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증기인데…"불이야" 119 오인신고 잦아

입력 2015-02-18 05:00:00

혁신도시 열병합발전소 '주범'…놀란 시민들 대형화재인줄 착각

시민들이 대구 동구 혁신도시 내 열병합발전소에서 나온 수증기를 화재 연기로 착각해 119에 신고하는 일이 잦다. 사진 서광호 기자
시민들이 대구 동구 혁신도시 내 열병합발전소에서 나온 수증기를 화재 연기로 착각해 119에 신고하는 일이 잦다. 사진 서광호 기자

'대형화재 보고 놀란 가슴, 수증기 보고 놀란다?'

대구 동구 혁신도시 내 열병합발전소(이하 발전소)의 수증기가 잇따른 화재 오인 신고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최근 잇따른 대형화재에 놀란 시민들이 발전소 수증기를 화재 연기로 착각해 119에 신고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소방관들은 헛걸음하기 일쑤다.

지난달 15일 오전 7시 27분, 동부소방서 상황실에 혁신도시 내 고층건물에서 연기가 피어오른다는 내용의 신고전화가 걸려왔다. 즉각 현장과 가까운 안심119안전센터 등 119안전센터 3곳에서 출동했지만 건물은 멀쩡했다. 고층건물이 수증기를 뿜어내는 발전소를 가리면서 일어난 해프닝이었다.

같은 달 13일에도 오전 7시 44분과 오전 9시 33분 각산동 한 아파트와 신기동에서 연기가 피어오른다는 신고가 들어왔지만, 모두 수증기를 연기로 착각한 오인 신고였다. 그보다 사흘 전인 10일 의정부에서 도시형 생활아파트 화재가 발생해 많은 인명피해를 낳았던 터라 소방관들은 이 신고에 바짝 긴장한 채 출동했지만 헛걸음만 했다.

발전소가 가동한 지난해 12월 6일 이후 이 일대에는 화재 오인 신고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동부소방서에 따르면 발전소 가동 후 지난달 29일까지 약 2개월 동안 동구에서 연기가 난다는 오인 신고로 출동한 건 모두 24차례. 이 중 9차례는 발전소와 가까운 안심119안전센터에서 출동했다.

동부소방서 관계자는 "발전소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시민의 오인 신고가 잦고 가끔은 근처 경부고속도로 이용자들이 불이 났다며 휴대전화로 신고하는 경우도 있다"며 "신고는 대부분 수증기가 더 크게 형성되고 대기 중으로 흩어지는 속도가 느려지는, 기온이 낮고 흐린 날 몰린다"고 했다.

시민의 투철한 신고 정신을 높이 사야겠지만 잦은 오인 신고 때문에 소방행정력이 낭비되고 있다. 119로 화재신고가 들어오면 불이 났든 안 났든 소방관들이 출동해 상황판단을 해야 하는데, 보통 한 번 출동에 동원되는 소방차만 10~12대에 이르고 소방관 등 인력도 30여 명이나 된다. 펌프차와 물탱크차, 구조차도 뒤따르는데, 고층건물 화재신고 경우엔 소방서의 지휘대까지 총출동한다.

혁신도시 내 열병합발전소를 운영하는 대구그린파워도 잦은 오인 신고 때문에 곤욕을 치러야 해 최근에는 시민들에게 연기가 아니라 수증기라는 사실을 알리기에 힘쓰고 있다.

대구그린파워 관계자는 "수분이 차가운 대기와 만나 급속하게 냉각'응축되면서 생긴 미세한 물방울이 뭉쳐 마치 연기처럼 보인다"며 "등산로나 주변에 이런 현상을 알리는 현수막을 내걸었고, 앞으로도 굴뚝과 고속도로 표지판에 '수증기 발생지역' 문구를 써넣어 오인 신고를 줄이는 데 노력하겠다"고 했다.

서광호 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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