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타는 봄…영덕엔 마실 물 없다

입력 2015-03-12 05:00:00

댐 혜택 못받는 북부·동해안, 큰 가뭄 없어도 물부족 고통

11일 오후 영덕소방서 영해119안전센터 직원이 식수 부족을 호소하는 영덕군 병곡면 각리 2리 마을 주민들에게 비상 급수를 하고 있다. 김미옥 병곡면장은
11일 오후 영덕소방서 영해119안전센터 직원이 식수 부족을 호소하는 영덕군 병곡면 각리 2리 마을 주민들에게 비상 급수를 하고 있다. 김미옥 병곡면장은 "물이 부족한 마을에 매일 20t가량의 급수를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지구 온난화 등 영향으로 대구경북 물부족 현상이 심각하다. 특히 바로 옆 동네끼리도 강수량 편차가 극심해 이제 제대로 된 '치수(治水) 정책'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몇 년간 도내에는 극심한 가뭄이 없었지만 수자원공사 대구경북본부는 지난해 영덕, 의성, 봉화 지역을 대상으로 모두 15차례에 걸쳐 수자원공사에서 만든 병물 4만여 개를 긴급 공수한 데 이어 올 들어서도 가뭄 피해가 발생 중인 영덕에 병물을 공급 중이다.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경북 북부 지역과 동해안 지역은 현재 도내에서 가동 중인 댐의 수혜권 밖이어서 해마다 생활용수 지원을 요청받고 있다. 만성적 물부족 지역이 갈수록 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실제 최근 들어 역내에서는 지역별로 강수량 편차가 극심해지고 있다. 최근 3개월 동안 영덕에는 고작 20㎜도 안 되는 비가 내렸지만 바로 옆 동네인 포항은 이보다 2배나 많은 40㎜ 가까운 강수량을 기록했다. 도내 저수지 저수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3월 사이 경북 지역 평균 저수율은 74%지만 의성은 62%, 영덕과 봉화는 모두 69%로 평균을 밑돌았다. 경북도 내에서도 물 확보 비율이 지역마다 확연히 달라지고 있는 것.

물 전문가들은 물부족에 대비, 이제부터라도 광역상수도 확충, 댐 건설 등 공격적인 담수 정책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도 이러한 정책에 발맞춰 댐 건설을 서두르고 있다. 수자원공사 대구경북지역본부에 따르면 이달 기준으로 경북도 내에서 가동 중인 댐은 안동댐, 임하댐, 군위댐, 김천부항댐, 보현산댐, 영천댐, 안계댐, 감포댐, 운문댐 등 모두 9개다. 올 6월 준공 예정인 성덕댐과 올 연말 건설이 완료되는 영주댐까지 합하면 역내 댐은 11개로 늘어나게 된다.

특히 그동안 생태계 파괴 문제로 수년째 공사가 중단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던 안동댐과 임하댐을 잇는 도수로 연결공사가 최근 끝나면서 오는 5월부터 통수(通水)가 될 예정이다. 도수로가 연결되면 임하댐의 담수 부족 문제를 해결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지금 계획 중인 댐보다 향후 새로운 댐 수요가 더 많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경북 북부지역과 동해안 인근 지역은 해마다 가뭄에 시달리면서 용수 공급에 비상이 걸리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가 지나면 경북도 내에 가동되는 댐이 11곳으로 늘어나지만 물부족에 허덕이는 지역은 갈수록 늘어난다는 것이 학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한국수자원학회장을 역임한 경북대 한건연 교수(토목공학과)는 "기후 변화로 인해 가뭄과 홍수 변동 폭이 심해지는 것은 전 지구적인 현상이다. 우리나라처럼 산지가 많은 곳은 그런 현상이 더욱 두드러진다"면서 "광역상수도 혜택을 받는 곳은 가뭄에 견딜 수 있지만 경북 북부지역과 동해안지역의 물부족 현상은 갈수록 심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국농어촌공사 수자원관리부 고승태 과장은 "경북 북부지역과 동해안지역의 가뭄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는 중"이라며 "근본적인 해결책은 댐이나 저수지 확보가 관건인데 사실상 주민들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이 부분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정욱진 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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