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8월 15일 일본이 항복하던 날 대다수 조선인은 해방을 알지 못했다. 이튿날 서대문형무소가 활짝 열리고서야 해방을 실감했다. 서대문형무소는 나라를 빼앗긴 참담함과 해방의 기쁨을 동시에 맛보게 해준 상징이 됐다.
서대문형무소는 일제 잔혹사다. 만들어진 것부터가 1908년 대한제국 말기 의병탄압을 위해서였다. 형무소를 급조해야 할 정도로 일제는 항일의병을 가두기에 바빴다. 구한말 이곳에서 허위'이강년 등 57명의 의병장이 순국했다.
일제 강제병합 후 이곳은 애국지사의 지옥이 됐다. 안창호, 유관순 등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이 이곳에서 옥고를 치르고 순국했다. 이들이 투옥됐던 옥사는 지금도 옛 모습 그대로다.
일제는 이곳에서 '손톱 찌르기'(가늘고 날카로운 꼬챙이를 손톱 밑으로 찔러 고통을 주는 고문)같은 고문을 저질렀다. 지금도 애국지사들의 주검을 거뒀던 지하 시신 수습실에 들어서면 간담이 서늘해진다. 사형장으로 끌려가는 애국지사들이 붙잡고 원통함을 통곡해 이름 붙여진 '통곡의 미루나무'도 여전히 서 있다. 이곳은 1988년 사적 제324호로 지정돼 일제 만행의 역사를 웅변하는 곳이다.
미국 주간지 위클리 스탠더드의 이선 엡스타인 편집위원이 "일본의 한국 강점기는 야만의 연속이었다"며 "한국을 여행하게 되면 꼭 서대문형무소를 찾아보라"고 충고했다. 지난달 웬디 셔먼 미 국무부 정무차관이 "민족 감정은 여전히 악용될 수 있고 정치 지도자가 과거의 적을 비난함으로써 값싼 박수를 얻는 것은 어렵지 않다"는 발언을 반박하는 칼럼을 통해서다. 이 발언으로 박근혜 대통령은 졸지에 값싼 박수를 얻기 위해 민족 감정을 악용하는 지도자처럼 됐다.
엡스타인은 "값싼 박수를 받으려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웬디 셔먼이다. 값싸고 즉흥적인 감정으로 피해자와 가해자를 똑같이 비난하고 있다"며 셔먼의 발언을 꾸짖었다. 그러면서 일제 만행을 가장 손쉽게 확인할 수 있는 곳이 서대문형무소란 사실을 일깨운 것이다.
위안부 문제 선 해결을 촉구하는 박 대통령의 지지도는 30%대다. 반면 위안부 강제동원의 역사를 부정하고 평화헌법 개정까지 내세운 아베는 재집권에 성공했다. 이쯤이면 누가 값싼 박수를 얻기 위해 민족 감정을 악용하고 있는지 자명하다. 셔먼이 한국을 찾는다면 꼭 서대문형무소에 들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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