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포항상의 회장 선거 脫포스코 여론 높다

입력 2015-03-06 05:00:00

"상의회장 독립적 인물 돼야" 박태준 회장 과거 발언 회자

이달 25일 예정된 포항상공회의소 회장 선거가 포스코 외주 파트너사 대표 혹은 실소유주들의 경합으로 윤곽이 드러나자 '포스코 역할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이 생전(1980년대 후반)에 한 포스코 외주 파트너사 대표가 포항상의 회장이 되자 "상의 회장은 포스코에 독립적인 상공인이 해야 지역 경제계를 합리적으로 이끌 수 있다"고 언급, 당시 회장을 끌어내린 일도 이번 선거전에서 회자 중이다.

포항경제 수장은 포스코의 영향력에서 벗어난 인사가 돼야 포스코와 상생'견제할 수 있고 전체 상공인들의 이익도 대변할 수 있다는 박 명예회장의 지론이 포항상공인들의 공감을 얻으면서 출마 후보들에 대한 자격 시비로 이어지고 있다.

포스코는 이들 후보에 대해 '중립'을 선언했지만, 박 명예회장의 일화를 빗대봤을 때는 '방관'으로 해석될 수 있다. 상의 회장을 선출하는 상공의원 48명 가운데 절반 이상이 포스코와 직'간접적인 경영 관계에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포스코가 마음먹기에 따라 회장 당락을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포스코가 외주 파트너사 대표들이 상의 회장에 출마할 경우를 대비해 일정한 내부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놓는 것이 오히려 혼탁선거를 막는 중립 방안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포스코가 가진 영향력을 특정 후보군들이 다투는 선거전에 악용할 것이 아니라, 박 명예회장의 일화처럼 원칙적인 선거 룰을 만드는 데 쓰자는 얘기다.

실제 구미의 경우는 지역 경제권을 80% 이상 쥐고 있는 삼성과 LG가 협력회사들의 상의 회장 선거를 암묵적으로 경계하고, 협력사들도 스스로 회장직에 나서지 않는 것을 불문율로 여기면서 지역 향토기업 대표들이 회장으로 추대되고 있다.

포항의 한 상공인은 "포스코 외주 파트너사 대표가 포항경제의 수장이 된다는 것도 모양새가 맞지 않지만 포스코가 외주 파트너사 대표들이 선거에 나서지 못하도록 내부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도 시빗거리가 될 수 있다"며 "포스코가 상의 회장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는 만큼 어떤 식으로든 역할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포항경실련 관계자는 "후보군으로 나선 외주 파트너사 대표들 모두가 능력 있는 인사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포스코의 영향력을 벗어나 포항상공인들의 대표로서 독립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며 지역경제계를 이끌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며 "상의 회장은 구미처럼 대기업 영향권에서 벗어난 향토기업 대표가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회장 선거에서 유력한 당선 후보로 꼽히는 인물은 박병재 피앤피 대표, 윤광수 해광기업 대표다. 허상호 삼도주택 대표도 후보군에 합세해 경합을 벌이고 있으나, 평소 상의 활동이 활발하지 않아 상공의원들의 신뢰가 높지 않다. 박 대표와 윤 대표 모두 상의 회장 선거 전에 미리 대표직을 내놓을 방침이지만 실질 오너라는 점은 변함없을 전망이다.

포항 박승혁 기자 ps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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