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창의인재 3.0] <7>사회적 가치를 생각한다 -청년 사회적경제기업가들

입력 2015-02-17 05:00:00

나보다 우리 모두의 행복…매출 목표! 건강한 사회

창조경제 시대 인재란 나보다 우리 모두의 가치, 건강한 사회를 꿈꾸는 이들이 아닐까. 장거살롱 전수윤 대표는 대구 중구 북성로에서 폐자전거방을 운영하고 있다. 이채근 기자 mincho@msnet.co.kr
창조경제 시대 인재란 나보다 우리 모두의 가치, 건강한 사회를 꿈꾸는 이들이 아닐까. 장거살롱 전수윤 대표는 대구 중구 북성로에서 폐자전거방을 운영하고 있다. 이채근 기자 mincho@msnet.co.kr

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장(카이스트 초빙 교수)은 "추격경제에선 스펙(SPEC)형 인재가 필요했다. 그러나 창조경제에는 발굴형 도전형 인재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제'가 무엇인지를 찾는 게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의식은 개인의 성공을 넘어 사회 변화에 대한 고민으로 확장된다. 상생, 이타, 공존, 소통 같은 가치들은 창조경제 인재에게 더없이 필요한 자질이다.

사회적기업'협동조합'마을기업 같은 사회적 경제 주체들이 그 대표적인 예다. 대구경북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단을 맡은 '시간과 공간연구소'(단장 엄태수)의 소개로 대구에서 활동 중인 30대 사회적기업가들의 얘기를 들어봤다.

◆장거살롱 전수윤 대표

"그냥 자전거방이에요. 버려지는 자전거를 고쳐 여러 사람이 가치있게 쓸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다 창업하게 됐죠."

대구 중구 북성로의 한 귀퉁이에는 '장거살롱'이라는 조그만 가게가 있다. 가게 앞엔 자전거 몇 대가 세워져 있는데, 문을 열고 들어서면 카페 같기도 공방 같기도 하다. 가게 천장에는 앞바퀴가 두 개인 자전거가 매달려 있다. 자전거 안장으로 만든 작은 의자, 커피잔을 주렁주렁 매단 자전거 바퀴살…. 가게 안쪽 작업대에는 분해된 자전거의 부품들이 자리하고 있다. 손님인지, 직원인지 젊은이 두 명은 비스듬히 의자에 기대앉아 책을 읽고 있다. 기름 냄새 대신 커피 향이 그윽하다. 그냥 자전거방의 풍경이 아니다.

전수윤(34) 대표는 지난해 5월 이곳에 '장거살롱'을 열었다. 고장 나 버려진 자전거를 수거하거나, 기부받아 '쓸모 있는 물건'으로 재탄생시키는 게 이곳의 일이다. 인근에는 폐자전거를 보관하는 창고와 공장까지 두고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을 할 생각을 했을까.

전 대표는 대구에서 공고를 나와 10년가량 철공소에서 일했다. 춤추는 게 좋아 대구YMCA를 들락거리다, 2009년 전공을 살려 대구YMCA 희망자전거 제작소 창립 멤버로 활동하게 됐다.

그러다 2011년 폐자전거를 활용한 창업을 했다. 버려지는 자전거라도 쓰임새가 많다. 조금만 손보면 멀쩡한 자전거가 된다. 폐자전거 부품에 예술적 취향을 더하면 훌륭한 실내장식 소품이 되기도 하고, 독특한 조형물로 재탄생하기도 한다. '업사이클링'(Upcycling'쓸모없는 물건을 재활용하는 차원을 넘어 디자인과 활용성을 가미해 더 높은 가치를 가진 새로운 상품으로 탄생시키는 것)의 일종이다. 폐자전거는 아파트 단지를 돌며 수거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얼마간의 돈을 주고 기부를 받는다. 그렇게 고친 자전거 중 일부는 누구든지 공짜로 쓰고 돌려주면 되도록 가게 앞에 둔다.

유난히 말이 느린 주인장의 손은 부지런하다. 나만의 맞춤형 자전거를 원하는 손님들을 위해 밤늦게까지 작업에 매달리기도 한다.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빼먹지 않는 질문이 있다고 했다. 기자도 같은 걸 물었다. "이거 해서 먹고살 수 있어요?" 그렇다고 했다. 먹고사는 데 대한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는 "다행히 가게 매출이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월급쟁이로 치면 2천~3천만원 정도는 될 것"이라고 수줍게 말했다. 작년에는 결혼도 했다.

전 대표는 자신의 돈 200만원과 사회적기업 육성사업단으로부터 지원받은 3천만원으로 창업했다. 육성사업 후속으로 현대자동차에서 지원받은 1억원은 시설투자에 들어갔다. 대출도 받았다. 힘들지만, 그는 "창업을 하지 않았더라면 후회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가 생각하는 5년 후는 폐자전거의 건강한 순환생태계를 구축하는 일이다. "버려지는 자전거는 어디든 많잖아요? 대구 곳곳에 이런 자전거방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빅 핸즈 김지영'무빙아트웍스 박준창 이사장

대구 동구 반야월 네거리 인근, 안심습지가 바라보이는 탁 트인 곳에 '빅 핸즈'(Big hands'큰 박수, 지지, 격려라는 뜻)라는 카페가 있다. 에이즈 감염인 지원기구인 레드리본센터 사회적 협동조합이 만든 예비 사회적기업이다. 감염인과 비감염인들이 일하고 있다. 이곳 김지영(37) 이사장은 에이즈 감염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개선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다가 2012년 한 대기업이 주최한 공모전에서 감염인과 함께 일하는 사업장을 콘셉트로 수상하게 돼 1억원의 지원금을 받았다. 그가 대구경북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단을 찾은 것은 그 즈음이다.

"에이즈는 꾸준한 관리가 필요한 만성질병일 뿐이에요. 일상생활의 접촉으로는 감염이 되지 않죠. 하지만 에이즈 치료술이 아무리 발달해도 에이즈에 대한 사회적 편견은 여전하죠."

김 이사장은 에이즈 감염인을 위한 쉼터에서 일하다, 가족'사회로부터 단절된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사회참여를 통한 자활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노라고 했다. 그가 한 마지막 말의 여운이 깊다. "편견에 시달리는 에이즈 감염인, 사회적 소수의 삶이 나아진다는 것은 우리 사회 전반이 나아진다는 것과 같은 의미 아닐까요?"

'무빙 아트웍스'는 신진작가들의 미술 작품을 찾아가는 갤러리 형태로 전시하는 사회적 협동조합(중구 동인동)이다. 이곳 박준창(30) 이사장은 미대 3학년 재학 중에 이 일에 나서게 됐고, 2013년 창업했다. 무빙 아트웍스는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단에서 1년간 인큐베이팅을 받으며 작가 120여 명의 작품을 30차례 넘게 알리는 일을 했다. 2'28공원, 동성로, 부르는 이만 있으면 청도, 안동까지 찾아갔다. 음악, 춤이 함께하는 전시회로 눈길을 끌었다.

박 이사장은 "전시 공간이 부족한 후배들, 찾아가는 갤러리가 재밌었다고 말해주는 주민들을 만나는 일이 가장 보람되다"고 했다.

최병고 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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