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곡으로 풍성한 식탁, 부럼 깨며 가족 건강 기원
5일은 정월 대보름이다. 설날 이후 처음 맞는 보름날인 정월 대보름은 '정월 대보름에는 빚 독촉도 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었을 정도로 옛날에는 설날보다 더 성대하게 지냈던 명절이기도 했다. 또한 설날부터 정월 대보름까지는 올 한 해를 어떻게 보낼지 계획을 세우는 날이기도 했다.
특히 정월 대보름이 공휴일 명절이 아님에도 사람들이 정월 대보름을 특별히 여기는 것은 이날 즐기는 특별한 음식 때문이기도 하다. 오곡밥과 부럼깨기용 견과류는 정월 대보름 하면 연관 검색어처럼 떠오르는 음식이다. 다섯 가지 곡물로 지은 오곡밥과 묵은나물로 식사를 하며 귀밝이술 한 잔으로 올 한 해 좋은 소식만 들을 수 있기를 기원하고, 저녁에는 부럼 깨기를 하며 가족의 건강을 빌어보자. 이미 대형마트나 전통시장에는 정월 대보름 일주일 전부터 대보름에 먹는 음식들의 재료를 판매하고 있다.
◆오곡밥'나물로 꾸미는 대보름 식탁
정월 대보름을 느끼게 하는 가장 대표적인 음식은 바로 오곡밥이다. 옛 조상들은 쌀, 콩, 팥, 수수, 조 등 다섯 가지 곡물로 지은 오곡밥을 먹으며 한 해의 건강을 기원했다. 특히 오곡밥을 정월 대보름 전날 이른 저녁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먹기도 하는데, 이는 일 년 내내 부지런하라는 뜻으로 먹는 것이라 한다. 특히 옛 조상들은 정월 대보름에 지은 오곡밥을 마을의 다른 이웃들과 나눠 먹기도 했는데 이를 '조릿밥' 또는 '세성받이밥'이라 불렀다. 특히 자기와 다른 성을 가진 사람의 밥을 먹어야 그해의 운이 좋다고 믿었다. 이는 행여 가난해 먹지 못하는 이웃에게도 베풀고 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오곡밥과 함께 대표적 '묵은나물'을 곁들여 먹는다. 묵은나물은 고사리나 산나물 등을 여름에 채취해 말려두었다가 먹는 것으로, 조상들은 대보름에 오곡밥과 함께 묵은나물을 먹으면 더위를 타지 않는다고 믿었다. 다만, 묵은나물과 오곡밥을 한데 섞어 비벼 먹으면 밭에 잡초가 무성해진다고 믿어 비벼 먹는 것은 금기로 여겼다. 대신 오곡밥과 묵은나물을 배춧잎이나 김, 취나물 등으로 쌈을 싸 먹었는데, 이를 '복쌈'이라고 불렀다.
◆부럼은 왜 먹나요?
정월 대보름 음식의 특징은 제철 음식을 먹는다는 측면보다는 한 해의 복을 빌고 풍년을 기원하는 의미로 먹는 음식들이라는 점이다. 이런 의미로 먹는 음식 중 하나가 바로 '부럼 깨기' 때 먹는 견과류들이다. '동국세시기'에 따르면 "상원(上元'대보름을 한자로 표현한 단어) 이른 아침에 날밤, 호두, 은행 등을 깨물면서 '일 년 열두 달 무사태평하고 부스럼이 나지 않게 해 주십시오' 하고 축수하니 이를 '이굳히기'라고 한다"고 밝히고 있다.
부럼 깨기를 하는 목적 중 하나가 '부스럼이 나지 않게 하기 위해'라고 하는데, 이는 딱딱한 부럼 깨무는 소리에 부스럼과 종기를 부르는 역귀가 놀라 도망간다는 속설에서 나온 유래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부럼을 깨무는 가장 큰 의미는 단단한 견과류를 깨물면서 이가 튼튼해지기를 바라는 주술적 사고에서 비롯된 풍습이다.
복을 빌기 위해 먹는 음식이 있는가 하면 액을 막기 위해 먹지 않는 음식도 있다. 특히 문헌과 정월 대보름에 관한 속설 속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음식은 바로 김치다. 잘 익은 김치가 입 안을 톡 쏘는 느낌을 주듯 톡 쏘는 벌에 일 년 내내 시달릴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또 찬물은 일을 할 때마다 소나기가 오고 여름 내내 더위를 먹는다고 여겨 이때는 물 대신 국을 먹기도 했다.
◆오곡밥 짓기
재료(4인분 기준): 찹쌀 70g, 검은콩 40g, 팥 40g, 찰수수 40g, 차조 40g, 멥쌀 180g, 소금 약간
1. 멥쌀, 찹쌀, 콩, 차조, 찰수수는 충분히 물에 불린다.
2. 팥은 씻어서 터지지 않을 정도로 삶아낸다.
3. 팥 삶은 물은 버리지 말고 소금을 약간 넣고 밥물용으로 사용한다.
4. 솥에 재료를 넣고 미리 만든 밥물을 넣은 뒤 밥을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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