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을 비롯한 유명인, 또는 관계자들이 SNS를 사용하다 온탕과 냉탕을 오가는 일이 잦다. 소통을 위한 창구로 쓰거나 자기홍보를 위해 활용하는 선례도 있지만 무심코 올린 한 장의 사진이나 글로 인해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한다. 좋은 뜻에서 쓴 글이 오해를 낳아 곤욕을 치르는 경우도 있다. '공개적인 장'이니 운영자 본인이 좀 더 신중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반면, 일각에서는 유명인의 SNS도 '사적인 공간'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 말 그대로 상호 간 활동이나 관심사를 공유하며 인맥 구축을 도와주는 서비스지만 부작용도 적지 않다. 유명인들의 SNS 활용, 정답은 없겠지만 '이래선 안 된다'는 가이드라인은 분명히 존재한다.
▷'정면돌파' 김장훈, '오남용' 클라라, '이해불가' 김영민
가장 최근 SNS로 인해 곤욕을 치른 유명인은 가수 김장훈이다. 지난달 18일 자신의 트위터에 '근 한 달 만에 쉬는 날이라 '테이큰3' 다운받았는데 생뚱맞게 아랍어 자막이 나와 집중이 안 된다'며 영화 캡처 화면을 올렸다가 '불법다운로드 논란'에 휘말렸다. '정식으로 대가를 치르고 다운로드 받았다'며 완강하게 맞섰지만 영화사 측이 "국내에 유통되고 있는 테이큰3에는 아랍어 자막이 없다"고 밝히면서 김장훈의 입장만 더 난감해졌다. '불법적인 창구를 통해 유통된 파일을 다운로드 받아놓고 자신도 몰랐던 게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오기에 충분한 사건이다. 결국 김장훈 소속사에서 "김장훈은 결제를 하고 다운로드 받으면 전부 합법이라고 생각했다. 모르고 했지만 잘못된 일인 만큼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김장훈 본인도 재차 SNS에 '불법이라고 생각하지 못한 무지의 소치'라는 글을 올리며 사과했다. 그저 자신의 평범한 일상을 팬들과 공유하려다 논란을 불러온 해프닝이다. 그럼에도 김장훈의 SNS 사랑은 극진하다. 공개적으로 사과글을 올린 후로도 자신의 활동사항을 알리며 열심히 팬들과 소통하고 있다. 잘못이 있더라도 정면돌파를 택한 케이스다.
클라라는 말 그대로 SNS로 흥하고 망한 연예인이다. 소위 '레깅스 시구'로 섹시 이미지를 얻고 난 후 지속적으로 몸매 과시용 사진을 SNS에 올리며 인지도를 끌어올렸다. 화보뿐 아니라 현장에서 찍은 '셀프 컷', 그 외 스스로 연출한 '노출 사진'까지 간간이 공개하며 대중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그 스스로 "사진만 올리면 별다른 홍보 없이도 포털사이트 연예면 메인을 장식한다"고 자만했을 정도로 클라라의 SNS는 잠시 '핫'한 공간으로 인정받았다.
여기까지가 SNS를 플랫폼으로 적극 활용해 홍보 효과를 거둔 예. 하지만, 이후 클라라는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주목도를 높이는 데 혈안이 돼 각 프로그램에서 앞뒤가 안 맞는 말을 했다가 질타를 받았고, 이에 '다큐가 아닌 재미를 우선으로 하는 예능을 했을 뿐'이라며 '다르게 말한 것뿐이지 틀린 말을 한 건 아니다'라는 내용의 글로 반박했다. 이후로도 꾸준히 SNS상에서 안티팬들의 공격이 이어지자 급기야 'SNS에 너무 많은 글과 사진을 남긴 것 같다. 더 이상 글을 올리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이 결심도 잠시뿐. 얼마 지나지 않아 슬그머니 SNS 활동을 재개하고 홍보에 열을 올려 '변덕이 죽 끓듯 한다'는 말을 들었다. 소속사 대표와 맞고소 사건이 불거진 후 일종의 호소문을 SNS에 올렸지만 여론은 이미 클라라에게서 등을 돌린 뒤였다. SNS 오남용으로 인한 부작용이다.
지난달 9일 넥센 히어로즈의 김영민 선수는 SNS에 '결혼 후에도 온갖 퇴폐업소를 들락거렸고 룸살롱 아가씨와 연애를 하기도 했다'는 내용이 담긴 장문의 고백글을 올려 파문을 일으켰다. 결혼생활을 이어나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며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는 듯한 내용을 담은 글. 자초지종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비공개로 올리려다 의도치않게 공개해버린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이후 넥센 측의 입장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지만 구단에서는 '개인적인 일이고 부인이 용서했다. 이미 지난 일'이라며 징계 계획은 없으며 따로 공식입장도 밝히지 않겠다고 일축했다. 어떤 관점에서 봐도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 사건이다. SNS에 글 한번 잘못 올렸다가 이미지가 실추된 사례다.
▷유명인 SNS, 사적인 공간으로 봐야 하나
그 외에도 유명인들이 SNS에 올린 글이나 사진 때문에 부작용을 일으킨 사례는 셀 수 없이 많다. 지난해 강원래는 신해철 사망 후 재조명 열기가 뜨거워졌을 무렵 SNS에 댓글 한번 잘못 남겼다가 비난의 대상이 됐다. SNS에 올라온 '평상시에는 노래 쳐듣지도 않다가 꼭 누가 죽으면 지인인양 난리'라는 내용의 글에 '공감 100%'라는 댓글을 남긴 게 화근이 됐다. 작성자가 어떤 의미로 썼든 짧은 문장 하나만 놓고 봤을 때는 오해의 소지가 다분하다.
빅뱅의 멤버 승리는 지난해 교통사고를 낸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복을 입고 즐거워하는 사진을 SNS에 올렸다가 논란을 부추겼다. 가수 팝핀현준은 지난해 공연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을 앞둔 상황에서 '이번 여행은 아시아나 협찬. 이왕 해줄 거면 비즈니스를 주지. 해주고도 욕먹는다. 다음부터는 대한항공으로 간다'는 불만 섞인 글을 SNS에 올렸다가 질타를 받았다.
이 같은 예만 살펴봤을 때 유명인에게 SNS는 독약과 같다. 그런데도 SNS를 중단하지 않는 이유는 존재감을 알리고 대중과 소통하기에 이처럼 좋은 수단도 드물기 때문이다. 'SNS 스타'로 불렸던 '논객' 진중권과 허지웅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오프라인에서 전문지식을 활용하며 입지를 다졌지만 이들의 유명세에 SNS가 절대적인 역할을 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SNS에서 대중문화 콘텐츠나 사회현상, 또 정치 관련 이슈에 대해 강하게 의견을 피력하고 이에 반발하는 이들과 치열하게 싸우며 화제의 중심에 섰다.
물론, 강한 발언으로 인해 수시로 공격의 대상이 된다는 단점도 있다. 영화 '국제시장' 관련 평가에 대한 논란이 심화됐을 당시 허지웅은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 알렉스 퍼거슨의 'SNS는 인생의 낭비'라는 말을 인용하며 "퍼거슨이 옳았다"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국제시장' 관련 SNS를 끊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허지웅은 이후로도 '국제시장' 외 다른 영화에 대한 자신의 소견을 SNS에 올리거나 근황을 전하고 있다. 다만, TV에 자주 모습을 보이며 인기를 얻은 후 SNS에 가시 돋친 글을 올리거나 댓글을 통해 싸우는 횟수는 줄었다. SNS 활동으로 얻게 될 피로감을 최소화시키되 중단은 하지 못한 셈. SNS가 그만큼 자신의 영역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유명인들의 SNS는 수천 명에서 수십만 명까지 '고정 독자'를 확보하며 '매체'와 같은 역할을 한다. '사적인 공간'이라 치부하기엔 그 파급력이 만만치 않다. 그런데도 아이돌 스타 중에는 자신의 SNS를 통해 증명되지 않은 사실을 진실인 양 가공해 관계자들을 난감하게 만들기도 한다. 또는 본인의 입장을 관철시키고 타인을 공격하기 위해 공개적으로 SNS에 글을 올리기도 한다. 그렇게 뚜렷한 확신 없이 올린 몇 줄의 문장은 작성자를 곤경에 빠지게 한다.
언젠가 SNS를 사적인 공간이라고 주장하는 몇몇 연예인들과 공방을 펼친 적이 있다. 대화를 나누다 결국에는 "그럴 거면 게시물을 비공개로 전환하라"는 충고를 끝으로 입을 닫아버렸다. 주목받고 싶어 SNS를 활용하면서 상황이 불리한 쪽으로 기울면 '왜 개인적인 글을 기사화하거나 문제 삼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이던 이들은 자신의 문장 하나에 휘둘리는 대중을 보며 즐거워하고 그들이 보내는 환호와 박수를 집어삼키면서 책임은 회피하는 전형적인 '중2병' 환자들이 아닐까 생각한다.
대중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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