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군위군 의흥면 읍내리엔 '고경수(高慶水) 유적비'가 있다. 유래는 이렇다. 1930년대 일제강점기 때 이곳은 장마철이면 위천이 범람, 300여 호 주민들은 매년 물난리에 시달렸다. 1936년, 심한 가뭄으로 농사를 망치고 주민들이 허덕이자 고경수는 사재(私財)를 털어 제방 쌓는 구상을 했다, 범람도 막고 후한 품삯으로 생계에도 도움을 주자는 의도였다. 마땅한 일자리도 없던 터라 주민들은 도랑치고 가재 잡는 일이었다. 이렇게 둑 쌓기는 그해 가을부터 이듬해 봄까지 이어졌다. 농토는 옥토가 되고 굶주림도 면했다. 주민들은 십시일반 정성을 모아 비를 세워 그를 기렸다.
또 200년 전부터 대구 달성군 논공읍 노이리엔 '부덕불'(婦德佛)이란 석상이 있었다. 이곳 갈실마을의 함안 조씨 며느리를 위한 것이었다. 심한 가뭄에 힘든 주민을 위해 조씨 며느리가 재물을 내놓아 노홍지란 연못을 파 가뭄을 이기게 했다. 농민들은 고마움을 잊지 않으려 못 하류 산비탈에 조씨 모습을 새긴 석상을 세웠으나 1998년 도난으로 사라졌다가 이달 3일 다시 옛 자리에 석상이 복원됐다.
경주엔 좀 더 오래된 사례가 있다. '100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는 가훈을 300년 넘게 지키며 만석 재산을 이웃을 위해 쓴 경주 최 부잣집 이야기다. 재산은 만석 이상 하지 말며, 흉년기에 땅을 사지 않는 등 6가지 가훈을 지키며 이웃과 같이 사는 도리를 지켜 우리나라의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표상이 됐다. 최 부잣집 이야기는 옛날 비문과 책, 연구 논문 등으로 남았다.
대구경북엔 이처럼 이웃과 함께 '같이' 사는 아름다운 삶을 실천한 훈훈한 이야기가 곳곳에 흩어져 있다. 이웃이나 남과 '같이' 하는 '가치'는 그래서 물과 바람이 아닌 돌과 비석, 글로 기릴 만하다. 더 많은 고경수 유적비와 부덕불 석상, 최 부잣집이 생겨나길 기대해 본다.
최근 평범한 등장인물의 이야기를 통해 농촌과 농업인, 국민 모두와 함께 한다는 홍보물로 호평을 받았던 농협의 '같이의 가치' 란 문구를 NH농협을 넘어 모두가 공유하도록 말이다. 그제 흉기 습격을 받은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는 수술의 경황 없음에도 자신의 쾌유를 비는 한국민들의 한결같은 따뜻함에 "같이 갑시다"며 화답했다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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