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영란법, '청렴 혁명'의 첫발

입력 2015-03-04 05:00:00

'아들, 형제가 금품 수수 해도 처벌 못 해

이해충돌 방지 입법 안 되면 효력 반감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법)이 마침내 국회를 통과했다. 2011년 6월 당시 김영란 국민권익위원장이 초안을 국무회의에 제출한 이후 3년 8개월 만에, 2013년 8월 정부안이 국회에 제출된 이후 1년 7개월 만이다. 우리 사회의 부정부패 규모나 깊이에 비춰볼 때 늦어도 너무 늦었다. 세월호 참사로 관피아의 추악한 실상이 드러나지 않았다면, 그리고 국회의 늑장 심사에 국민이 분노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늦게나마 입법이 됐을지 의문이다.

하지만 이 법이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보완해야 할 부분 또한 적지 않다. 김영란법의 적용을 받는 가족의 범위를 공직자의 배우자로 좁힌 것이 대표적이다. 이렇게 되면 공직자의 아들이나 형제가 부정 청탁을 받아도 무사통과다. 현실은 당사자에게 직접적으로 부정청탁을 하는 경우 만큼이나 가족을 통한 우회적 청탁도 많다. 이런 방식이 더 눈에 안 띄고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가족의 범위를 좁힌 것은 누가 봐도 납득하기 어렵다. 이는 반드시 보완해야 한다.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 부분이 아예 빠진 것은 더 큰 문제다. 이 조항은 김영란 전 위원장이 마련했던 원안의 핵심 중 하나로, 공직자가 자신 또는 가족, 친족 등과 이해관계가 있는 직무를 수행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정치권은 입법화에서 이 부분을 제외한 이유로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이런 주장을 그럴 듯하게 포장하기 위해 국무총리나 언론사 편집국장 등 포괄적 직무관련자의 가족은 어떤 직업도 가질 수 없다는 극단적 얘기까지 나왔다. 그러나 전 해군참모총장과 그 아들이 합작으로 방산비리를 저지른 데서 드러나듯 이해관계가 있는 직무로 본인과 가족이 얽히는 게 공직 부패의 일반적 실상이다.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를 반드시 입법화해야 하는 이유다.

시행 시기를 1년 6개월 뒤로 미룬 이유도 내년 4월 총선까지는 김영란법으로부터 자유롭겠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여야 원내지도부는 긴 유예기간에 대해 "필요하면 개정하자는 것"이라고 했지만, 이를 누가 믿겠는가.

어쨌든 김영란법의 통과로 우리 사회는 깨끗한 사회로 변모할 수 있는 계기를 맞았다. 이는 공직은 물론 사회 전체가 깨끗해지기를 원하는 국민 모두의 간절한 염원이 이뤄낸 '청렴 혁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패가 일상화된 우리의 현실에서 이 법을 만든 것 자체만으로도 역사의 한 획을 그었다고 평가한다. 철저한 준수와 시행으로 공정 사회를 만드는 것은 전 국민이 마땅히 해야 할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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