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조합장 선거 혼탁 양상, 주민의식부터 바꿔야

입력 2015-03-07 05:00:00

선거운동 제한이 음성 선거 부추겨

당선자의 자질은 주민 수준의 반영

나흘 후인 11일 시행하는 전국동시조합장선거를 앞두고 우려했던 부정'불법 선거 양상이 곳곳에서 불거지고 있다. 지난 5일 경북 청도에서 540만원의 금품을 조합원들에게 나눠주려던 모 조합장 후보가 구속되고, 돈을 받은 주민들이 불구속 입건됐다. 지난 2일에는 대구의 한 축협 조합장 후보가 조합원들에게 750만원을 건넨 혐의로 구속되고, 돈을 받은 조합원도 과징금 등 처벌을 받게 되었다.

이 밖에도 포항에서 선심성 관광과 식사를 제공한 농협 조합장이 선관위에 적발되었고, 성주에서는 특정 후보를 지지해 달라며 과일 상자를 돌린 조합원 부부가 고발을 당하기도 했다. 전국적으로는 이 같은 부정선거 사례를 일일이 꼽을 수도 없을 정도이다.

이번 전국동시조합장선거는 지방선거에 버금가는 규모인데 반해, 선거운동 방법은 매우 제한적이다. 후보자들이 자신을 알릴 기회도, 유권자들이 후보를 검증할 방법도 없으니, 선거가 음성적으로 흐르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문제가 있는 부분은 당연히 개선해 나가야 할 과제이겠지만, 그것이 당장 금권선거의 핑계가 될 수는 없다. 조합장 선거판에는 '5당 3락'이라는 풍자어가 나돈 지 오래다. '5억원을 쓰면 당선이고, 3억원을 쓰면 낙선'이라는 얘기다.

조합장 선거가 이같이 과열'혼탁 양상으로 치닫는 것은 조합장이 누리는 권한이 그만큼 크고 보수와 대우가 특별하다는 방증이다. 그러니 돈을 뿌리고 당선된 조합장이 임기 내에 어떻게든 쓴 돈을 회수하려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금품 부정선거의 폐해가 고스란히 조합원과 그 지역에 돌아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금품을 뿌리다가 적발된 어느 조합장 후보는 "유권자들이 원하기 때문에 돈을 뿌리지 않고는 선거를 할 수가 없다"고 했다. 후보자에게 돈을 요구하는 조합원도 있다는 뜻이다. 이는 돈 몇 푼에 스스로의 자존심을 버리고 온당한 권리마저 포기하는 꼴이다.

금품 살포와 향응 제공 등 불'탈법 선거 행태는 이번 주말과 휴일 그리고 선거 막바지인 다음 주초가 절정일 것이다. 선거의 품격과 당선자의 자질은 바로 선거권자인 조합원의 의식과 지역의 수준을 반영한다. 조합과 공동체의 건전한 발전을 생각한다면 사익에 눈이 먼 '정치꾼'이 아니라, 조합원과 지역사회의 공익을 우선시할 '일꾼'을 뽑아야 한다. 조합원은 올바르게 선택하고, 지역 전체가 감시해 다시는 불법 선거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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