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경제계 이끌 인사 포스코 '입김' 벗어야

입력 2015-02-25 05:00:00

당선 유력 후보들 외주 파트너사 운영…모기업과 관계 묘한 잡음 생길 수도

포항 경제를 이끌 새로운 수장을 뽑는 포항상공회의소 회장 선거가 다음 달 25일로 예정돼 있다. 지역 상공인의 권익을 대변하면서도 포스코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지역경제를 이끌 인물에 대한 갈증이 크다. 포항철강공단 전경. 포항시 제공
포항 경제를 이끌 새로운 수장을 뽑는 포항상공회의소 회장 선거가 다음 달 25일로 예정돼 있다. 지역 상공인의 권익을 대변하면서도 포스코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지역경제를 이끌 인물에 대한 갈증이 크다. 포항철강공단 전경. 포항시 제공

포항상공회의소 회장으로 당선될 가능성이 높은 유력 후보들의 '주홍글씨'는 뭘까? 바로 포스코 외주 파트너사를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포항시장, 포항시의회 의장과 더불어 지역 3대 기관장으로 꼽히는 포항상의 회장 자리에 포스코 눈치를 보는 인사가 올라선다는 것은 아무래도 모양새가 좋지 않다. 포항의 경제계를 이끌 수장이 포스코에 휘둘리지 않는 인사가 온다면 좋겠지만 나설 후보도 마땅치 않다. 포스코 외주 파트너사 대표가 포항상의 회장이 될 경우 포스코의 그늘에서 벗어나 얼마나 자유롭게 활동할지가 의문이다.

◆대기업-하청 관계 인사가 상의 회장이라니?

포스코는 외주 파트너사의 목줄을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외주 파트너사 대표는 "포스코 재량에 따라 기업 매출이 엄청나게 달라지는 외주 파트너사 대표가 상의 회장이 된다고 해서 포스코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겠는가"라며 "외주 파트너사를 지키기 위해 포항상의 회장직에 욕심을 내고 있다는 시각이 있는 만큼, 상의 회장을 꿈꾼다면 적어도 포스코와의 관계 정리부터 해야 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실례로 포항과 산업형태가 비슷한 구미의 상의 회장 선거만 봐도 '대기업과 하청' 관계에 있는 인사가 선거전에 뛰어드는 경우는 없다.

상공의원 1천270표의 80% 이상을 갖고 있는 삼성이나 LG가 하청업을 하는 인사에게 상의 회장직을 내어줄 리도 없고, 업을 하는 인사 역시 스스로 회장직에 나서지도 않는다.

구미의 한 상공인은 "하청기업 대표가 지역경제 수장이 되면 모기업 대표와 관계 설정이 묘하게 된다. 이런 이유로 서로 잡음을 만들지 않기 위해 하청업체 대표들이 스스로 상의 회장직에 나서지 않는 게 불문율처럼 굳어 있다"며 "매년 삼성이나 LG와 관계없이 독자적으로 사업을 운영하는 중소기업 대표들이 상의 회장을 맡아 대기업을 견제하면서도 지역 중소기업 활성을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항의 경우, 외주 파트너사 대표들이 상의 회장에 출마할 경우를 대비해 포스코가 일정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놓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상공의원의 절반가량을 포스코 계열사 및 외주 파트너사가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추대 전통 만들지 못해 아쉬워

다음 달 19일로 예정된 포항상공회의소 상임의원 50명(특별회원 2명 제외) 선거가 끝나면 일주일 이내에 제22대 포항상공회의소 회장 선거가 치러진다.

지역 상공계는 추대로 회장이 뽑혔으면 하는 바람을 가졌으나, 후보군이 서로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경선으로 가게 됐다.

앞서 최병곤 현 회장은 치열한 선거를 치르고 당선돼 선거 후유증을 겪은 터라 경선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잘 알고 있어 이번만큼은 추대가 이뤄지기를 바랐지만 후보 간 경쟁으로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포항철강공단 한 기업인은 "지난 최병곤 회장이 나선 선거전에서는 후보들이 흑색선전과 비방'폭로전을 일삼으면서 포항뿐만 아니라 주변 지역에까지 망신살이 뻗쳤다. 이번 선거가 아직까지는 조용해 다행이지만 포항상의 회장은 상공인들의 추대에 의해 선정되어야 하며, 포스코 역시 관련업체 대표가 상의 회장에 나올 수 없는 분위기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회장 후보군은 어떤 인물?

박병재(63) 범한산업 대표는 포항상의가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침체돼 있는 것에 대해 변화를 불어넣겠다는 의미에서 '변화'를 주장하고 있고, 윤광수(56) 해광기업 대표는 현 체제를 유지하면서 지역 상공인들의 손과 발이 돼 주겠다는 '역할론'을 말하고 있다. 허상호(65) 삼도주택 회장은 상의 개혁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서서히 변화하는 '중도개혁'을 표방하고 있다.

박 대표는 1979년 포항제철소에 입사해 1999년 지역공사추진반장으로 퇴직할 때까지 20년 동안 포스코에서 일한 포스코 출신이다. 퇴직 후 플랜트 제작 설치업체인 범한산업을 설립, 연매출 400억원대의 중견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이후 지난 2005년 포항제철소 내 조업정비를 담당하는 피앤피와 2007년 베트남에 범한비나(건설업체)를 각각 설립해 모두 2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포항지역발전협의회 부회장과 포항범죄피해자지원센터 이사장, 포항시체육회 재정위원장 등을 맡아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업무추진력은 강하지만 직설적인 언행 탓에 오해를 불러일으킨다는 게 약점이다. 연임이 아닌 단임 의지를 밝혔으며, 상의 문호를 개방하고 소상공인을 육성하는 등 상의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뜻을 갖고 있다.

윤 대표는 대학 졸업 후 기계설비업체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 김영삼 정부 시절 정치권에 몸담았던 친형의 도움으로 지난 1994년 당시 포철산기(현 포스코플랜텍) 협력업체인 해광기업(2005년 포스코 외주 파트너사로 편입)을 설립했다. 현재 기계정비업체인 해광기업과 설비공사업체인 해광공영을 경영하고 있는데 각각 1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윤 대표는 현 포항상의 부회장이며 대한설비건설협회중앙회 부회장,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 조정위원회장 등을 맡으며 운신의 폭을 넓히고 있다. 원만한 성격에 적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우유부단해 상의를 강단 있게 이끌지는 의문이라는 시선이 많다. 현 상의 집행부의 지원을 받고 있어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윤 대표는 상의가 지역기업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도록 포항시와의 가교 및 대변자 역할을 충실히 하겠으며 내외부의 다양한 조언을 수용해 합리적인 상의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허 회장은 주택건설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다. 1986년 영남주택이라는 개인 업체를 세워 주택시장에 뛰어들어 2년 뒤 현재의 삼도주택으로 법인을 전환, 지금은 삼도주택과 삼도종합건설, 삼도건설, 옥산개발 등 4개의 법인을 거느리며 연매출 2천억원대의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대한주택건설협회중앙회 부회장과 한국자유총연맹 경상북도 회장을 맡고 있다. 조용한 성품으로 매사에 신중하다는 평을 받고 있지만, 고집이 쎄 포항경제계를 대표해 타지에서 원만한 활동을 펼칠지는 미지수다. 김관용 경북도지사와 친분이 돈독해 이번 상의 회장 선거에 김 지사의 입김이 변수가 될 수 있다. 허 회장은 지역을 위한 마지막 봉사라는 생각으로 출마한 만큼 상의가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듦과 동시에 상의가 지역경제에 실질적 보탬이 되는 단체가 되도록 하겠다는 각오다.

포항 이상원 기자 seagull@msnet.co.kr

박승혁 기자 ps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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