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축제 리모델링…계절별로 짧고 굵게! 시민들 구경꾼?

입력 2015-02-26 05:00:00

대구시는 시민참여형으로 진행돼 온 대구컬러풀페스티벌의 메인이벤트,
대구시는 시민참여형으로 진행돼 온 대구컬러풀페스티벌의 메인이벤트, '컬러풀 퍼레이드'를 올해부터는 전문 퍼레이드단의 공연 형태로 바꾼다는 방침이다. 문화계 일각에서는 시민참여 행사의 폐지라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매일신문 DB

축제의 '홍수' 시대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크고 작은 축제를 모두 합하면 1천 개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도 예외가 아니다. 2013년에는 34건, 2014년에는 45건의 축제가 개최됐다. 하지만 '양'에 비해 '질'은 따라가지 못한다는 문제가 늘 제기되고 있다. 축제의 주제 및 프로그램이 차별화되지 않고 독창성도 떨어지는 백화점식 무차별적인 지역축제가 양산되다 보니 결국 예산만 낭비한다는 비판이다. 2013년 연간 축제 예산으로 84억원이 쓰였다.

축제의 전반적인 점검을 통한 지속적인 조정 필요성이 제기됨에 따라 대구시는 축제를 시즌별로 연계조정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문화계 사람들 상당수는 이런 대구시의 방향성에는 찬성한다. 하지만 현재 대구시 주도로 축제의 연계조정 및 통폐합이 추진된다는 점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충분한 검토와 토론을 거친 뒤 조정을 해도 늦지 않다는 문화계의 주장이지만 대구시는 "2015년 봄 축제부터 개편을 단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봄…시민 참여 퍼레이드 사라진다?

대구시의 개편안에 따르면 봄 시즌 축제는 '대구컬러풀페스티벌'이라는 명칭으로 통합된다. 5월 1일부터 5일까지 닷새 동안 중구 동성로 도심을 중심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올해는 먼저 동성로축제, 패션주얼리위크, 근대문화제, 컬러풀 퍼레이드가 통합될 예정이며, 내년부터는 약령시한방문화축제, 서문시장 패션축제 등이 추가로 연계된다.

이러면 컬러풀 퍼레이드는 이름만 과거와 같은 뿐 성격은 완전히 달라진다. '시민 참여 축제'가 아니라 전문 퍼레이드 단의 '공연' 행사로 바뀌는 것이다. 컬러풀 퍼레이드는 매년 10월 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의 교통을 통제하고 이틀간에 걸쳐 퍼레이드를 펼쳐왔으며, 지난해의 경우 101개팀 3천500여 명이 참여했다. 약 58만 명의 관람객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돼 명실상부한 지역의 대표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퍼레이드의 성격을 바꿔 전문 공연단의 '보여주기식' 퍼레이드로 변화하는 데 대해 문화계에서는 우려와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문화계 인사는 "축제라는 것은 시민이 참여하고 시민이 즐거워야 정말 오래 지속되는 축제라는 생각에 시민 참여에 초점을 맞췄던 것인데, 이렇게 되면 수없이 많은 공연 행사 중 하나가 될 뿐"이라고 아쉬워했다.

또 다른 문화인 역시 "2010년부터 전문가 6인으로 구성된 기획단이 1년 반에 걸친 회의를 통해 "대구의 킬러(핵심) 콘텐츠를 만들겠다"는 포부로 시작된 퍼레이드를 갑작스럽게 폐지하겠다는 의도를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구시는 컬러풀페스티벌에 사용됐던 9억원의 예산을 쪼개 전문 퍼레이드단의 공연비와 근대문화제 신설 등에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가을…공연 겹치면 대관은 어쩌나?

대구시가 내놓은 축제 개편안 중 또 다른 문제점은 가을 시즌 축제를 '공연'을 중심으로 연계 개최한다는 계획이다. 대구가 공연중심도시를 표방하는 만큼 집중도를 높이자는 취지라는 게 대구시의 설명이다. 올해는 이미 대관 등이 확정돼 있어 시기를 조정하는 것이 불가능한 만큼, 내년 가을부터 대구국제오페라축제(10월)와,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6월), 아시아오케스트라페스티벌(11월), 세계합창페스티벌(11월), 사진비엔날레(격년 9~10월)를 모두 묶어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문화계에서는 "성공 여부를 확신하기 힘든 위험한 발상이며 가능할지도 의문"이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각 장르마다 특성이 다른 것을 무시한 채 '공연'이라는 이유만으로 한데 묶어서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우려 때문이다.

당장 '대관'부터가 문제다. 배성혁 뮤지컬축제집행위원장은 "10월에 수많은 공연장을 한꺼번에 장기 대관하는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라는 입장을 대구시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뮤지컬 축제 입장에서야 공연 최고 성수기인 10월에 축제를 개최한다면 손해 볼 것이 없지만, 공연장 사정상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배 위원장은 "당초 딤프가 6월 말에 개최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여러 공연장을 한꺼번에 장기 대관하는 것이 어렵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비수기인 6월 공연장 점검기간을 2주 뒤로 미루는 조건으로 이때 열게 된 것이다"고 설명했다.

뮤지컬축제는 '대관'이라는 현실적인 사정이 있다면, 다른 클래식 축제 입장에서는 관객 친화도 입장에서 티켓 파워가 우월한 뮤지컬과 경쟁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크다. 꼭 하나의 공연을 선택해야 한다면 '뮤지컬'에 대한 선호도가 월등히 높기 때문이다. 특히 오페라축제와 아시아오케스트라페스티벌, 세계합창페스티벌 등은 관객층이 상당 부분 겹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한 전문가는 "공연이라는 이유만으로 한꺼번에 축제를 묶어서 개최한다는 것은 상당히 편의주의적인 발상으로, 클래식 음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축제…일단 개최하고 시민 피드백?… 선후가 어긋난 행정

대구시는 먼저 시가 주축이 돼 봄, 여름 축제를 연계조정한 안을 올해 시행에 들어간 뒤 3월 말까지 축제 준비 및 실행을 위한 전문조직인 축제위원회, 사무국 등을 구성'운영한다는 계획이다. 또 축제평가단을 별도로 구성해 전문가 및 시민들의 피드백을 활용해 전반적인 축제를 다시 조정하겠다는 방안이다.

이에 대해 이재화 대구시의회 문화복지위원장은 "일단 먼저 판을 벌여놓고 뒤에 수습하겠다는 식의 발상 아니냐"며 "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야 할 필요가 있으며, 현재 대구시의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축제선진화추진 특별위원회와도 깊이 있는 검토를 한 뒤 연계조정해도 늦지 않은데 너무 서두르는 경향"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전문가들 역시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한 전문가는 "공무원이 축제 전문가가 아닌데도 이들의 의견만으로 특정 행사가 사라지고, 새롭게 만들어지는 행태는 더 이상 되풀이되지 않아야 한다"면서 "4년 임기제인 지방자치단체장의 임기에 맞춰 실적을 내야 하다 보니 모든 행정이 너무 서둘러 행해지고, 이에 따른 부담은 시민이 떠안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축제의 전반적인 성격 역시 원점에서 재검토가 필요하다. 임인환 대구시의회 축제선진화추진 특별위원장은 "지역의 축제가 주민의 자발적인 참여 없이 관 주도나 일부 단체에 예속되어 개최됨에 따라 축제의 핵심인 주민화합과는 거리가 있고 일회성 이벤트 축제로 전락하고 있다"며 "축제의 정체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구경북연구원 오동욱 박사는 "기획 단계부터 철저한 합리성과 공론화 절차가 있어야 한다"면서 "도시 맥락에 맞는 독창적이고 경쟁력 있는 축제콘텐츠를 먼저 개발하고, 이에 대한 장기적인 계획 및 시스템을 체계화해야 성공적인 축제로 자리매김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윤조 기자 cgdream@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