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철도 3호선 시대 미리 본 대구 변화상] <1>출근시간 모노레일 VS 도로

입력 2015-02-16 05:00:00

전동차 45분 거리, 승용차는 62분…평균 시속 '하늘과 땅 차이'

도시철도 3호선 전동차와 자동차가 같은 노선을 달리면 누가 빨리 달릴까? 13일 오전 차량이 서행하는 출근시간에 전동차가 대구도시철도 3호선 신남역~서문시장역 구간을 거침없이 달리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도시철도 3호선 전동차와 자동차가 같은 노선을 달리면 누가 빨리 달릴까? 13일 오전 차량이 서행하는 출근시간에 전동차가 대구도시철도 3호선 신남역~서문시장역 구간을 거침없이 달리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4월이면 대구에 도시철도 3호선 시대가 열린다. 지하를 달리던 전동차는 지상 교각 위 모노레일로 올라왔다. 3호선은 북구 칠곡에서 도심을 거쳐 수성구 범물까지 출'퇴근 때면 교통난에 몸살을 앓았던 곳을 막힘없이 통과한다. 더불어 도시철도 1, 2호선과 시내버스 등과 연계해 대중교통의 일대 개편을 예고하고 있다. 앞으로 10차례에 걸쳐 교통과 안전, 미관 등 대구도시철도 3호선이 가져올 대구의 변화상을 살펴본다.

9일은 3호선 영업시운전 첫날이자 학생들 봄방학이 시작한 날이다. 이날 본지 기자는 출근시간에 맞춰 3호선 전동차와 승용차에 각각 올랐다. 전동차와 승용차는 첫 역인 칠곡경대병원역에서 똑같이 출발, 같은 구간을 지나 마지막 역인 용지역까지 달렸다. 전체 30개 역을 10개 역씩 3구간으로 나눠 짚어봤다.

◆칠곡경대병원역~팔달역: 팔거천과 물새 VS 팔달교와 병목현상

이날 오전 8시 15분 칠곡경대병원역(북구 국우동). 전동차는 곧게 뻗은 모노레일 위를 미끄러지듯 달렸다. 속도는 30초도 지나지 않아 60㎞/h를 넘겼다. 1분 남짓 지나서 전동차는 속도를 줄여 학정역에 도착했다. 정차시간은 25초. 전동차는 다시 문을 닫고 속도를 냈다. 팔거역을 지나자 발아래 팔거천이 보였다. 햇빛이 물비늘에 비쳐 반짝였고, 강변에서 몇몇 시민이 산책을 즐겼다. 전동차는 팔거천을 따라 나란히 운행했고, 비행하는 물새들이 주위를 맴돌았다. 3호선과 팔거천의 동행은 금호강과 맞닿은 팔달역(북구 관문동)까지 이어졌다. 전동차가 팔달역에 멈춘 시각은 8시 29분, 첫 역을 출발한 지 14분 만이었다.

승용차도 칠곡경대병원역 부근에서 같은 시각에 출발했다. 팔달역까지 18분 걸렸다. 승용차는 동천'태암교'태전네거리 등에서 신호에 걸려 멈춰야 했다. 특히 대구운전면허시험장에서 학정로(편도 3차로)를 따라 팔달고가도로로 이동할 때는 1㎞ 정도 거북이걸음(20~30㎞/h)이 이어졌다. 이 구간은 평일 낮의 경우 승용차로 2분이면 통과할 수 있었지만, 이날 출근시간에는 8분이나 걸렸다. 팔달고가도로를 지날 때야 혼잡이 풀려 60㎞/h까지 속도를 높일 수 있었다.

◆공단역~명덕역: 도심의 아침 풍경 VS 도로의 혼잡 상황

8시 29분 전동차가 팔달역을 나서서 금호강을 건너자 도심의 아침 얼굴이 드러났다. 도로에는 출근차량들의 행렬이 이어졌고, 몇몇 공장 마당에는 작업복을 입은 사람들이 있었다. 만평네거리와 원대오거리를 지날 땐 레일 아래 차들이 신호를 받으려고 길게 줄을 섰다. 서문시장에선 가게 문을 열고 장사를 준비하는 상인들의 손길이 바빴다. 달구벌대로에는 교차로마다 신호를 기다리는 차가 양방향에 수십 대씩 몰려 있었다. 전동차는 도로 위에 멈춰선 차들을 뒤로하고 8시 44분 명덕역에 도착했다. 전동차를 탄 지 29분 만에 20개 역을 통과했다.

기자가 탄 승용차가 명덕역에 도착한 시각은 전동차보다 9분 늦은 8시 53분이었다. 승용차는 정체로 인해 곳곳에서 발이 묶였다. 팔달교(편도 4차로)를 가득 메운 차량들 탓에 520m를 이동하는 데만 2분 넘게 걸렸다. 소통이 원활한 오후 시간보다 2배 이상 더 걸렸다. 팔달교를 빠져나와 팔달시장역까지 1.6㎞를 달리는 동안에도 끼어들기를 일삼는 얌체 차들 때문에 최고속도가 40㎞/h를 넘기 어려웠다. 도심에 가까울수록 가장자리 차로에 정차한 택시가 눈에 띄게 늘었다. 이 때문에 시내버스마저 도로 한가운데 차로를 오가는 바람에 속력을 낼 수 없었다. 왕복 4차로를 가득 메운 차들 탓에 비산지하차도를 빠져나오는 데만 2분을 보내야 했다. 이후 명덕역까지 이동하는데 빨라야 40~50㎞/h였고, 앞으로 끼어드는 차들 때문에 급하게 감속하는 일이 잦았다.

◆건들바위역~용지역: 강과 산을 따라서 VS 교차로에 막혀서

8시 45분 안내방송이 나오고 전동차 문과 승강장의 스크린도어가 닫혔다. 명덕역을 출발해 건들바위역과 대봉교역을 지나 신천을 건넜다. 신천의 잔물결에 주변 아파트가 비쳤고, 강변에서 걷거나 뛰는 사람들이 보였다. 신천대로와 신천동로 위를 차들이 분주히 오갔다. 전동차는 수성구민운동장역 부근의 곡선구간에선 속도를 30~40㎞/h로 줄여 안전감을 줬다. 느린 운행 덕분에 궁전맨션(수성구 범어동) 외벽의 서상돈과 이상화, 이육사의 얼굴이 그려진 벽화를 감상할 수 있었다. 이어 깔끔하게 정돈된 범어천을 지나 범물동을 병풍처럼 둘러싼 용지봉(634m)의 산세가 눈에 들어왔다. 이윽고 종착역인 용지역에는 탑승 45분 만인 9시에 도착했다.

승용차가 용지역에 다다른 건 이보다 17분 늦은 9시 17분. 명덕역~용지역 구간에서 전동차보다 8분 더 소요됐다. 특히 신호를 기다리면서 보낸 시간만 6분이나 됐다. 동서로 이어진 명덕로에서 남북을 잇는 동대구로까지 운행하는 동안 교차로 4군데(건들바위'수성시장'황금네거리'두산오거리)가 차를 막아섰다. 각각 정차시간만 1분여. 지산역 부근에선 도롯가에 주차한 차를 피해 버스가 앞을 끼어들면서 여러 차례 급정지했다. 이 때문에 한 차로를 유지하기 어려워 편도 3차로 중 2개 차로를 넘나들면서 운전을 한 뒤에야 용지역에 다다랐다.

서광호 기자 kozmo@msnet.co.kr

홍준헌 기자 newsfor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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