자 dhkim@msnet.co.kr

정욱진 기자 penchok@msnet.co.k

장성현 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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