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인이 자주 하는 건배 구호가 있다. "이대로"를 선창하면 다른 사람들이 "쭉!"하고 맞장구를 치며 잔을 비운다. 자리에 참석한 사람 모두의 건강과 행복이 이대로 계속되기를 기원하는 마음을 담고 있다.
뜬금없지만 '이대로'란 수식어를 대한민국에 갖다 붙이면 어떨까 하는 고민을 하게 됐다. 그 결과 "이대로 가다가는 한국호(號)가 큰 일 날 것"이란 답(答)에 이르게 됐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이 지금 누리는 풍요와 행복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세계를 호령했던 삼성전자.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은 위'아래에서 협공당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아이폰 6를 앞세운 애플, 보급형 시장에서는 화웨이'샤오미 등 중국 업체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삼성이 2일 공개한 갤럭시 S6가 '프로젝트 제로'란 이름으로 개발된 것을 보면 삼성의 위기감이 절실하게 와 닿는다. 제로라는 프로젝트명은 초심으로 돌아가 디자인'성능 혁신을 이루겠다는 삼성의 다짐인 것이다. 일등기업 삼성의 사정이 이럴진대 다른 기업들의 상황은 더하면 더할 것이 분명하다.
미국과 일본, 러시아, 중국 틈바구니에서 생존해야 하는 한국의 처지를 '동물의 왕국'에 비유할 수 있다. 미국은 백수(百獸)의 왕인 사자다. 확실하게 자기 영역을 가진 사자,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숫타니파타' 한 구절)처럼 여전히 초강대국이다. 떼 지어 다니며 남의 것을 빼앗는 데 능수능란하고, 강한 자에는 약하고 약한 자에게는 강한 일본, 하이에나를 빼닮았다. 자기 영역을 확실하게 지키면서 일대일 대결에서 지지 않는 곰처럼 러시아는 강대국 위치를 고수하고 있다. 초강대국으로 올라선 중국은 덩치와 성장 속도를 고려하면 육식공룡 티라노사우루스에 비유할 수 있다. 티라노사우루스 중국은 쿵쿵 소리를 내며 질주하고 있다. 발밑에 깔리거나 물어 뜯기면 죽음을 면치 못할 정도로 무서운 존재다.
한국은 외로운 늑대 혹은 표범 신세다. 힘에서는 사자와 곰에 밀리고 떼로 덤비는 하이에나도 상대하기 버겁다. 뒤를 바짝 쫓아오는 티라노사우루스에게는 대적할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
약육강식 정글에서 살아남으려면 모두가 발버둥쳐야 하는데도 이 나라 사정은 그렇지 못하다. 대한민국의 오늘을 책임진, 이른바 지도자라고 하는 사람들 중에는 국가를 염두에 두기보다는 소속 집단이나 자신의 이득 챙기기에만 열을 올리는 이들이 부지기수다. 국민에게 불신을 받고 손가락질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고 나아갈 길을 제시하는 리더를 찾아보기 어렵다.
한국호의 내일을 짊어져야 할 젊은 세대에게 희망을 걸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오포세대'(연애 결혼 출산뿐 아니라 내 집 마련, 인간관계까지 포기한 세대), '달관(達觀)세대'(적게 벌어도 자기 삶에 만족하며 더없이 행복하다는 세대)가 요즘 젊은이들의 현주소다. 주어진 현실과 치열하게 맞서 싸워 무엇인가를 쟁취하고자 하는 열정이 젊은 층에서 사그라지고 있다.
이 시점에 가장 필요한 것은 위기(危機) 의식 공유이다. 이대로 안주해서는 살아남기 어렵다는 생각을 지도자들부터 갖는 게 중요하다. 워런 버핏이 자신의 후계자는 오만, 관료화 그리고 현실 안주란 3대 폐습을 막아내야 한다고 했듯이 우리나라 리더들도 이대로 멈춰 있어서는 안 된다. '일신일신우일신'(日新日新又日新)이라는 말이 그냥 있는 게 아니다.
무기력에 빠진 젊은 층은 물론 각계각층에 희망과 도전의식을 불어넣는 일이 급선무다. 긍정적 변화는 여기에서부터 출발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국가 비전에 대해 확실하게 공감(共感)하고, 이를 이뤄내려고 모두가 힘을 합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정착시켜야 한다. 대한민국이 몰락하면 너나없이 망할 수밖에 없다. 집단의 이익보다는 국가의 생존과 미래를 우선하는 대전환을 하지 못하면 대한민국 미래는 어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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