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디플레이션 막아라…내수 이끄는 '소비'부터 살려야

입력 2015-03-11 05:00:00

임금 인상 등 단기 처방 곤란

정부가 '내수시장 구하기'에 나섰다. 현재 저물가 상황이 디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내수가 살아나려면 소비가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 가계의 주머니 사정이 녹록지 않다. 서민들은 '소비는커녕 먹고 죽을 돈도 없다'고 아우성이다. 소득 양극화로 중산층이 줄어든데다 노후 불안감 때문에 쉽게 지갑도 못 열고 있다. 기업 역시 규제개혁이 늦어지면서 적당한 투자처를 못 찾고 있다. 전문가들로부터 내수 활성화 방안을 들었다.

◆정희수 국회 기획재정위원장

내수가 살아나려면 소비가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선 소비 즉, '돈을 쓰는' 행위에 대한 시선이 너무 인색하다. 오죽하면 우리 사회 상류층이 국민들의 시선을 피해 해외에서 쇼핑을 하겠는가. 그러니 내수가 원활하게 돌아갈 리 없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내수를 위해 개인 사업자나 기업(법인)이 돈을 써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최근까지 법인카드의 사용한도액을 묶는 등 기업이 돈을 쓰기 어렵게 만들어 왔다.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상황이 아니다. '소비'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을 다시 정리할 필요가 있다. 돈을 쓸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 소비가 대접을 받아야 한다.

기본적으로 가계소득이 높아지면 생활의 여유를 느낀 중산층이 소비를 하면서 내수를 주도한다. 최근 정부가 기업에 (최저)임금 인상을 주문한 배경이기도 하다.

그러나 국내 상황은 여의치 않다. 중산층 가구는 빚이 많아 가처분소득이 쪼그라들었다. 소득양극화로 중산층이 줄어들고 있다. 노후를 대비해 섣불리 지갑도 못 연다.

이런 상황을 감안한 타개책이 나와야 한다. 개인적으로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김영란법과 같은 규제들이 많아지면 소비는 위축되기 마련이다. 내수를 이끄는 동력인 '소비'가 국내에서 어떤 대접을 받고 있는지 심도 있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김준한 대구경북연구원장

최근 우리나라의 경제 여건은 좋은 편이다. 유가, 금리, 환율이 낮은 기조를 유지하는 '신3저(低)'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인데도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이 필요하다는 각계의 목소리가 높다. 현재의 경기침체에는 여러 원인이 있다.

그중에 소비심리 위축이 주요한 이유라고 할 수 있겠다. 휘발유 가격이 떨어지는데도 휘발유 소비량이 줄어든다는 통계가 단적인 예라 할 수 있겠다.

소비심리만 북돋워진다면 상황은 호전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려면 소비를 장려하는 사회 분위기가 필요하다. 이렇게 되려면 가계 소득 증가가 선행돼야 한다.

중앙정부에서 임금 인상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임금을 올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기준금리를 낮춘다고 해도 돈이 시중에 기대만큼 풀릴지도 의문이다.

결국은 정부 차원에서 재정적자에도 불구하고, 재정확대 정책을 펴는 수밖에 없다. 지방자치단체 입장에선 꼭 필요하다. 대구는 다른 지역보다 재정확대 정책의 효과가 더 클 것으로 생각된다. 대구는 전국 지자체 중 임금 수준은 낮으면서 근무시간은 길다. 대구지역이 제조업보다 도'소매, 음식'숙박 등 서비스업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서비스업 분야는 가계지출이 늘면 경기 부양 효과가 바로 나타난다.

◆조전혁 전 국회의원(위스콘신대 경제학 박사)

경제구조 개혁은 입체적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우리 경제는 그렇지 못하다. 경제부총리가 요구하는 임금 인상 등이 무의미한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경제구조를 바꾸는 게 우선이다. 일례로 국내 자영업계는 재벌 또는 재벌과 연줄이 있는 이들이 석권하고 있다.

그러니 누가 창업을 하겠나. 재벌 관계사를 꺾고 시장에서 승리할 수 없다. 좋은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저비용 고효율로 조직을 운영하는 기업이 시장에서 살아남아야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은 셈이다. 삼성이나 LG 등과의 인연이 더 중요하다.

심지어 재벌 일가가 아니라 임원 출신조차 퇴사하고 그룹 관련 납품 업무를 독점하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구조)에서 창조경제는 불가능하다. 누구든 좋은 물건을 값싸게 만들면 시장에서 인정받아 돈을 벌어야 하는데 우리 경제는 그런 생태계가 아니다.

물론 우리 재벌들이 지금까지는 우리의 경제성장을 이끌어왔다. 그동안 잘했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자칫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따라갈 판이다.

최근 정부가 기업의 부를 시장 또는 가계로 옮기려고 시도하는데, 인위적으로 부를 옮겨봐야 다시 원상태로 회복된다. 자본주의 생태계의 질서를 바로잡는 것이 궁극적 해결책이다.

◆배병휴 경제풍월 대표

'우리 경제가 불쌍하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인식에 동의한다. 정부가 경제살리기에 나서고 있지만 최경환 경제팀이 고립무원에 처해있다. '경제를 살리겠다'는 데 야당은 물론 여당도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행정부 내부에서도 협조가 안 된다.

한국은행도 아쉽긴 마찬가지다. 정부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금리를 안 내려준다. 고용노동부 역시 노동시장 개혁을 제대로 못 해 곤란을 겪고 있다. 대통령마저 경제 활성화 관련 입법이 늦어져 '국수가 불어터졌다'는 안타까움을 호소하고 있다.

시장에 가면 이 같은 아쉬움을 느낄 수 있다. '정부가 약속을 하면 뭘 하나? 아무것도 이뤄지는 것이 없는데….' 유통, 부동산, 금융 시장에 가면 흔히 접할 수 있는 말이다.

기업의 역할에 아쉬움을 토로하는 분들도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기업은 제 역할을 해내고 있다고 판단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이 문제다. 기업이 투자해서 돈을 벌 수 있다고 판단한다면 사내유보금을 쌓아둘 이유가 없다. 규제 완화 입법이 늦어지면서 상황이 겉돌고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반(反)기업정책도 등장했다. 이 같은 정책으로는 시장을 움직일 수 없다. 내수 진작을 요구하는 목소리들이 많지만 이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기업과 가계다.

◆이한구 새누리당 국회의원

일시적 수요를 만들어 내수시장을 살리겠다는 구상은 곤란하다. 지속적'생산적인 내수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관광'의료'법률 서비스 등 고품질 서비스 산업을 키우는 것이 급선무다. 지식정보산업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 지식산업 분야의 공급 능력을 키워주고 수요를 창출해 주는 방식이 필요하다. 그래야 지속 가능한 내수 성장이 이뤄진다.

기껏 돈을 풀어 내수시장을 살려봐야 오래갈 수 없다. 궁극적으로는 내수산업도 수출을 겨냥해야 한다. 수출산업이 활성화되면 자연스레 내수 활성화가 이뤄진다.

세계시장을 내다보는 수준으로 기업을 육성하다 보면 내수 진작도 이뤄진다. 규제만 해서는 안 된다. 금융'관광'의료'지식산업 영역은 규제만 풀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신생 기업들이 열심히 하려 해도 기존 기득권이 방해만 하는 형국이다.

특히 최근 정부가 시도하는 임금 인상은 절대 해서는 안 된다. 효과는 한 번뿐일 것이다. 임금 인상 한 번 한 뒤 다시 경쟁력이 떨어지면 큰일이다. 빚을 내 경기 부양을 하는 것보다 더 안 좋은 일이다. 정부가 기업 사정을 너무 모른다. 산업 인프라 깔아주고 잘 되도록 생산요소 공급을 늘려주는 한편 수요도 창출하면 산업 육성이 가능하다.

최병고 기자 cbg@msnet.co.kr

유광준 기자 jun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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