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덕동의 부활, 돈·사람 몰린다 …85㎡ 아파트값 2년새 1억원↑

입력 2015-03-02 05:00:00

수성구 인접·코 앞 쾌적한 앞산·든든한 자사고 경일여고·매화재건축 본궤도…

1970년대에 대구시 남구 봉덕초등학교에 다녔던 이모(51) 씨. 10년 전 수성구로 이사를 갔다가 최근 어린 시절 추억이 있는 봉덕동으로 다시 돌아오고 싶었다. 하지만 아파트 가격이 비싸 쉽게 결정하지 못했다. 그는 "봉덕동 집값이 이렇게 오른 줄 몰랐다. 그래도 어릴 적 뛰놀던 고향 동네가 주거 명성을 회복하고 있다니 반가운 소식"이라고 했다.

수성구와 달서구의 택지개발 탓에 상대적으로 쇠락의 길을 걸어온 봉덕동이 회춘하고 있다. 낡은 집들이 정비되고 장기간 표류해 왔던 도심정비사업이 진행되면서 돈과 사람이 다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 부동산의 덕수(국제시장) 봉덕동

남구 봉덕동은 한국전쟁 이후 질곡의 세월로 점철된 한국 근대사에서 산업화의 주역이었던 아버지의 삶을 담은 영화 '국제시장'의 덕수(주인공)와 사뭇 닮았다.

한때 '기브 미 쪼꼬레트'(초콜릿 주세요)로 대변되던 미군부대를 끼고 있어 돈이 몰리는 곳이었다. 덕수가 파독 광부를 하고 베트남에서 벌어온 돈으로 가족을 먹여 살렸듯 미군부대에서 군무원으로 일하는 아버지를 둔 집안은 다소 여유로웠다. 직장인 김모(41) 씨는 "어릴 적 미군부대에 근무하시는 아버지 덕분에 집에 비디오, 냉장고 등이 있었다. 당시에는 봉덕동에 산다는 자체가 꽤 사는 집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도 했다"고 떠올렸다.

지금은 다소 퇴색된 느낌이지만 한때 학군도 탄탄했다. 신천 동쪽의 동구(수성구는 1980년 4월 분구)는 온통 논밭뿐이었다. 그곳 학생들은 곧잘 봉덕초교와 대봉초교에 위장전입을 시도했다. 이를 단속하려고 초교 교사들이 조를 짜 신천을 넘어 순찰을 돌기도 했다. 1970년대만 해도 봉덕초교와 대봉초교 학생 수가 6천 명에 이를 정도였다.

통행금지와 영업제한이 있었던 시절, 밤을 잊은 상권은 봉덕동만의 전유물이었다. 미군이 출입하는 업소에는 영업제한도 없었다. 온갖 통제가 만연했던 시절, 봉덕동은 이른바 '젊은이들의 탈출구'였던 셈이다. 봉덕동 한 주민은 "늦은 밤 카페에서 여가수 노래가 흘러나오고, 젊은이들이 미군들과 어울리는 술집이 즐비했다. 사건'사고도 많았지만 1990년대 말까지만 해도 봉덕동 일대 나이트클럽과 호텔은 손님들로 북새통을 이뤘다"고 했다.

봉덕시장도 미군부대에서 나온 물건을 사고팔고, 돼지국밥 등 먹을거리가 많아 대구의 국제시장으로 통했다. 40년째 봉덕시장에서 가게를 하고 있는 이숙분(가명'68) 씨는 "미군부대 물품부터 담배'술까지 없는 게 없었다. 지금보다 몇 배나 경기가 좋았다"고 했다.

◆봉덕동 주거 명성 회복한다

봉덕동의 아파트도 최고 인기였다. 봉덕동 효성타운 등은 시민들이 가장 살기를 원하는 아파트로 꼽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곳 부동산 시장은 긴 동면기를 거쳤다. 수성구'달서구 중심으로 택지가 개발되면서 남구는 상대적으로 '도심 속 소외지'로 여겨졌다. 하지만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우선 봉덕동은 현재 도심재건축 사업이 착착 진행되고 있고, 신천과 가까워 힐링이 강조되는 주거 경향에 맞춰 명품 주거지역으로 새삼 각광받고 있다.

봉덕동 매화재건축정비사업의 경우, 얼마 전 한라공영이 시공사로 선정되는 등 10여 년간 표류해 온 정비사업이 본 궤도에 오르게 됐다. 이를 통해 봉덕동 491-7번지 일대 8천14㎡ 규모에는 전용면적 59㎡ 및 84㎡ 아파트 186가구가 들어오게 됐다.

화성산업은 봉덕2동 가변지구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과 공사계약을 체결했다. 화성산업은 지난 10월 열린 조합원 총회에서 1만2천여㎡의 부지에 지하 2층~지상 20층 규모로 건립되는 300여 가구의 공동주택 및 부대복리시설 시공사로 선정됐다. 회사 측은 전용면적 68㎡ 및 84㎡ 등 실속형으로 구성해 2016년 조합원 및 일반 분양에 나설 계획이다.

봉덕동이 꿈틀거리며 자체 상권도 생겨났다. 기존 봉덕동은 수성구와 가까운데다 전통시장과 안동갈비거리 등 명물 먹거리 거리가 조성됐다. 봉덕동에서 미군 부대를 타고 이천동까지 직선도로에는 음식점이 늘어서는 등 신흥 상권도 형성됐다. 명문 자사고 경일여고도 봉덕동 부동산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 실제 신천변의 봉덕동 A아파트 전용면적 85㎡의 경우 최근 3억6천만원에 거래되는 등 주변 집값이 2년 새 1억원 이상 뛰었다.

권오인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이사는 "중동교를 사이에 두고 수성구와 인접한 봉덕동은 앞산과 신천대로를 끼고 있고 쾌적한 자연환경과 편리한 교통여건을 갖췄다"며 "봉덕초교'경일여중고'경복중'대구고'경북여고 등도 있어 옛 명성을 되찾고 있다"고 했다.

임상준 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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