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이 바뀌어야 학교가 바뀝니다.'
경북 교사들의 수업이 최근 교육부가 주최한 '제16회 전국 교실 수업 개선 실천사례 연구 발표대회'에서 호평을 받아 화제다. 이번 대회 입상자 26명 가운데 무려 12명이 경북 교사들이다. 이 가운데 초등 부문 1등급에 입상한 안동강남초등학교, 중등 부문 2등급을 받은 구미 형곡고등학교의 사례를 살펴봤다.
◆안동강남초교 '역사수업'
안동강남초교 전재준 교사는 이번 대회에서 초등 부문 1등급 수상자로 선정됐다. 지난 한 해 동안 이곳 5학년 4반 학생들과 함께 새로운 방식의 역사 수업을 진행한 것이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이다.
전 교사가 사례를 발표한 보고서 제목은 '거꾸로 풀어가는 별(STAR)난 사회 학습으로 역사 인식 능력을 길러요'. 전 교사는 "상상하고 표현하는 활동을 통해 역사를 재미있게 익히고 생각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구성한 수업"이라고 했다.
변화의 단초는 새로운 수업 형태로 주목받고 있는 '거꾸로 교실'에서 찾았다. 이 수업 방식은 교사가 만든 10분 안팎의 수업 동영상 강의를 학생들이 미리 보고 오도록 한 뒤, 실제 수업 때는 학생들이 주체가 돼 토론이나 과제 수행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는 것이다. 전 교사는 여기다 인물(Spirit), 문화(Traditional culture), 사건(Affair), 생활(Real life) 등 4개 활동 과제(STAR 과제)를 설정하고, 학생 자신의 관점에서 역사를 다시 살펴보게 하는 방식을 더해 '거꾸로 풀어가는 별난 사회 학습' 수업을 운영했다.
4개 활동 과제는 다시 세분화했다. '인물' 부문 과제는 ▷1인 1인물 탐구하기 ▷나의 탄생 신화 만들기 ▷위기의 조선을 바로 세울 왕을 뽑아요, '문화' 부문의 활동 과제는 ▷문화 전쟁, 삼국의 문화재 경매 ▷만들고 전시하는 고려의 문화재 박물관 ▷상상하고 체험하는 조선 후기 서민 문화 등이다. '사건' 부문 과제는 ▷후삼국 통일, 그 현장을 찾아서 ▷무신정변, 그들의 생각을 읽어라 ▷선택의 순간, 선조 임금이 되다, '생활' 부문 과제는 ▷이 땅의 시작, 그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고려의 무역상에게 무역을 배우다 ▷봄'여름'가을'겨울, 계절 식단 상 차리기 등이다.
가령 '무신정변, 그들의 생각을 읽어라'를 주제로 한 수업 때 학생들은 미리 공부해 온 지식을 바탕으로 역할극을 해본 뒤 무신정변 속 가상 인물이 되어 그가 어떤 생각과 마음을 가졌는지 뇌 구조를 그렸다. 무신정변 이후 일어난 농민과 천민 봉기 중 하나를 택해 사건을 정리해보고 당시 인물을 인터뷰하는 상황극도 진행했다.
전 교사는 "인터넷 검색만 하던 아이들이 다양한 자료를 살필 줄 알게 됐고, 자료 분류와 그 속에서 정보를 찾아내는 능력이 키워졌다"며 "역사 속 인물 역할을 해보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역사 체험 활동을 하면서 역사의 빈자리를 채우는 상상력과 탐구력도 기를 수 있었다"고 했다.
◆구미 형곡고 '법과 정치 수업'
고교 교과목 가운데 '법과 정치'는 학생들에게 그리 인기 있는 교과가 아니다. 법 영역 내용 자체가 어려운 데다 생소한 용어와 개념이 많아 공부하기 힘들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개념과 용어가 이해되지 않아 쉽게 포기하기도 한다. 더군다나 이 교과가 선택과목이다 보니 흥미가 더욱 낮고 학습 태도도 수동적인 경우가 많다는 게 현장 교사들의 이야기다.
구미 형곡고 안은례 교사는 이 같은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지난 한 해 2학년 인문계열 학생 175명을 대상으로 새로운 방식의 수업을 시도했다. 그리고 그 사례를 이번 대회에서 '사고 학(學)+습(習)이 되는 PBL법 수업'이라는 주제로 정리해 발표, 2등급에 입상했다.
안 교사는 "학생들의 생활과 관련이 있는 소재로 구성된 문제를 제시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학생 간 다양한 활동을 경험하게 하는 수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수업의 만족도를 높이고 실생활에서 접하는 법적 문제 상황에 대한 해결 능력도 높일 수 있을 것이란 기대에서 시작한 수업 방식"이라고 했다.
안 교사가 수업에 변화를 주는 데 바탕으로 삼은 이론은 'PBL'(Problem Based Learning: 문제중심학습) 방식이다. 이는 학습자가 관심을 가질 만한 문제를 이용해 학습을 시작하고, 학습자가 주도적으로 학습 과정에 참여해 집단과 소통하며 협력하는 과정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가령 '개인 생활과 법' 단원 중 '민법의 기초 이해'만 해도 교사가 일방적으로 강의하던 예전 수업 방식에서 탈피했다. '태아는 권리능력을 가질까?'라는 학습 주제를 설정한 뒤 권리능력과 의사능력, 행위능력의 의미를 학습했다. 그 과정에서 낙태 시술자를 처벌했다는 TV 뉴스를 보고, 어떤 내용들을 다룬 것인지 발표했다. 이후 조를 나눠 쟁점별로 관련 신문 기사를 요약하고, 인터넷 등을 이용해 추가 자료를 조사한 뒤 각자의 생각을 이야기하며 의견을 하나로 모았다. 관련 문제를 풀어보고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조별로 머리를 맞대고 해결하는 것이 마지막 과정이었다.
안은례 교사는 "많은 수는 아니지만 이 교과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이 어떻게 하면 좀 더 쉽고 재미있게, 유용하게 공부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 이 같은 수업을 진행하게 된 것"이라며 "학생들의 활동 중심으로 수업을 바꾸니 교과에 대한 흥미가 높아졌고, 법원이나 의회 견학 등을 통해 교과에 대한 이해력도 높일 수 있었다"고 했다.
채정민 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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