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어린이집 '불안'…등록 원생 뚝↓

입력 2015-03-06 05:00:00

아동 폭행, 예산 삭감 우려…대구 3천·경북 2천 명 줄어

대구지역 어린이집 등록 원생이 지난해에 비해 큰 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올 초부터 잇따라 발생한 어린이집 폭행 사건과 지난해 말부터 불거진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삭감을 우려해 학부모들이 자녀를 조부모 등에 맡기거나 유치원으로 옮겼기 때문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회가 3일 원생 폭행을 방지하기 위한 어린이집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을 '인권 문제' 등을 들어 본회의에서 부결시켜 학부모들의 어린이집 기피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구시에 따르면 2013년 2월 기준 4만2천820명이던 어린이집 등록 원생이 올 2월 3만9천382명으로 3천 명 이상 크게 줄었다.

경북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2013년 2월 4만7천743명이던 어린이집 원생이 지난해 2월 4만8천984명으로 1천200명 정도 늘었다가 올해 4만6천442명으로 2천500명 이상 감소했다.

이는 미취학 아동(만 0~7세)의 자연인구 감소 폭보다도 훨씬 더 큰 수치다. 같은 기간 대구경북의 아동 인구가 1% 미만으로 줄어든 것에 비해 어린이집 등록 원생은 5~8% 가까이 줄었다.

지난해 2월과 올해 2월 사이 유치원 등록 원생은 오히려 대구, 경북이 각각 4.5%, 6.8% 이상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어린이집마다 크게 줄어든 원생 사태에 대처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실정이다.

대구 서구의 한 가정어린이집 원장은 "지난달 상담을 끝내거나 입학금까지 다 내고도 등록을 취소한 경우가 많아 0세 반을 아예 없앴다"며 "어린이집마다 아이를 조부모나 친척 손에 키우겠다며 그만 보내는 학부모가 많아 기존에 근무하던 보육교사가 일을 그만두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대구시는 어린이집 원생 감소 현상이 연이은 폭행 사건에 따른 불안감뿐 아니라 적은 출생 수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대구시 여성가족정책과 관계자는 "학부모의 불안감이 팽배한 만큼 대구지역 국공립 어린이집 비율을 높이고 보육교사 처우 개선을 통해 어린이집에 대한 지역 학부모의 신뢰를 높이도록 하겠다"며 "2, 3월은 등록 원생 수의 변동이 많아 정확한 수치는 3월 말이 돼봐야 알 수 있다"고 했다.

실제 권영진 대구시장은 5일 보육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어린이집을 방문, 보육교사들을 격려한 뒤 공보육 인프라 확충, 보육교사 처우 개선, 어린이집 인센티브 제공 등 시가 마련한 공보육 서비스 강화 대책 등을 설명했다.

허현정 기자 hhj224@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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