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첫 번째 남자는 개인적으로 힘든 일을 겪었다. 친구들은 위로한답시고 그를 술집으로 데려갔다. 그리고는 취할 때까지 술을 권했고 필름이 끊길 때까지 술을 마시게 했다. 술 마시는 동안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만 했다. 어느 누구도 그에게 얼마나 마음이 아픈지, 힘든 시간을 어떻게 넘기는지 묻지 않았다. 그냥 술을 부어 주고 술잔을 부딪쳐주는 것이 전부였다. 함께 취해주는 것이 그를 위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노래방에서 함께 노래를 불렀다. 이 남자는 술자리 이후 육체적으로 힘들었으나 친구 덕분에 위로를 받고 힘을 얻었다고 생각했다. 이처럼 남자들은 그것으로 모든 대화를 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여자들은 술 없이도 얼마든지 슬픔을 이야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2 두 번째 남자는 친구로부터 오랜만에 전화를 받았다. 친구는 연락 못 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며칠 동안 옴짝달싹 못하고 누워 있었다. 온몸의 관절이 해체됐다가 재조립되는 것 같았다." 친구 말 속에는 병명이나 아픔에 대한 구체적인 표현은 없다. 현재의 마음 상태를 나타내는 단어도 사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남자들은 다 안다.
이처럼 남자는 본능적으로 감정을 억압하면서 산다. 가족을 위해 매일 힘겨운 일을 하면서도 자신이 가엽다는 감정을 느끼지 않아야 가장 역할을 해낼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남자들의 말에는 감정이나 정서가 묻어나지 않는다.
여자들은 친구의 말뜻을 이해하는 데 한참 걸릴 것이다. 여성의 언어로 표현하면 "몸살로 3일 동안 꼼짝없이 앓아누워 있었다. 온몸의 관절이 뾰족한 바늘로 쑤시는 것처럼 아팠다" 로 번역할 수 있다. 그래서 여자들은 남자와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불평한다.
#3 세 번째 남자는 이번에는 아내의 말을 끝까지 경청하리라고 굳게 마음먹었다. 그러나 장황하게 나열되는 아내 이야기는 들어도 들어도 끝도 없었다. 게다가 불평불만이 무의식적으로 자신을 비난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5분을 들었을까. 결국 남자는 인내심의 한계를 드러내고 아내의 말을 자른다. "그래서 결론이 뭐야? 길게 말하지 말고 핵심을 말해 봐." 순간 아내는 입을 닫았고 화를 내면서 자리를 떴다.
하지만 남자는 아내가 왜 화를 내는지 모른다.
#4 소통, 소통 부르짖지만 소통하기란 이처럼 어렵다. 어찌 보면 남자와 여자가 원하는 것은 같은지도 모르겠다. 남녀 공히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일상에서 경험하는 불편한 감정들을 상대방을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욕구다. 상대가 자신의 어려움이나 스트레스, 불안을 덜어주거나 진정시켜 주고, 자신의 존재가 의미 있다는 메시지를 주기를 원한다. 그런데 그 일이 참 어렵다. 특히 남자에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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