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헤는 영양 수하 밤하늘] <하> 9월 '밤하늘보호구역' 지정

입력 2015-02-17 05:00:00

국제밤하늘보호구역으로 지정된 미국 세도나의 밤하늘. 가운데 희뿌연 부분이 은하수다. 국제밤하늘보호협회 제공
국제밤하늘보호구역으로 지정된 미국 세도나의 밤하늘. 가운데 희뿌연 부분이 은하수다. 국제밤하늘보호협회 제공

빛의 발견은 인류 문명의 상징이다. 인공 빛 덕분에 밤에도 대낮처럼 일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현대사회에는 인공 불빛이 과도해 '빛 공해'로 되돌아오고 있다. 촛불 하나 정도의 밝기가 1칸델라(cd)라고 한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스마트폰, TV, 네온사인 등은 수백~수만cd를 내뿜고 있다. 그만큼 우리는 인공 빛에 밤낮없이 노출돼 생체리듬에 악영향을 받고 있다.

빛 공해는 밤하늘의 별빛을 빼앗아버렸다. 영국 왕립천문학회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에 퍼진 인공 불빛의 수는 1970년대에 비해 3배가량 늘어났다. 2008년 월스트리트저널은 '세계 인구의 3분의 2가 밤하늘의 별을 제대로 볼 수 없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별은 인간을 꿈꾸게 한다. 불을 끄면 별이 켜진다. 오는 9월, 늦반딧불이가 밤하늘을 수놓을 때쯤 영양군 수비면 수하리 생태지역의 밤하늘이 국제기구로부터 밤하늘보호구역으로 지정된다. 반딧불이로 유명한 수하계곡이 '별빛 명소'로 국제적 명성을 떨칠 것으로 기대된다.

"中'몽골'日 잇는 생태 교두보"

◆스콧 카델 회장=국제밤하늘보호협회 스콧 카델 회장은 "영양 수하계곡 밤하늘이 우리 협회로부터 '밤하늘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 아시아 첫 지정을 뛰어넘어 중국과 몽골, 일본 등 밤하늘보호구역에 관심을 보이는 국가와 지역에 영향을 미치는 교두보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수하지역 밤하늘의 투명도가 평균 20~22mag/arcsec²(특정면적당 밝기 단위)로 세계적으로 뛰어난 수준이고, 반딧불이 생태공원 등 지역 생태계 보전 노력 등이 진행되는 점을 높이 평가, 아시아의 첫 밤하늘 보호구역 지정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카델 회장은 "지구촌 곳곳에서 밤하늘보호구역으로 지정된 뒤 지역민들이 함께 인공 빛을 규제하고, 밤하늘과 별빛의 아름다움을 보호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국제밤하늘보호협회(IDA)는 수하 밤하늘이 보호구역으로 지정될 경우 협회 웹사이트, 캘린더, 협회보 및 다양한 미디어 등을 통해 새로운 공원 지정을 국제사회에 알린다.

'반딧불이 특구' 등 묶으면 시너지

◆권영택 영양군수=지난 2005년 수비면 수하2리 심천마을과 송방마을 일대 193만8천529㎡가 '반딧불이생태체험마을 특구'로 지정받았다. 이 지역은 청정 환경의 상징인 반딧불이가 서식하는 곳으로 알려지면서 다양한 학술연구와 생태보전 메카로 활용되고 있다. 이제 바로 이 지역이 '국제밤하늘보호구역' 지정을 통해 아시아 최고의 청정 환경 지역으로 인정받게 된다.

권영택 영양군수는 "영양지역은 반딧불이생태체험마을 특구를 비롯해 세계적 생태습지로 가꾸는 '삼지연꽃테마공원', 국립멸종위기종복원센터, 국가산채식품클러스터 등 국내 최고의 청정지역으로 자리 잡고 있다"며 "이런 환경 속에서 수하 밤하늘이 국제밤하늘보호공원으로 지정되면 영양은 새로운 꿈과 희망을 키워나가는 지역으로 거듭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권 군수는 "앞으로 5월까지 영양군의 청정 이미지를 담고 조명 관리 계획, 보전 계획, 지역주민 참여를 위한 조직 구성 등 열정을 담아 신청서를 작성, 제출할 계획"이라고 했다.

'밤 테마' 관광 등 활용 범위 다양

◆한국챕터 정원길 교수=아시아 태평양에서 아홉 번째, 한국에서는 서울챕터와 함께 최초의 국제밤하늘보호협회(IDA) 한국 챕터(Chapter)인 정원길 대구한의대 교수는 "지난 2001년 이후 IDA가 주도해 13곳의 밤하늘보호공원, 5곳의 밤하늘보호구역, 4개의 지역사회 커뮤니티 등 9개국 22곳을 지정,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아시아 국가는 한 곳도 없다"고 했다.

그는 "IDA는 '옥외 전등으로부터 인간의 생태와 밤의 문화유산을 지켜내자'라는 기본 취지로 적절한 장소에서 적절한 조명을 사용해 생태계를 복원하고, 사람들의 건강을 회복하기 위한 다양한 분야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수하 밤하늘이 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 체류형 야간 관광명소, 의료관광, 청정 환경을 인정받은 지역 농산물 브랜드화, 반딧불이생태체험마을과 함께 지역의 새로운 관광 패턴을 이끌어가는 효자로 가꿀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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