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재미+교육 효과'…지역 고교 국토탐방 프로그램 교육부장관상 수상

입력 2015-02-16 05:00:00

성광중
성광중'고 연합동아리 '우문현답'의 경상감영공원 일대 탐방 모습과 달성고 '영남과거길 탐사대'의 청도 읍성 방문 모습. 성광중, 달성고 제공

'여행의 재미+교육적 효과'

대구 성광중'고등학교와 달성고등학교가 최근 '2014년 국토 탐방 프로그램 운영 현장 공모전' 시상식에서 대회 최고상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상을 받았다. 이 공모전은 교육부가 우수한 국토 탐방 프로그램을 학교 현장에 확대, 보급하기 위해 처음 시행한 것이다. 이들 세 학교는 대구시교육청의 심사를 거쳐 대구 대표로 공모전에 나섰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으로부터 호평을 받아 최고상을 거머쥐었다. 이들 학교가 어떻게 국토 탐방 프로그램을 운영했는지 소개한다.

◆'대구 근대 역사의 자취를 찾아서', 성광중'고 동아리 '우문현답'

'우문현답'은 성광중(교장 신학근)과 성광고(교장 박운용)가 함께 만든 동아리다. 성광중과 성광고의 역사 동아리인 '역지사지'(지도교사 박재홍), '신민회'(지도교사 한정아)가 모태. '우문현답'이라는 동아리 이름은 '우리 문화유산 현장 답사반'을 줄인 말이다.

'우문현답'은 지역의 유물'유적'인물 탐방을 통해 대구의 변화된 모습과 대구 사람들의 이야기를 찾고, 대구 지리와 역사를 이해하자는 취지에서 만든 동아리다. 이번 공모전에서 '우문현답'이 최고상을 받은 국토 탐방 프로그램의 주제는 '숨어 있는 대구 근대 골목길 한 바퀴-그 골목에 우리가 서 보다'. 지난해 10월 성광중'고 학생 5, 6명씩 4개조로 나눠 중구 남산동과 덕산동, 대봉동 일대 골목에 남아 있는 근대의 흔적을 찾아보고 역사적 의미를 되짚어보는 과정이었다.

학생들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대구가 전통 도시에서 근대 도시로 변화하는 과정을 엿봤다. 미로 같은 남산동 골목길과 낡은 가옥에선 일제강점기 치하 중심지에서 밀려난 대구 사람들의 아픔을 마주했고, 종로 일대에선 근대 종교의 역할과 대구 사람들의 일제강점기 저항운동의 흔적을 살폈다.

성광고 김광태(2학년) 학생은 "평소 아무 생각 없이 돌아다니던 대구 시내가 사실은 일제의 도시계획 아래 강제적으로 개발이 진행된 '침략의 발판'이었고, 남산동에 옛 서민들의 흔적이 아직 남아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고 했다.

이 프로그램을 기획한 성광중 박재홍 교사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은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더 구체적으로 이해하고, 자신의 관점과 해석으로 근대골목이 가지는 역사적 사실에 의미를 부여해보는 기회를 갖게 됐다"며 "이 같은 시도가 이어져 대구를 널리 알리고 있는 '근대골목 투어'가 과거 '성내'(城內)라 불리던 지역을 넘어 근대 문화유산의 자취가 남아 있는 곳으로 더 확대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조선 시대 선비들이 걸은 길은?', 달성고의 '영남과거길 탐사대'

달성고의 영남과거길 탐사대는 진로 담당인 강우식 교사와 정재승 수석교사가 함께 꾸린 팀이다. 탐사대는 지난해 '학생, 학부모, 교사가 함께하는 영남과거길 탐사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학생들이 자연과 호흡하며 역사를 배울 기회를 주는 한편 학생, 학부모, 교사 사이에 유대를 강화하는 자리를 만들기 위해 운영한 것이다. 본지에 지난해 6월(19일 자 19면) 소개되면서 많은 관심을 받았고, 이번 공모전에서도 최우수 사례로 꼽히게 됐다.

30여 명이 참가한 탐사대는 다양한 지역을 탐방했다. 지난해 5월 구미 금오산, 야은 길재 선생의 학덕과 충절을 기리는 정자인 채미정, 의성의 낙동나루와 관수루 등을 돌아본 데 이어 ▷문경새재 일대 ▷충주 탄금대와 충렬사 일대 ▷달성 가창, 청도 팔조령, 밀양 영남루와 아리랑 길 등을 다녀왔다.

탐방에 참여한 학생뿐 아니라 자녀와 함께한 학부모들의 반응도 좋았다. 1학년 김수현 학생의 어머니 나다정 씨는 "아름다운 숲길을 걸으면서 맑은 공기를 접하고 아이들, 선생님들과 따뜻한 마음을 나눌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

달성고는 국토 탐방이 단순한 여행에 머무르지 않도록 다양한 후속 행사를 마련했다. 영남과거길 UCC 대회와 사진 공모전을 열고, 탐사 소감 발표 대회도 진행해 학생들이 발표력과 표현력, 글쓰기 능력 등을 키울 수 있게 했다.

달성고 정재승 수석교사는 "학부모와 자녀, 학부모와 교사 간 소통 기회가 마련돼 더욱 의미 있는 프로그램"이라며 "존중과 배려, 나눔과 돌봄, 소통과 참여의 원리가 담겨 있어 인성교육에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채정민 기자 cwolf@msnet.co.kr

최신 기사