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에서 삼보란 불보(佛寶)'법보(法寶)'승보(僧寶)를 가리킨다. 우리나라의 삼보사찰은 통도사, 해인사, 송광사이다. 경남 양산에 있는 통도사는 부처님의 사리와 가사가 모셔진 '불보' 사찰이다. 통도사에 봄이 왔다기에 가봤다.
◆홍매화 활짝
통도사 영각(影閣) 앞에 홍매화가 활짝 피었다. 마치 어둡고 긴 터널을 뚫고 나온 것처럼 매화가 핀 통도사는 봄의 기운으로 환하다. 통도사를 창건한 자장율사의 법명을 따라 '자장매'(慈藏梅)로 불리는 이 매화는 마치 오랜 세월 수행으로 일군 향기처럼 그윽하고 맑은 향을 내뿜는다. 사찰에 핀 꽃인데도 묘하게 자극적이다. 어떤 이는 화장한 여인의 모습과 비교한다. 립스틱 진하게 바른 여인의 입술처럼 묘한 분위기를 풍기기 때문이다. 여인의 상큼한 미소를 닮았다고 하는 이들도 있다.
스님들은 무심하게 홍매화 나무 아래로 합창한 채 지나간다. 요즘 통도사에 가면 홍매화 주변에는 사진작가들이 몰려와 진을 치고 있다. 꽃잎이 떨어지는 찰나의 순간, 어김없이 셔터 누르는 소리가 고요한 경내를 울린다. 홍매화의 아름다운 자태를 그리는 화가도 눈에 띈다. 옆에 순백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백매화가 있는데 홍매화 옆에 서니 조금은 빛을 잃었다. 동백과 산수유는 아직 꽃봉오리 상태이다. 홍매화를 보러 왔다는 김정희(부산 해운대구 반송동) 씨는 "한걸음에 달려와 직접 보니 참 예쁘고 봄이 오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절간에 붉은 매화가 있으니 왠지 가슴이 더 설렌다"고 했다.
◆무풍한송길
통도사에 닿으면 우선 산문에서 보행로를 따라 이어진 아름다운 소나무 숲길이 반긴다. '무풍한송로'(無風寒松路)이다. 그저 걷는 것만으로 힐링이 되는 길이다. 길이 1㎞, 너비 5m의 무풍한송로라는 그럴듯한 이름이 붙여진 이 길에는 둥치 굵은 소나무가 도열해 있다. 길도 흙길이어서 걷기에 참 좋다. 무풍한송은 '춤추는 바람에 따라 차가운 기운의 노송이 물결 친다'는 뜻을 담고 있다.
매표소에서 일주문까지 가는 길은 계곡을 가운데 두고 왼쪽의 자동차 전용도로와 오른쪽 걸어서 가는 산책길 두 갈래로 나 있다. 두 길은 모두 울창한 소나무 숲으로 우거져 있다. 매표소를 지나 일주문까지 차로도 갈 수 있지만 웬만하면 걸어서 가길 권하고 싶다. 둘레가 한 아름 되는 수백 년 된 적송이 터널을 이루고 있는 이 길은 명상하면서 걷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산책로이다. 길옆 계곡에선 봄을 재촉하는 물소리가 요란하다.
◆ 통도사의 볼 것
양산시 하북면 영축산 속에 자리한 통도사는 홍매화, 무풍한송로 외에도 볼 것이 많다.
▷금강계단=통도사가 불보 사찰인 것은 부처의 진신사리를 모신 금강계단(金剛戒壇)이 있기 때문이다. 금강계단은 승려가 계(戒)를 받는 장소다. 금강계단 때문에 통도사 대웅전(大雄殿)은 여느 사찰과는 다르다. 대웅전에는 불상이 없다. 대웅전에 인접해 부처의 진신사리가 있기 때문이다. 자장율사가 당나라에서 가져온 것이다. 대웅전 북쪽 벽면을 유리로 만들어 진신사리가 봉안된 금강계단을 볼 수 있도록 해놓았다. 신자들은 불상 대신 사리를 모신 금강계단의 사리탑을 보고 절을 한다. 전체적으로 어두운 가운데 금강계단에서 반사돼 쏟아져 들어오는 빛이 신비해 신심을 더 북돋운다.
금강계단이 사방으로 열려 있는 것처럼 대웅전도 사방으로 향해 있다. 앞과 뒤가 구분되지 않는다. 실제 동서남북 사방에 모두 다른 이름이 걸려 있다. 금강계단에 접해 있는 북쪽은 적멸보궁(寂滅寶宮), 서쪽은 대방광전(大方廣殿), 남쪽은 금강계단(金剛戒壇), 동쪽이 대웅전이다. 대웅전의 건축적 장식도 동쪽 면에 집중돼 있다. 대웅전으로 오르는 계단의 경우 동쪽이 남쪽보다 폭이 넓을 뿐만 아니라 중간에 연꽃문양이 새겨져 있다. 창호 살의 경우 동쪽의 것만 화려한 꽃 살로 처리돼 있고, 남쪽은 3칸의 구조인 데 비해 동쪽은 5칸이다. 금강계단 사리탑 주위로 탑돌이를 하는 신자들을 많이 볼 수 있다.
▷현판=통도사에서 눈여겨봐야 할 것은 현판이다. 흥선대원군과 추사 김정희의 글씨를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금강계단' '대방광전' '대웅전'이 흥선대원군 이하응의 글씨다. '금강계단'과 '대방광전'에는 대원군의 낙관이 새겨져 있다. '대웅전'은 그런 표시가 없으나 흥선대원군의 글씨로 전하고 있다.
통도사 일주문 편액인 '영축산통도사'(靈鷲山通度寺) 역시 대원군의 글씨다. '금강계단'과 같이 금색 글씨이고, 글씨체도 굳건한 해서체로 비슷한 필치를 보여주고 있다.
이 밖에 추사 글씨 편액도 적지 않게 걸려 있다. 그 대표적 작품으로 주지실의 '탑광실'(塔光室)과 '노곡소축'(老谷小築) 편액을 꼽을 수 있다. 두 작품 모두 추사의 행서 중 보기 드문 강건한 필력이 느껴지는 글씨다. '산호벽수'(珊瑚碧樹)라는 편액도 추사 글씨이다. 어느 사대부 집이나 사찰이 융성하라는 의미로 써주는 글귀로, '과칠십'(果七十)이라는 낙관으로 보아 추사의 과천 시절 작품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글 사진 최재수 기자 bio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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