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비 마련 못해 무너지는 '코리안 드림'
"돈 벌러 왔는데 공장으로 돌아가지 못해요. 수술도 해야 한다는데 캄보디아에서 월세도 못 내고 있는 가족들 생각하면 한숨만 나와요."
캄보디아에서 2013년 산업연수생으로 한국에 온 츤분튼(28) 씨. 가난하게 살고 있는 가족들에게 돈을 보내며 쉬는 날도 없이 일했었지만 올 초 갑작스레 건강이 나빠지면서 병원을 찾았다. 그의 병은 만성 신부전증. 병원에 갔을 때는 이미 양쪽 신장이 기능을 거의 하지 못할 정도로 말기 상태였다. 일주일에 3번 투석치료를 받아야만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츤분튼은 당장 신장 이식 수술이 필요하다. 병원 침대에 누운 츤분튼은 병원비와 수술비 걱정 때문에 한숨만 쉬고 있다.
◆한국에서 일하다 투병하게 된 츤분튼
츤분튼이 처음 한국 땅을 밟은 건 2013년 6월. 캄보디아에 있는 의류공장에서 일하던 그가 한 달에 버는 돈은 고작 10만원 정도. 10배가 넘는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홀로 한국을 찾았다.
작은 농장에서 농사 허드렛일 자리를 얻은 그는 2, 3달간 수확한 농작물 상자를 나르는 등 밤낮없이 일했다. 하지만 그에게 돌아온 돈은 70만원 남짓이었다. 캄보디아에서 알고 지내던 친구가 츤분튼의 사정을 알고 자신이 일하는 자동차 부품공장을 소개해줬고, 한 달에 130만원 정도 월급을 벌 수 있는 일자리를 얻었다.
성실했던 츤분튼은 공장에서도 쉬는 날도 없이 일했고, 월급의 절반이 넘는 70만원 정도를 캄보디아 집으로 보내고, 나머지는 차곡차곡 모아나갔다. 돈을 모아 캄보디아로 돌아가면 집도 사고 결혼도 해서 가족들과 행복하게 사는 소박한 꿈을 키워가느라 힘든 줄도 모르는 날들이었다.
올 초 갑자기 츤분튼은 몸이 심하게 붓고 일하기가 힘들어져 병원을 찾았다. 병원에서는 만성 신부전증이라는 진단이 내려졌다. 심지어 그의 양쪽 신장은 이미 기능을 회복하지 못할 정도로 망가져 있었다. 일주일에 3번 혈액 투석 치료를 받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해질 정도의 상태였다. 투석 치료를 받게 되면 매번 4~6시간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했다. 돈을 벌기 위해 한국으로 온 츤분튼은 결국 공장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병원 신세를 지게 됐다.
"공장으로 돌아가고 싶은데 병원에 계속 있어야 해요. 빨리 돈을 벌어서 가족들에게 보내줘야 하는데…."
◆상상도 하지 못한 신장이식 수술비
츤분튼의 고향은 캄보디아의 한 시골마을이다. 츤분튼이 어린 시절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 홀로 형과 츤분튼, 여동생을 키워야 했다. 아버지는 오랫동안 당뇨를 앓으면서 힘든 일을 하지 못했고, 가족은 항상 배고픔과 싸워야 했다. 츤분튼과 형제들은 어린 나이부터 인근 공장에 취직해 일을 해야만 했다.
버는 돈이 많지 않았던 가족인지라 츤분튼보다 10살이 많은 형은 결혼한 후에도 아버지, 동생들과 한집에서 지냈다. 가난했지만 가족들은 항상 서로를 위하며 화목하게 지냈다. 하지만 츤분튼의 형수가 갑작스런 심장병으로 수술을 하게 되면서 살림은 더욱 곤궁해지게 됐다. 한 달에 5만원 남짓의 월세를 내는 좁은 방 한 칸에 다섯 식구가 함께 지내게 됐다. 츤분튼은 결국 돈을 벌기 위해 한국행을 결심했다.
츤분튼이 한국에서 일하기 시작하고 1년 정도가 지나자 가족들도 희망을 갖기 시작했다. 여전히 작은 단칸방에서 네 식구가 지내야 했지만 츤분튼이 보내오는 돈으로 아버지와 형수의 병원비를 대고 월세도 낼 수 있었다. 돈을 모아서 오겠다는 츤분튼의 얘기에 가난도 이겨낼 수 있을 거라 희망이 싹텄다.
하지만 얼마 전 가족들에겐 청천벽력같은 츤분튼의 투병 소식이 전해졌다. 신장이식을 하지 않으면 혈액 투석을 해서 생명을 지속할 수밖에 없다는 소식에 아버지가 가장 먼저 자신의 신장을 주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아버지는 오랫동안 당뇨를 앓아와 아들에게 신장을 줄 수 없는 상태였다. 곧바로 츤분튼의 형이 동생에게 신장을 이식해주겠다고 선뜻 나섰다. 다행히 혈액형도 같았고, 이식이 가능하다는 판단이 나왔다.
형의 신장을 이식할 수 있다는 기쁜 소식에도 츤분튼은 마냥 기뻐할 수가 없다. 4천만~5천만원가량하는 신장 이식 수술비는 그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기 때문이다. 1년 반가량 성실히 일하며 모아놓은 돈도 지금까지의 병원비로 모두 써버린 상황에 아버지와 형은 월세 5만원짜리 단칸방에 지내며 소형 오토바이에 사람들을 태워주는 일로 하루 겨우 3천원을 벌고 있다. 아픈 형수마저 시장에서 물건을 팔아 생활비를 보태고 있는데 5천만원이라는 돈은 상상조차 하기 힘든 것.
"이주노동자센터와 병원 등에서 많이 도와주시고 있지만 앞으로가 더 문제예요. 가족들 걱정 때문에 요즘엔 잠도 잘 오지 않아요. 얼른 나아서 다시 일도 하고 돈을 벌어서 가족들에게 보내고 싶은데…."
김봄이 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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